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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sun Yoon Apr 01. 2022

모던스마트 창업이야기 1

MVP(Minimum Viable Product)


내 아내는 2018년 가을에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이라는 도시에서 미국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한인교포학생들을 위한 학원을 시작했다. 사업수완이 뛰어난 아내는 학원을 시작한 첫달부터 흑자를 냈고 세전 6천불정도의 월수입을 만들어냈다.  


2019년 여름에는 보스톤에 있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여름 캠프를 열었다. 보스톤 캠프는 성공적이었고 많은 학생들이 캠프후에도 아내의 학원에서 수업을 계속 듣고 싶어했다. 그래서 아내는 보스톤에도 오피스를 열까 고민했으나 결국 포기했다. 보스톤과 프린스턴의 물리적 거리는 서울과 부산의 거리랑 비슷하다. 따라서 두 도시를 빈번하게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는것은 불가능했다. 대신 캠프에 참여했던 보스톤 지역 학생들을 위해 Skype을 이용해서 온라인 라이브 강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코로나로 인해 미국의 주요도시에서 락다운이 시작됐고 프린스턴 오피스에 와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수업을 캔슬하고 환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온라인 라이브 강의 비즈니스를 이전부터 해왔던 경험덕분에  프린스턴 지역 학생들의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기민하게 전환하면서 환불피해를 줄여나갔다.

 

2020년 여름, 코로나가 장기화될것이 명확해져가면서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내는 늘어나는 학생들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나에게 점점 많은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본의 아니게 아내의 비즈니스를 (맞아가며) 배우게 됐다. 2020년은 온라인 라이브 수업이 갑자기 많아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정신없이 지나갔다.


2020년말까지는 온라인 수업 비즈니스의 오퍼레이션을 위해 알바생들을 채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오퍼레이션에 필요한 IT tool들이 제공하는 JavaScript API 혹은 Python API를 사용해서 간단한 Script들을 만들었다. 그 Script들을 통해 IT tool들이 서로 연결이 되었고 수작업에 의존하던 오퍼레이션의 많은 부분에서 자동화가 이루어졌다. 또한 사람이 작업하면서 발생하던 오퍼레이션상의 실수도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이제는 추가적인 채용이 필요없이 훨씬 더 많은 양의 온라인 수업을 문제없이 처리해 낼 수 있게 됐다.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오퍼레이션업무의 부담이 없어지게 되자 더 많은 온라인 수업을 유치하기 위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2021년 3월부터는 SAT/ACT외에 물리, 화학, 미국역사와 같은 더 다양한 과목의 1:1 온라인 튜터링 수업문의가 많이 오기 시작했다. 즉 잠재적 고객은 늘어나고 있었지만 그 과목을 가르칠 마땅한 튜터가 없어서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계속 인터넷에 튜터 채용을 위한 잡공고를 냈지만 마음에 드는 이력서를 정말 하나도 얻지 못했다. 따라서 모든 채용은 지인추천을 통해서 더디게 이루어졌는데 그런 방법으로는 사업확장에 필요한 충원을 감당해내기에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채용하고 싶은 이력을 가진 분들이 지원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인터넷에서 그분들을 찾아내서 직접 콜드 이메일을 보내보기로 했다. 물론 콜드 이메일을 통해서 실제로 채용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원하는 튜터를 찾아서 선제적으로 컨택하는 방식의 리쿠루팅은 대성공이였다. 2021년 3월부터 이 글을 쓴 시점(2022년 3월)까지 나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MIT, 스탠포드, 캠브리지, 옥스포드 학부를 졸업하고 튜터링의 경력이 있는 700여명의 엘리트들에게 콜드 이메일을 보냈고 그 중에서 관심을 보인 80여명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40여명의 튜터가 인터뷰후 온보딩을 해서 실제로 우리와 일을 하게 됐다.


이렇게 조인한 40여명의 튜터들은 학생들에게 롤모델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분들이다. 이들중에는 MIT 학부에서 Computer Science를 전공하고 구글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있고 하버드 학부에서 Generative Biology를 전공하고 UCLA에서 MD/MBA 과정에 있는 분도 있다. 또한 프린스턴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작가로서 일을 하는 분도 있고 예일대 학부에서 경제학과 수학공부를 하고 AI 스타트업에서 근무를 하다 이제는 프리랜서로 전업 튜터링을 하는 분도 있다. 하버드 학부에서 경제학공부를 마치고 월가의 원유트레이딩 회사에서 리스크 매니저로 일하는 분도 있다.


