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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저나무 Jun 01. 2017

로바이페퍼스│COSMOS

우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RAW BY PEPPERS│COSMOS│크래프트앤준, 2017.

음악가 : RAW BY PEPPERS(로바이페퍼스)

음반명 : COSMOS

발매일 : 2017.05.18.

수록곡

1. Signal

2. Boy Cosmic

3. Pale Blue Dot 1

4. Pale Blue Dot 2

5. New Land

6. The Encounter

7. Star of Soul

8. Autoscopy

9. Eyedrops

10. Flex

11. Arecibo Message

12. Earth

13. The First Man To Break The Stone


 "이것은 한 인간에 있어서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약진(躍進)이다." 1969년 7월 20일, 미 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딛는다. 작고 푸른 별에 머물러 있던 인간의 세계가 우주로 확장되었음을 알린 순간이었다. 인류는 끊임없이 지구 너머의 세계를 상상해왔다. 지구가 네모나다고 믿던 시절의 우주란 곧 죽음이었고 천동설의 시대에는 지구라는 중심부를 둘러싼 '주변부'에 불과했다. 이들 모두가 부정당한 지금, 그것은 미지 그 자체가 되었다. 우주를 향한 욕망은 비단 과학만의 것이 아니었다. 영화에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있었으며 음악에는 화성에서 온 록 스타, 지기 스타더스트 데이빗 보위가 있었다.


 데뷔 2년 차에 불과한 로바이페퍼스는 첫 정규 음반 <COSMOS>를 통해 우주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웅장함을 끌어낼 오케스트레이션도, 다채로움을 더할 전자음도 그들에겐 없다. 김가온(보컬, 기타), 이진우(베이스), 이광민(드럼)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구성이 전부다. 그 어떤 영역에서도 온전한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영역에 발을 들이기엔 너무나 무모한 시도가 아닌가? 회의감이 든다면 일단 들어보자. 슈퍼루키의 자신감일까, 아니면 신인의 무모함일까. 음반을 듣는 순간 답은 정해질 것이다.


RAW BY PEPPERS - Boy Cosmic MV

 신호라는 의미의 제목처럼 첫 트랙 "Signal"은 청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규칙적인 베이스 연주와 함께 로 바이 페퍼스 특유의 공간감 넘치는 기타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연주는 점차 강렬해지고 누군가 외부의 신호를 감지한다.("Boy Cosmic") 이미 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던 것처럼 화자는 '당신의 세계를 보여달라'며 미지의 존재에게 응답한다. 다음 트랙 "Pale Blue Dot 1"에서 화자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된다. '엷은 푸른빛'을 한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하게 된 것이다. 고요뿐인 우주를 그리듯 여정의 시작은 차분하다. 그러나 곧 드넓은 우주에 접어들자 화자는 벅찬 감정을 감출 수 없다.("Pale Blue Dot 2") 작은 행성에 작별을 고하고 그가 마주한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다. 속도를 바짝 끌어올린 리듬 라인 위로 화자의 외침이 들려온다. 껍질의 파괴!


 우주를 부유하던 화자는 낯선 곳에 다다른다.("New Land")  베이스와 드럼이 빚어내는 복잡다단한 리듬 전개가 새로운 땅을 발견한 화자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낯선 곳을 헤매던 화자는 낯선 존재와 조우한다.("The Encounter") 기타의 질감이 강조된 도입부가 싱글로 발매되었던 "파란방"을 떠올리게 한다.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자는 '너와 친구과 되고 싶다'고 말을 건넨다.


 미지의 존재와 화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언(無言)의 대화 "Star Of Soul"을 기점으로 음반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어지는 "Autoscopy(자기상(像) 환시, 필자 주)"에서 육신이라는 구속을 벗어던지고 외부의 시선에서 화자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더 이상 '나'는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화자는 깨닫고 말았다. 불안한 음정이 난생처음 겪는 상황에 놓인 화자의 심정을 대변한다. 음반에서 드물게 건반이 사용된 "Eyedrops"는 바로 이러한 경외감의 눈물을 담아내고 있다.


 1974년, 푸에르토 리코의 도시 아레시보(Arecibo)에서 M13이라는 이름의 구상성단의 외계인들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다. 당시의 아레시보 메시지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처럼 이어지는 결말부 또한 인간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로운 깨달음과 고정관념 사이의 충돌을 격렬한 외침에 담아내는가 하면("Arecibo Message") 존재의 왜소함 맞은편,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삶의 의미를 노래한다.("Earth") 유감스럽게도 13가지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온전한 답은 제시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노랫말처럼 '우리의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뿐이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들 3인조는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니.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COSMOS>가 암시했듯이.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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