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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Feb 02. 2024

[2024 섭식장애 인식주간] 우리가 아니면 누가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의 이야기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97869&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이끄는 박지니 작가님(a.k.a. 대장님)이 쓰신 글을 읽어보시면 

섭식장애 인식주간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2023년 섭식장애 인식주간이 마무리된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나 2024년 섭식장애 인식주간이 이번달 (2월)에 열린다. 나는 잠수함토끼콜렉티브의 단체 메세지방에 일원으로 속해있긴 하지만,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에 비하면 그분들의 활동에 열심히 리액션을 (그마저도 잘 하지 않는..) 작고 작은 1인일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고, 우리의 이야기가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향해 가는 3-4주동안 주 1회 글쓰기를 목표로 해보고자 한다. 


매년 많지는 않지만 1-2회의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는 느낌'을 느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결국 그들의 질문은 비슷하고 경험 속 사건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나의 대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관련한 인터뷰 요청이 온다면 기꺼이 그리고 감사히 참여하겠지만, 소심하게나마 나의 공간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보려 한다. 



그들은 왜 '현재' 그리고 '지금'에 관심이 없었을까



섭식장애를 경험한 당사자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는 당연히 섭식장애에 대한 것일테니 그때의 내 생각, 감정, 행동, 관계 등에 대한 질문이 주가 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현재는? 섭식장애와 어느정도 멀어진 나,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진 지금에 대해서 묻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떤 이는 마치 섭식장애가 인생에서 아주 사라진 것처럼 생각했고 또 어떤 이는 섭식장애가 여전히 일상 여기저기에 녹아 있다는 말에 '결국 치료가 다 안되셨군요.'라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치^가 아닌 병을 잘 다룰 수 있는 게,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목표라는 말을 듣고 그게 바로 자기합리화라며 혀를 찼다.


완.전.히

완.벽.하.게


'회복' 또는 '공생'이라는 단어를 쓸 때마다 위 표현들이 내 마음을 콕콕 쑤신다. 낫지 않은 사람이, 여전히 섭식장애에 대해 고민하고 가끔은 늪에 빠지기도 하는 사람이 병에 대해 왈가왈부 할 자격이 있나? 라는 비난 섞인 의문이 등장하면 평생 섭식장애에 대해 말하지 않고 마치 없었던 것처럼 모른 척하며 살고 싶어진다. 하지만 낫지 않았든 나았든 병을 경험한 당사자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이야기할 수 있지? 딱딱한 이론과 납작한 기준들 사이에서 환자라는 이유로 여전히 ^질병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취급받기를 견디는 것엔 신물이 났다. 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완전과 완벽을 들이미는 사람들에게 역으로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완전한가요? 완벽한가요? 

대체 그것은 무엇인가요?


병과 잘 지내는 삶은 현실적이지 않고 지나친 이상이자 합리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치료가 어려운 신체적 질병, 평생 관리하면서 살아가야하는 병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그들의 삶은 전부 비현실적이고 합리화인가요? 세상에 존재한 모든 병이 완치만을 향해 가지 않을 수 있음을 왜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냥 이 병이 거슬리시는 건 아니시구요? 아, 이것도 섭식장애 환자들의 극단적인 반응이자 피해망상이라구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결핍에 걸려 넘어지고 부정적인 감정들에 잠겨 허우적대기도 한다. 삶은 그런 날들이 그렇지 않은 날들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살아간다. 결핍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끌어안고, 그 역시 삶의 일부이자 자신의 일부라고 말하며 함께 살아간다. 나에게는 섭식장애가 그렇다. 섭식장애는 나의 전부가 아니다. 그렇기에 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살아간다. 살아갈 수 있다. 



 병은 전체가 아니다 



사이다 결말을 기대한 이들에게 

완치를 맞이한 깔끔한 끝만을 인정하는 이들에게 

병을 인정하고 여전히 한 부분을 내어준 나의 삶은 희망보다 절망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생각에 불과하다. 

병과 함께하는 내 삶은 소위 정상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삶보다 건강할 수도, 즐거울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계속 이야기하고자 한다.

병을 경험한/경험하는 사람으로서 

병과 함께하는 사람으로서

나의 부분을 기꺼이 공유하고 싶다. 


드라마도 영화도 극적인 사건사고도 아닌 '경험'과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린 다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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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3층 브릭스에서 진행될 두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Eating Disorders Awareness Week)은 기업 후원 없이 진행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p/C2RL6Jfyn4K/?utm_source=ig_web_button_share_sheet&igsh=MzRlODBiNWF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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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네요.

매번 잊혀질즈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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