그래 재밌으면 됐다
철부지 작은 병아리가 총총
둥지를 떠나 광야로 총총
호랑이가 될 줄 알고 총총
있지도 않은 이빨도 드러내 보고
엉덩이 비딱빼딱 걸음걸이 흉내
거울 속 근육이 날로 커진다
엄마 닭이 준 모이도 다 떨어지고
늑대 승냥이 밤낮으로 기웃기웃 히죽히죽
세찬 비바람 날개 속으로 파고들며
떠나온 엄마 집으로부터 거리도 점점 멀어지는데
“재미있나?
재미있으면 됐다.“
엄마 닭 한마디
회오리 바람되어
이껍질 저껍질 벗겨 날아가고
홀딱벗은 말라깽이 신생아가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