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의 아웃사이더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음악가 : iamnot (아이엠낫)
음반명 : Hope
발매일 : 2017.05.26.
수록곡
1. Happiness
2. Fly (Feat. 이승열)
3. RBTY
4. Wake Up
5. Just Believe What I Say
6. Fireworks
7. iamnot Blues
8. Eyes open (Feat. 선우정아)
9. Lost
10. Hope
'iamnot(나는 ~이 아니다)'. 무릇 이름이란 명명된 이의 지향점을 나타내는 것이 상식이건만 이 3인조는 다르다. 무언가가 되기보다, 무언가가 되지 않기를 희망하던 아이엠낫은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규정한다. 자기 자신을 정신병자로 지칭하던 "Psycho", 자신을 가두는 틀을 파괴하고자 했던 "Break The Wall" 등 이들의 음악 곳곳에는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아웃사이더의 반항적 기질이 녹아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정규 음반인 <Hope>는 이질적이다. 일탈보다는 위로를, '나'보다는 '너'를 노래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이전의 아이엠낫과 명백히 대치되는 지점에 있다. 아이엠낫은 이러한 괴리를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희망이라는 평범한 메시지를 보편의 의미로 끌어올림으로써 '아웃사이더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라는 명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야말로 정공법 중의 정공법이다. 결과는 어떠냐고? 두말할 것도 없이 성공이다.
그들의 뿌리인 블루스를 모던한 작법으로 풀어낸 "Happiness"에서부터 음반의 주제의식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너의 색깔만으로 삶을 그려내길 바'란다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조건임을 설파한다. 이어지는 "Fly (Feat. 이승열)"는 이러한 자기애를 날아오르는 행위에 빗대어 구체화한다. 묵직한 건반이 쌓아놓은 지반 위로 임헌일과 이승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개성 넘치는 두 보컬의 창법마저 희망으로 벅차오르는 마음을 담아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김준호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Wake Up"은 희망이라는 평범한 주제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순간이다. 특유의 발음으로 인해 어눌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꾸밈없는 창법과 맞물려 청자의 이입을 용이하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거듭나는 것이다.
주제의 보편성은 장르를 넘나드는 팀의 시도로 인해 보다 확고해진다. 'Running back to you'라는 뜻을 가진 "RBTY"가 대표적이다. 기타가 주도하는 컨트리 성향은 오래지 않아 전자음이 지배하는 일렉트로닉으로 이행한다. 그 연원만큼이나 서로 낯선 두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망설이지 않는다. 장르의 경계란 아이엠낫에게 있어서 무의미하다. 잘게 쪼개지만 한 방 한 방 묵직한 리듬을 선보이는 록 넘버 "Fireworks", 퍼즈 톤의 기타 위로 윤석철의 건반이 아름답기보단 잔망스럽게 뛰노는 "iamnot Blues" 등을 지나고 나면 "Eyes open (Feat. 선우정아)"에 이르게 된다. 각성을 촉구하는 노랫말과 함께 전달되는 무시무시한 음압은 분명 뉴메탈에서나 보던 그것이다.
긍정의 전도사였던 그들도 무적은 아니다. 40분에 이르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희망을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화자 자신이야말로 희망이 절실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아트워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넓게 퍼지는 신시사이저가 인상적인 "Lost"의 이야기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서 돌아갈 방법도 모르는 채 그저 걷기만 하는 화자의 모습은 앞서 보았던 당당한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무력감은 자연스럽게 "Hope"로 이어진다. '나를 믿어준 네게 힘이 돼'주고자 '달려보지만' 공허함만 밀려온다. 여기서 화자는 다시 행복의 조건을 떠올린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자기애 말이다. 달리지 않아도 좋다는 사실을, '지금처럼, 딱 그만큼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하다는 사실을 가슴에 아로새긴다. 이렇게 "Happiness"에서 "Hope"로, 다시 "Hope"에서 "Happiness"로 이어지는 순환의 고리는 희망이 필요한 '너'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로 탈바꿈한다.
아웃사이더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결코 달콤하지 않다. 꿈에 젖어 깨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 그는 무조건적인 위로를 건네기보다 오히려 일갈한다. 다른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서 희망은 비롯된다며. 주변부에서 중심부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기투했던 그였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내가 나의 중심이 되는 것. <Hope>의 달콤 쌉싸름함이야말로 아이엠낫이 이야기하는 희망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