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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Oct 18. 2018

디자이너가 개발을 배웠으면 하는 이유

개발자가 디자인을 배우는 게 쉬울까? 디자이너가 개발을 배우는 게 쉬울까

개발자가 디자인을 배우는 게 쉬울까? 디자이너가 개발을 배우는 게 쉬울까?

강연을 다니며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인데 개발과 디자인을 동시에 하는 사람으로서 결론부터 말하면,


디자이너가 개발을 배우는 게 훨씬 쉽다.


물론 이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슷한 레벨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비교 대상으로 한다면 내 생각엔 디자이너가 개발을 배우는 것이 훨씬 쉽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알아보면,

디자인이란 사실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데, 설계, 문제 해결, 비주얼, 움직임 등 다양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디자인의 기능적인 의미를 떠나서 미적인 부분의 디자인만 놓고 보더라도 명확한 선을 긋기가 참 어려운 분야다. 이것은 마치 "이 사람이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야"라고 말하는 것의 오류와 같은데,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다르듯 디자인의 미적인 부분도 시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달라서 어떤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또 어떤 디자인이 좋지 않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혹자는 디자인은 창조가 아닌 통계를 내는 작업이라 잘된 디자인들의 레퍼런스를 참고로 약간의 변형을 가해 고객이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이라고도 한다. 물론 그렇게 하면 어디서 본듯한 디자인만 나온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이 말도 역시 맞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데만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누구나 디자인에 대해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에도 누군가는 '나는 이거 별로던데'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디자인을 보는 시각이란 연습함으로써 향상되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시각을 무조건 나쁘다고 평 할 순 없다. 내 디자인을 구매하는 대다수는 이런 전문가가 아닐 테니까.


에이전시에 일할 때도 디자이너들은 클라이언트의 간섭을 많이 받으며 수정이 많지만, (최악으로는 높으신 분의 취향에 맞지 않아서 엎어지기도 한다) 개발자들은 필요한 기능만 구현하면 되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의 간섭을 덜 받는 편이었다.


나는 이것이 디자인이 어려운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개발자는 이 부분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개발은 공부다.

하지만 개발은 그렇지 않다.

개발자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냐/없냐', 혹은 '얼마나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코드를 만들 수 있냐'로 레벨을 정할 수 있다. 개발에도 디자인과 같은 센스가 필요하지만 많은 부분이 학습에 의해 이루어진다.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봤냐에 따라 개발자의 능력은 정해질 수 있다.


개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검은 화면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수식을 타이핑하는 개발자들이 천재들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구구단 계산하는 코드만 짜도 뭔가 있어보임..]


일반 사람들이 개발보다 디자인을 더 쉽게 생각하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아서이다. 일단 간단한 툴 사용법을 익히고 나면 눈에 보이는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 건 쉽고 재미있는 작업이 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디자이너의 세계로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개발은 조금 다르다. 개발은 처음 진입이 쉽지 않다. 처음 외국어를 배우듯 낯선 언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이 처음이 조금 힘들지 분명 익숙해지면 쉬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


그럼 개발은 어떻게 배우면 좋을까? 시작이 어렵다면 학원을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드는 것도 역시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인), 그냥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이다.

사실 공부는 혼자서 하는 것이다. 학교에 다닐 때 한 반에 3~40명의 학생들이 모두 다른 성적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절대 지능의 차이가 아니다. 단지 1등을 공부를 많이 했고, 꼴등은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부를 하면 성적이 좋아진다.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을 몇 권 사서 대충 읽어 본 다음 간단한 것부터 만들어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책 속의 이론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개발 실력은 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만들어보며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할 때 희열과 함께 내 실력은 쌓이게 된다.


훌륭한 멘토나 사수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크게 상관없다. 구글에 막히는 문제를 검색하면 이미 누군가 먼저 같은 문제를 질문한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사수나 멘토가 없었지만 개발을 배우는데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나랑 안 맞으면 안 해도 됨

모든 디자이너가 개발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 나 혼자 모든 것을 잘 할 필요도 없고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많지도 않다. 그래서 우리는 팀을 만들고 협업을 한다.

만약 개발이 정말 재미없고 힘들다면 굳이 배우지 않아도 상관없다. 디자인만 잘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시대이다.

이 글은 '디자이너가 개발을 꼭 배워야 한다'가 아닌, '개발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관심 있는 디자이너라면 도전해보라'라고 권하는 글이다. 생각보다 인간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 시각이 주는 즐거움을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개발 분야에도 많이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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