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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쥬 Apr 12. 2020

미국도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다

여기는 LA입니다

 연방정부의 수장인 Trump, 각 state 주지사까지 연일 브리핑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시의 시장들도 마찬가지 매일 같이 브리핑을 한다. LA county 시장 Eric Garcetti도 마찬가지인데, 저녁을 먹으며 바라본 스크린의 그가 까만 마스크를 쓴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진다. 마스크를 쓰도록 장려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Trump가 스카프라도 쓰라고 한 직후였다.



 그렇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그렇게 미국도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다.


 3월 13일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과 같았던 3월 13일과 그 주말, 코스트코와 샘스클럽을 다녀온 시어머니는 마주친 극단적인 풍경을 호들갑스럽게 늘어놓았다. 그렇게 텅텅 빈 마트는 처음이었다며 마치 트로피라도 내놓듯 마지막 몇 개 중 간신히 집어 들었다며 내려놓는 살림살이들이 펼쳐졌다.


 나도 장을 봐서 주말부부인 짝꿍을 만나러 가야 하니, 서둘러 운전대를 잡고 월마트로 향해 보았다. 시어머니의 표현이 하나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텅텅 빈 매장을 본 적이 없었다.


3월 13일 텅텅 빈 월마트 매대 (지금은 이 정도는 아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 헛웃음이 나기도 하고, 사재기를 할 마음이 애초에 없었고 남아있는 물건조차도 얼마 없었지만, 개중에서나마 평소보다 더 쟁이는 장을 보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주말을 넘어 그다음 주까지, 한인마트들마저도 휑한 모습이 이어졌다. 지금은 캔 음식, 휴지, 페이퍼 타월, 손 세정제 등을 제외하고는 안정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트 내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터라, 줄을 서고 6 feet(1.82m)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가 동이 났다는데


 마스크 난리가 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생필품이 동나는 상황이 낯설었다. 나는 KF95급의 마스크는 없었지만 예전부터 마스크를 자주 꼈던 습관이 있어(손님으로 비행기를 타면 마스크가 내 필수품이었다.) 친구가 보내준 일회용 마스크가 더러 있었다.


 차마 낄 수가 없었다. 아무도 마스크를 끼지 않는데 홀로 마스크를 낀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지. 물론 내가 거주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LA 외곽 도시의 생활은 대부분이 각자의 공간에서 지내고, 자차가 있고, 애초에 서로 간의 거리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라 다행이었지만 - 한창 영업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입장에서는 마스크를 낄 수 있다면 끼고 싶을 정도로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더구나 초기 '동양인 = 코로나'로 보는 인식이 있었던 때에는 마스크를 끼는 행위가 이목을 끌까 걱정스러웠다. 기존의 우리는 황사 등의 경험으로 마스크가 보호장구로서 인식되었지만,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낀 사람은 환자 또는 의료진으로 보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얼굴을 가려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어떤 심리적 거부감도 강했다.


 이에 대해 이곳 미국의 가족들과 이야기한 적도 있었는데, 내가 아무리 마스크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해도 별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이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도 그럴 것이, '마스크를 쓰라'라고 해봤자 수요를 감당할 공급망 자체가 없어 보였다. 우리야 기존의 마스크 수요가 있어 어느 정도 공급망이 있었음에도 그 난리를 겪었으니 아마 미국에서 처음 그런 메시지가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든 의료물자를 흡수하기 위해 중국에 매겨진 추가 관세까지 거둬들였지만 아마 당장에야 쉽지 않아 그런 지침을 못 내렸던 것은 아닐까.


 마스크 그 이후


 시어머니 모든 사태가 일어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장을 보러 가셨다. 주에 2, 3회는 꼭 나가셔서 종말이라도 온 듯 온갖 것들을 사 오셨는데 그때마다 나는 왠지 늘 불안했다.


 Trump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CDC에서도 마스크 끼라고 안 했으니.. 마스크를 끼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 이후에도, 장 봐온 것을 클로락스 와이프로 닦는 노력까지 하시면서도 마스크 끼는 것이 불편하다 하신다. 숨 쉬기도 불편하고 답답하시다고. 장갑은 끼겠는데 마스크는 힘들다고. 그리고 계속해서 장을 보러 가신다.


 캘리포니아는 밀도가 높은 미 동부에 비해 비교적 감염의 위험이 낮은 것은 사실이고, 실제로 감염 환자 수를 봐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는 것인데.


 언제쯤 끝이 날까


  LA county는 현재의 Lockdown order를 5월 15일까지로 연장한 상황이다. 제한을 풀었을 때, 갑작스레 케이스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고 실제로 그런 상황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수의 비즈니스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 무척 걱정스럽기도 하다. 지금이야 돈을 풀어 일시적인 감당을 한다지만 언제까지나 이게 가능할까. 추후 얼마나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다 보니 심리적인 불안감도 계속해서 커질 뿐이다.


 어쩌겠는가. COVID-19으로 목숨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리고 있는데. 부디 이 사태가 어서 진정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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