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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Oct 21. 2018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나는 디자이너이자 개발자이다.
디자인과 코드를 같이 다루는 작업을 많이 한다. 

이렇게 내 소개를 하면, 디자인과 코드를 동시에 하는 그런 직책이 처음부터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회사에선 코딩만 했고 디자인은 취미로 내가 좋아서 한일이었다. 

처음에 디자인과 개발을 둘 다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선배들은 세상에 그런 직책은 없다고 한 가지나 잘하라는 말을 했었다. 이것은 회사와 직군이라는 틀에 나를 맞추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라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에서 직접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디자인을 공부하며 쌓인 디자인 감각이 개발에 묻어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특히나 보여지는 화면을 만드는 프런트엔드 개발의 경우엔 디자인을 모르고 만드는 개발과 디자인을 이해하고 만드는 개발에는 결과물의 퀄리티에 차이가 있다.


세미나나 이메일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종민님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다.

내가 만드는 작업물들처럼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려면 어떤 방향으로 공부/취직을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인데, 남들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 화려한 비주얼의 작업들'만' 만들면서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는 수익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가진 집단이기에 나만을 위해서 내 입맛에 맞는 일들만 나에게 줄 수는 없다.


'나는 이런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회사에선 다른 재미없는 일만 시킨다' 던 지, '만약 내가 디자이너인데 개발을 할 줄 안다고 하면 내 업무 이외에도 잡다한 일을 나에게 시켜서 힘들다' 하는 질문도 역시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나는 개인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말로 내가 뭘 잘한다, 뭘 하고 싶다고 말해봐도 그게 먹힐 확률은 굉장히 낮다. 하지만 작업으로 보여준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는 내가 개인작업을 하면서 느낀 부분인데, 내가 만드는 개인 작업들이 쌓이고 점점 세상에 알려지면서, 회사 내의 사람들까지 나를 그런 작업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회사에 그런 류의 일이 생겼을 때 나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지게 된다.


즉,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부분을 맡겨줄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개인작업으로 만들어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라면 수동적으로 행동하기보단 내가 좋아하는 분야, 잘하는 분야를 계속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나에게 정해준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비슷한데, 나는 조심스럽게 내 직업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은 게임과 달라서 초보자-파이터-워리어로 전직하는 패턴을 따라간다고 꼭 성공하진 않는다. 게임은 레벨을 빨리 올려 보스를 잡으면 끝, 해피엔딩이 되지만 인생은 다르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내가 미래에 UX 엔지니어라는 직책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 공부했던 것이 아니듯이, 빠르게 변하는 IT 환경에서 10년 뒤, 아니 5년 뒤에 어떤 직책이 생겨나고 사라질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직책의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보단 어떤 것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혹은 개발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눈앞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가 되기보단 내가 어떤 작업에 더 흥미를 느끼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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