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정 Jan 30. 2023

이렇게 잘하는데 왜 우승을 못하니!

히어로즈 팬 하기 힘들다


한국의 프로 야구는 두번의 시즌으로 나뉜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다. 정규시즌 경기의 승률에 따라서 순위가 결정되고, 상위 1위~5위팀끼리 다시 경기를 해서 최종 순위를 겨룬다. 정규 144경기가 포스트 시즌 15~17경기의 빌드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가을만 되면 연어처럼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도, 포스트시즌의 순위가 최종 순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해야 진짜 우승을 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모든 야구팀의 소망이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일 것이다.


키움은 2012년부터 쭉 MVP와 골든글러브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구단이었다. 비록 화려한 타선에 비해 투수들이 조금 부진했던 해도 있었지만, 몇몇 해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용병 원투펀치와 홀드왕을 했을 정도로 탄탄한 중간 계투와 절대 무너지지 않는 마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항상 상위팀이었고 가을야구의 단골 손님이었지만 좀처럼 우승과는 연이 없었다. 


사실 연이 있는게 이상하지. 정규시즌 1위를 못하는데 무슨 우승을 해요. 2위도 아니고 3위, 4위부터 시작하는데 어떻게 업셋을 해. 정규 시즌에서 항상 초반에 좀 치고 나갈 듯 하는데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고, 시즌 막판에 순위싸움 할 때는 온갖 경우의 수를 족족 다 실패. 그래도 가을야구 가는게 어디냐는 말을 듣지만, n년째 명품조연 지겹다고요. KBO 유일 무관팀인데 이제 창단 이후 최초 우승 아직도 못해서 기록을 매해 갱신중인 팀.







넥센 ‘화력 본색’…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


2014년...이택근,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에 유한준, 김민성, 신인이었던 김하성... 야수들이 너무 탄탄했던 2014년 심지어 2위에서 시작했다. 분명히 이때 야구 진짜 열심히 본거 같은데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뒤늦게나마 기록을 찾아봤는데 계투진이 불안했고, 확실한 선발이 밴헤켄 밖에 없었다. 가을은 역시 에이스 2명은 있어야 되는구나.


그래도 한국시리즈라는 가능성을 봤기에 다음 해를 기약했는데, 15년 준플딱, 16년 플옵딱(업셋당함).. 심지어 16년은 업셋 당하자마자 감독이 핸드폰 메모장에서 사퇴문을 꺼내 읽고 런하는 초유의 사태였으니... 그 전까지 타 팀으로 가기로 한 거 거의 확정인데, 맨날 남겠다고 언플만 지리게해서 기자들이 선수들한테까지 감독의 거취를 묻는 상황이었는데, 진짜로 감독이 포스트시즌 끝난 날 도망을 쳐버려서... 초상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한 2017은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2018은 플옵에서 아쉽게 끝.


그리고 맞이한 대망의 2019..! 김하성이라는 새로운 유격수가 팀을 든든하게 이끌고 있었고, 박병호는 돌아왔고, 이정후라는 괴물같은 선수가 이택근의 자리를 메웠다. 2018년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이 다 빠졌던 상태에도 플옵에서 선전했기 때문에 팬들은 당연히 기대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모든 선수들과 함께라면 우승을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김혜성이나 이승호 같은 드래프티 신인들의 활약으로  어느정도 세대교체가 잘 이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준PO에서 멋진 승부 펼치고, PO에서는 업셋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거라 더더욱 기대가 컸다. 2014와 다르게 브리검, 요키시 원투펀치도 있었고, 무엇보다 조상우라는 확실한 마무리도 있었다. 홀드왕 김상수도 있었고 계투진이 2014보다 나쁘지 않았다. 분명히 그랬는데...실책으로 자멸하고, 타이트한 1,2점차에서 역전을 못하고 4경기를 내리 내주는 충격의 4연패를 하고 만다. 게다가 1,2차전은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9회말 끝내기를 두번이나 맞아서 진 거라 더욱 더 충격이었다. 그래도 남은 경기에서 한번은 이길꺼라고 바라고 바랐는데... 


두산 한국시리즈 우승, 통산 6번째···키움에 4전 전승, 오재일 MVP


계속 끝내기 맞고 지고, 연장가서 또 지고 이런 것도 화나 죽겠는데, 경기 외적인 걸로도 화나는 일이 많았다. 시즌중반부터 구단주가 횡령으로 감옥에 가면서, 운영에 모종의 외부 세력이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썰이 있었는데, 그게 진짜였는지 그래도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킨 감독을 짜르고, 다른 감독을 갑자기 데려오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감독이 마지막 인사로 남긴 글을 보면 본인은 남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팬들도 한마음으로 남아주길 원했는데... 