이들은 모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다. 일주일에 1-2시간정도만 가르치는 분도 있고 20시간을 넘게 가르치는 분도 있다. 튜터들중에는 이미 티칭경험이 많은 분도 있고 도메인지식에 비해 티칭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튜터들은 빠른 속도로 온라인 티칭 능력이 발전했다. 또한 파트타임 고용계약이기 때문에 퍼포먼스가 만족스럽지 못한 분들에게는 결국 학생이 배정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러운 결별이 가능하다. 이와같이 티칭능력의 향상과 적자생존의 원리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튜터들의 집단은 점점 더 강력한 로스터(Roster)로 자체적으로 진화해갔다.


지난 1년간 엘리트 튜터들이 대거 조인하게 되면서 비즈니스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먼저 고객들의 관심과 피드백이 완전히 달라졌다. 상품의 퀄리티가 현격하게 높아지게 되면서 수업상품의 판매가 이전에 비해서 훨씬 수월해지게 되었고 따라서 고객응대가 즐거운 일이 됐다. 고객차원을 넘어서 팬이 되신 학부모와 학생들이 생겨났다. 예전에는 기획자체가 불가능했던 고부가가치의 수업들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다양한 전공의 튜터들을 보유하게 되면서 고객들에게 원하는 튜터를 원하는 시간대에 제공이 가능하게 됐다. SAT/ACT 와 일부 AP과목뿐만이 아닌 거의 모든 미국고등학교 수업을 커버할 수 있다는 차별점이 생겼다. 다른 입시학원에서는 전문튜터를 좀처럼 구하기 힘든 과목(가령 AP Latin, AP US History, AP Seminar, AP Psychology등)의 튜터를 제공한다는 차별점은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같은 긍정적인 변화로 인해 1년전에는 한달에 100여개의 온라인 라이브 수업이 진행되던 비즈니스가 이제는 한달에 600여개의 온라인 라이브 수업이 진행되는 규모로 커졌다. 이번 여름에는 한달에 1000개가 넘는 온라인 라이브 수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이제는 개인고객뿐 아니라 미국대학입시 컨설팅회사들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파트너십 제의를 받고 있고 이 중 일부는 이미 협업이 시작되서 매출이 발생되고 있다. 작년 연매출은 87만불이였으며 올해 연매출은 120만불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그럼 지난 1년간 내가 해온 일은 무엇일까? 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Product/Market Fit 보여주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만들어 본게 아닐까라고 생각을 한다. 여기서 Product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엘리트 튜터들이 제공하는 프리미엄 온라인 튜터링 서비스이고 Market 엘리트 튜터들에게서 받을  있는 프리미엄 온라인 튜터링 서비스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이렇게 최고의 교육을 받고 버젓한 직업이 있는 바쁜 엘리트들이 과외알바를 하겠다고 일주일에 적게는 1-2시간을 많게는 20시간을 넘게 쓴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수많은 인터뷰를 해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그런 엘리트들이 세상에 의외로 아주 많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조인하고 싶을만큼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없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 MVP가 보여준 것은 그들의 집단지성을 프리미엄 지식공유 서비스로서 제공하는 Interactive Education Platform이 좋은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닐까.


나는 MVP의 작은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학원 비즈니스를 운영해본 경험을 토대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창업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막상 창업을 하려고 하니 먼저 회사 이름을 만드는 작업이 정말 보통일이 아니였다. 몇달동안 회사 이름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브랜딩의 대가인 Marty Neumeier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됐고 The Brand Gap이라는 책(*)도 구매해서 읽어봤다.


이렇게 브랜딩에 대해서 (초치기로) 공부를 해보면서 내가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았다. 유저들이 내 회사의 이미지(image)를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내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의 차별점을 그 이미지에 고착시키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하는 회사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였다. 또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원하는 회사명으로 표기가 된 인터넷 도메인이 구매가능한지의 여부도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ModernSmart Inc. 라는 미국 델라웨어 법인(**)을 설립했고 @modernsmart.com 도메인도 구매를 했다. 그리고 ModernSmart의 미션은 다음과 같이 정했다.


We accelerate the benefit of digitized interactive education.


다음편에 계속


(*) https://www.amazon.com/Brand-Gap-Distance-Business-Strategy/dp/0321348109/ref=sr_1_3?crid=3I4BTI3KWMEN9&keywords=marty+neumeier&qid=1648835386&sprefix=marty+ne%2Caps%2C166&sr=8-3

(**) 미국의 거의 모든 스타트업은 Delaware C-Corporation 형태로 설립이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래 링크를 참조.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EB%8D%B8%EB%9D%BC%EC%9B%A8%EC%96%B4+%EC%8A%A4%ED%83%80%ED%8A%B8%EC%9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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