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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정 Feb 03. 2023

승리를 위한 함성 다 함께 외쳐라

업셋 경력직? 아니죠! PO 경력직! 혈투 끝에 PO 진출!

재미있는 기록이 있다. 여태까지 8년간 준PO에서 1차전을 이긴팀은 모두 다 PO에 진출했다. 그걸 깬 9년 전 팀이 어딜까요? 그건 바로 키움 히어로즈! 그래도 와카딱 하지 않아서 다행히 최초 업셋 기록 세워줄 일은 면했으니 그게 어디냐. 이제부턴 보너스 게임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기 시작한 준PO 였다.


선발 세명으로 가을야구를 해야하는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한다면, 준PO에서는 부조건 잡아야하는 1차전에 에이스 안우진이 선발로 나갈 수 없게 돼서 시리즈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1차전에 안우진이 선발로 던질 수 있게 됐다.


안우진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호투했고, 타선은 1회부터 1점씩 쥐어짜내면서 득점 지원이라면 지원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7회에 올라온 투수 김태훈이 세 타자에게 각각 홈런과 안타, 볼넷을 허용하면서 바로 강판됐고, 이어서 올라온 최원태가 승계주자들을 죄다 분식해서.. 7회에만 3실점을 하고 만다. 그래도 1점차로 이기고 있었는데, 8회 올라온 양현이 추가 실점을 하면서 익숙한 업셋의 기운을 풍기게 된다...그러다 8회 말 이지영, 김휘집, 송성문이 1점 쥐어짜내고, 김준완이 희생플라이로 고급야구 시전해서 1점 짜내고, 임지열이 쐐기포로 투런 홈런을 때리면서 1차전을 이겨버리고 말았다..!


144경기동안 개노답이었던 타선이 뭔가 다르다! 이거 진짜 PO 가는거 아니냐고 설레발 떨었는데, 2차전 KT 벤자민을 상대로 타선이 침묵하면서(하필 내가 직관 갔을 때)... 벤자민이 8회까지 던지고 안타는 단 5개만을 기록하며... 준PO 최초 영봉패라는 기록을 썼다.. 그나마 희망적이었던 것은 실점이 2실점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 요키시는 정규 시즌때 늘 그랬듯... 이 날 2실점으로 퀄스를 해도 승리 투수가 될 수 없었다.


왜 내가 직관 오니까 귀신같이 못하는거니


3차전을 보기 전까지는 무난한 업셋엔딩일 줄 알았다. 그도 그럴게 정규 시즌 동안 선발로 나와서 제대로 이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애플러가 선발투수로 예고 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구장이 커서 홈런이 나오기 힘든 고척과 달리 KT 위즈파크는 홈런도 잘 나와서...


그런데 세상에 우리도 홈런을 쳤지 뭐에요? 3차전 1회부터 3-4-5 클린업이 제대로 일을 이정후 안타, 김혜성 안타, 푸이그 쓰리런으로 3점을 때려! 타선이 갑자기 막 일을 해버려! 비록 신인 신준우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유격수 최다 실책이라는 기록을 쓰긴 했지만, 애플러가 신들린듯한 호투로 5이닝 단 1실점으로 퀄스플을 키록! 그리고 뜬금포 필승조로 김동혁이 무실점으로 1이닝 틀어막고, 이어서 한현희가 삼자범퇴로 이닝 마무리, 9회에 김태훈이 1실점 하긴 했지만 전날과 같은 팀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타선이 너무 터져서 대승을 기록한다.


3차전 선발, 주자 1,2루 위기 상황 탈출하고 포효하는 애플러


그런데.. 아 맞다.. 우리 4선발... 없지...^^.. 타선이 흔치않게 파업을 안 했는데 투수들이...^^ 선발로 나온 정찬헌이 무실점으로 2회까지 잘 던졌는데, 이어서 올라온 한현희가 솔리런 맞고, 안타 쳐맞아서 2점 내주고, 원태가 분식해서 1점 또 내줬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고작 1점차..! 야구는 모른다! 그런데 이어서 올라온 투수들이 줄줄이 부진을... 했지만 그래도 우리도 김휘집이 투런까지 때리면서 따라가는 점수를 올렸는데..끝끝내 추가점을 허용하면서 역전에 실패... 결국.... 5차전까지 가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 홈런 기록한 김휘집


준PO는 3차전을 이긴 팀은 그동안 모두 PO에 진출했다. 그런데 키움 히어로즈는 준PO 5차전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 과연 여태까지 모든 팀이 그랬듯 3차전을 이겼으니 PO 진출이 가능할 것인가.. 아니면 5차전에 한번도 이겨본 적 없다는 확률대로 또 지고 말 것인가...심지어 5차전 투수는 2차전에서 한명의 타자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던 벤자민으로 예고된 상태. 과연 키움의 운명은?!


4차전에서 홈런치고 세레머니 하는 송성문


안우진이 초반에 안타도 맞고, 홈런도 맞고 하면서 2실점을 했지만, 타자들이 바로 따라가는 점수를 내줬고, 가을남자 송성문이 역전 투런 홈런 때려주고, 이어서 안타로 착실하게 1점을 적립하며 4점을 쥐어짜냈다. 안우진은 4회부터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켜줬고, 요키시가 7회 무실점 호투했다. 하지만 8회 양현이 나와서 결국에 1점을 허용하고, 마무리 김재웅을 8회에 올려 힘겹게 지킨 1점차로 2019년 이후 2년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쾌거를 기록하게된다!!


2차전 직관 간 다음에 너무 화가 많이 나서 3~5차전은 직관도 가지 않을 정도였는데, 무난한 업셋이라 예상했는데 PO진출이라니..! 진짜 다른 팀이었으면 주전은 커녕 백업도 힘든 라인업으로 작년 우승팀을 이겼다는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어떻게 해서든 희생번트로라도 진루 시키려고 적극적으로 번트를 댔던 이용규


정규 때 부진했던 이용규는 어떻게 해서든 번트라도 대고, 안타 친 뒤에는 도루도 하고(85년생인데), 2루 베이스 갈 거 3루 베이스까지 전력질주 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깊었다. 김준완, 김태진 등등 방출선수와 영수증(현금과 지명권과 함께 트레이드 해 온 선수)이라 생각했던 선수들의 집중하는 모습,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김혜성은 후반기 부상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득점권에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해주었다. 김혜성은 거포도 아니고, 발이 빠르기 때문에 솔직히 1번이나 2번이 딱인데 팀을 위해 4번이라는 부담도 군소리 없이 묵묵하게 지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MVP는 받지 못했을지라도 팀 승리를 위해 기록과 상관없이 집중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누가 뭐라고 하든 박수 받을만 했다고 생각한다. 업셋 당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PO까지 진출하다니..! 히어로즈의 가을야구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5차전 마지막 아웃카운트 잡고 포효하는 김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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