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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와 AI

by Kisun Yoon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손빨래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만 했다. 빨래판에 옷을 문질러서 비누거품을 내고 방망이로 빨래를 두드리는게 엄마의 삶에서 중요한 루틴이었다. 엄마는 그 지난한 작업을 즐기는듯한 말을 종종 했었다. 헹군 빨래를 빨래줄에 널면서 성취감도 얻고 방망이로 두들길 때 화도 풀린다고 했다. 본인을 희생해서 가족들이 깨끗한 옷을 입고 다니도록 하는 그 일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세탁기가 집에 들어오게 됐다. 엄마는 처음에는 오히려 더 번거롭다며 세탁기 사용을 아예 안했다. 그러다 짤순이만 사용을 하기 시작했고, 좀 더 지나니 양말만 세탁기에 돌린다고 했다. 당시의 부족했던 기술탓에 손빨래한 양말만큼 깨끗하지 않았던 양말을 나에게 아침에 주며 엄마는 왠지 죄책감을 느껴했다.


그 후 어느날 골목에서 엄마들이 애들 손잡고 스몰톡을 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어떤 엄마가 손빨래를 하나도 안하고 모든 빨래를 전부 세탁기에 돌린다며 흉을 보는 내용이였다. 당시에 엄마들은 세탁기는 영원히 손빨래보다 못할거라며 세탁기에 대해서 회의적이였다. 하지만 결국 더 나은 기계와 더 나은 세제가 세상에 나오게 됐고 이제 일주일에 몇번씩 손빨래를 하는 엄마들의 모습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세탁기가 우리 가정에서 손빨래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완전히 없앤것과 비슷한 수순으로 AI가 우리가 현재 사람이 스스로 해야 하는 과업이라 여기고 있는 것들, 자부심을 갖고 하고 있는 일들을 없애버리지 않을까. 그리고 곧 다가올 미래에는 그런 일들을 과업이라 믿고 반드시 사람이 해야한다고 믿었던 과거가 생경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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