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sun Yoon Oct 27. 2020

뉴욕에서 하는 재택근무



1. 2020년 3월 12일. 점심을 픽업하러 오피스에서 나왔다가 너무나도 한산한 그랜드 센트럴의 풍경이 신기해서 그곳 사진을 찍어 페북에 포스팅을 올렸다. 그리고 오피스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는 도중 지금 당장 오피스를 떠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게 재택근무의 시작이였다.


2.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미국은 휴지대란이 일어났다. 어느 매장을 가도 화장실 휴지를 살 수가 없었다. 집에 남은 휴지로 우리가족이 며칠이나 버틸 수 있는지 엑셀을 돌려보기도 했다. 중국에서 휴지를 주문했는데 원래 두루마리 두께의 절반정도밖에 안감겨있는 휴지들이 그것도 주문한지 3달후에나 도착을 했다.


3. 한동안 이발소를 갈 수가 없어서 내가 머리를 바리깡으로 어케 해볼려고 하다가 대형참사가 일어났었다. 그래서 수습을 한답시고 머리를 삭발을 하게 됐고 12만원짜리 오마카세 코스를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시는 스시장인같다는 피드백을 어느 지인에게서 받았다.


4. 아들은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다고 하루에 한번씩은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고 왔다. 그런데 그게 알고 보니 여친이랑 전화를 할려고 밖에 나가는 거였다. 어린녀석이 무슨 연애냐고 꾸짖을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아들의 나이가 내가 아내랑 썸타는 단계를 넘을락말락하던 나이였다. 그래서 꾸짖음의 명분이 마땅하지를 않아서 내버려두기로 했다. 


5. 재택근무로 집에서 세끼를 다 먹게 된 걸 찬스라고 생각해서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관리를 난생처음 시도해봤다. 치팅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고구마/닭가슴살/오이/방울토마토를 정해진 양만 먹는 식사를 꽤 많이 했다. 보디빌더 강경원 선수의 유튜브의 먹방을 시청하고 뭔가 숭고함을 느껴서 시작한 식단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y4vZ44rGxUw


6. 몇개월간 식단관리를 해서 얻은건 체중감량과 건강이고 잃은건 가족과의 식사시간에 얻던 정보의 단절이였다. 아들과 아내가 일반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내가 먹고 싶어서 짜증을 내자 그 둘이 나보고 자기들 밥먹는 동안 아예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도란도란 둘이서만 밥을 먹고 나는 왕따가 됐다.


7. 난생처음 식단관리를 해보니 당이 땡기면서 평상시 별로 좋아하지도 않던 아이스크림이나 빵이 엄청 먹고 싶어진다. 얼마전에 빵집앞을 지나는데 순간 진열되어 있는 빵을 확 집어먹고 싶었다. 혹시 장발장도 당이 땡겨서 우발적으로 빵을 훔친건 아니였을까.

작가의 이전글 그렇게 내 아내가 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