어수선하게 시작한 2020 시즌은 그래도 2019 선수들의 유출이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모두가 기대했지만... 시즌 중간에 감독이 경질되고, 포스트잇으로 허 모씨가 라인업과 투수교체까지 다 지시했던 정황들이 밝혀지고, 거기다가 선수단을 불러내 본인 캐치볼 상대로 갑질까지 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구단 분위기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3위까지 갔던 순위가 순식간에 5위로 떨어지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해버린다.


'손혁 사퇴 후' 3위→5위 추락….허민 의장, 후회 없나 [오!쎈 수원]

모두가 경질이라 하는 '손혁 자진 사퇴'…내막은?


2021시즌은 새로운 감독과 함께 허씨가 구단 경영에서 손을 뗐다는 대외적인 발표가 있었고, 기존 구단주였던 이모씨가 (아니 근데 이게 야구구단 얘기야 무슨 조폭 느와르야 뭐야? 쓰다보니 열받네)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단 소식이 들렸다. 그러면서 공석이었던 감독자리에는 원래 수비코치였던 홍원기 감독이 새로 선임되었다.


그렇게 프런트가 좀 잠잠해 지나 싶었는데...이제는 선수들이 난리였다. 2021년에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때 방역 수칙을 어기고 원정 숙소에서.. 술파티를 벌인.. 선수 두 명이 적발되는 바람에 둘 다 출장 정지를 먹고, 한명은 국가대표 태극마크도 떼게 된다. 그리고... 이때 우리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서건창 선수가 갑자기 다른 팀 투수와 트레이드 되어버린다. 서건창 선수가 FA 신청할거라는 건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좋은 계약 조건으로 좋게 이적하는 거랑,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갑자기 팀을 바꾸는 건 너무 다른 일이다. 두명이 나가리 돼서 선발 로테를 소화할 사람이 없으니까 냅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를 트레이드 시켜버린 것이다. 미친팀이시여..


시끄러운 잡음 속에 시즌 초반부터 6위, 7위가 예상됐고 실제 순위도 그랬는데 막판에 갑자기 무슨 조화인지 모든 경우의 수를 뚫고 5위로 와일드카드전에 진출하게 된다....어차피 정규 시즌 144경기 다 버렸기 때문에, 최초 업셋 엔딩을 기대하며 가을 연어는 또 다시 기대를 해보았다. 그 당시에 팬들이 너무 실망을 해서 와카전 자리 텅텅이어서 예매하기가 세상 쉬웠었는데. 아무 기대없이 찾은 경기장이었지만, 선수들은 2021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멋진 역전승을 보여주며 나에게 인생경기를 선사해주고... 2차전은 멸망. 여기까지가 끝이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2021년 이 팀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친 짓을 두번째로 저지르고 만다.


2022 초. 분명히 박병호는 잡을 것처럼 온갖 언플은 다 했으면서, 실질적으로 선수한테는 제대로 된 연락도 한번 취한 적 없었고 FA 미아를 만들뻔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마터면 FA 미아가 될 뻔했는데, 다행히 박병호 선수는 KT와 계약하게 된다. 히어로즈의 정신적 지주를 넘어서 히어로즈 그 자체였던 박병호 선수를 그렇게 보내고 말았다. 내 영웅들이었던 박병호, 서건창이 다 떠날 줄 알았으면 직관 좀 자주 갈 걸, 굿즈 좀 더 많이 살걸, 야구 좀 더 열심히 볼 걸(이건 아닌가?).... 사람들은 나보고 박병호 은퇴하라 할 땐 언제고 다른 팀 가니까 슬퍼하냐고 놀렸는데...은퇴해라=이 팀에서 뛸만큼 다 뛰고 영구 결번으로 은퇴하여 코치에 감독까지 해라 였지 다른 팀 가란 소리는 아니었다구요...지금도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다른 팀의 이름으로 골든 글러브 받고, 상 받는거 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거기다가 박병호를 그렇게 보낸 것도 모자라 가정폭력,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고, 숱한 논란으로 MLB에서 쫓겨나다시피한 푸이그가 무려 100만달러를 받고 들어온데 이어, 음주운전으로 미국에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강정호까지 데려오려고 한다는 프런트의 발표를 듣고 이성의 끈이 끊어진 것 같았다. 고작 그런 선수들로 어떻게 박병호 선수의 자리를 매우려고 생각한것인지.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물론 나도 모든  할수 있는 욕을 다 하고 유니폼과 유광도 다 정리하고, 당근할 준비까지 마쳤다. 분명히 그랬는데....아직도..유광잠바와 유니폼을 모두 정리하여 당근하려고 했는데.... 



승리의 그 이름, 히어로즈여


키움팬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들다. 타 구단 팬들한테 맨날 스캔들 구단 왜 좋아하냐고 비아냥 들어야 하고, 각종 언론에서도 무시하고, 근데 그럴수록 사람 마음이 참 이 구단에 정이 떨어지는게 아니라 더욱 정이 들게 되는 거같다. KBO 유일 무관팀. 창단 이후 최장기간 무관팀. 내년엔 우승해줄래…?




매거진의 이전글 야구, 이깟 공놀이가 뭐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