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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비 Jan 04. 2023

카톡 단톡방을 모두 정리하고 핸드폰을 껐다

혼자만의 시간 

카톡 단톡방을 모두 나가고 핸드폰을 껐다. 

그러자 방전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밥벌이'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과 오랜친구들과 눈을 맞추며 마음을 나누니 에너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손이 빠르니까 편집 좀 해주세요' 

' 우리 밥 먹어요... 영상 배우고 싶었는데 가르쳐 주세요' 

' 똑똑하니까 너한테 부탁을 하는 거지 '

' 이 번 프로젝트 같이 해볼래~ 요즘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네'   


' 저 지금  준비하는 하는 일이 있어서 .....'

' 맨날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잠깐 쉴 때 가르쳐 줘요. 맛있는거 먹으며 수다 떨면서요....' 

'몇년 째 안되는 일 이제 놓을 때도 되었잖아. 그만큼 쉬었으면 되었어. 뭔 벌써 은퇴야  돈 많이 줄께  돌아와라.~ ' 


지쳤다.  가족, 예전에 일했던 직장동료, 지인, 어쩌다 알게 된 사람들 모두가 망설임 없이 나에게 부탁을 한다.  함께 하자고 도와달라고.   고마운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진심을 담아 정중히 거절해도 계속 계속 계속...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이러다 나는 결국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며  한순간 폭발할 것이다. 그 폭발은 분명  후회가 남는 끝을 남기며 나와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것이 분명했다.  


갱년기의 시작 때문인지,   큰 수술이후 약해진 체력 때문인지,  면역력이 한 번 떨어지면 오래 간다고 구질구질 이야기해도  '동정의 눈빛' 한 번 보내고 결국은 자기와 함께 뭔가를 하자 하는  이기적인 몇몇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한 덕분에  2022년 나는 마음에 커다란 생채기가 생겼다. 물론  덕분에  사람 관계에 대해 진중하게 다시 생각하는 귀한 경험이 되었다. 이제 나는 직장인이 아닌 프리랜서 1인 기업가다.  동물원에서 야생의 세계로 자유롭지만 위태롭게 살아가야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때 10번을 넘게 생각하고 부탁을 한다.  그래서 거절을 당하면 약간의 상처를 입는데 나의 이런 성향 때문에 타인의 부탁을 무겁게 받아들여 웬만하면 해주었던 것이  문제를 만들어 낸 듯하다.  


2년 전부터 유튜브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영상을 잘 만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노력끝에 제법 만든다. 그 작업이 유튜브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빨리 배울 수 있는 호구선생으로  보인 듯하다.  


그 사람들에게 말했다. '6개월 동안 매일밤 2시간씩 앉아서 인터넷으로 독학한 거예요'  '어머 똑똑한가 보다'  나는 옆에서 누가 가르쳐 줘도 안되는데...    인터넷으로 독학을 결정한 것은  '독한 것도 ' '똑똑해서도'  아니다.  체력이 안되다 보니 나가서 배우고 오면 지쳐서 직접 해보지 않아 내 것이 안 되는 실수를  반복하다 내린 결정이었다.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는 없으니,  가능하면 어떻게 편집 시간을 줄 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시간이 지나자 운전연습처럼 익숙해진 것 뿐.   이틀 걸리던 것이 하루로, 하루 걸리던 것이 반나절로 시간이 줄었고,  기술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어 편집 시간은  2시간을 넘기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된 듯하다.  


나는 새로운 일도 진행해야 하고, 혼자 배워가며 해야 할 것이 산더미 같은데,  새해에 자신들의 계획에 나를 집어넣은 몇몇 사람들에게 진중하게 거절해도 끊임없이 전화와 톡을 해서 핸드폰을 껐다. 그리고 가족 단톡방을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두려웠다. 미움받으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이었다.  친한 친구들은,  내가 좋아하는 지인들은  모두가 이해해주고  믿어주었다.  조언을 해준 고마운 사람도 있었다.  귀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톡에는 <휴가 중 ~3.5>이라고 남겼는데, 오랜만에 핸드폰을 잠시 켜니 눈에 거슬리는 톡이 와 있다.


  '좋겠어요. 핸드폰 꺼놓고 쉴 수도 있어서 ~ 나도 핸드폰 꺼놓고 쉬고 싶네' 


과연 좋은 일일까? 

카톡 단톡방을 나가고, 

핸드폰을 꺼놓으려면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거나 욕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맞설 용기

타인의 삶을 '관종'으로  바라보던 습관성 중독을  참아내야 할 인내. 


혼자만의 시간

감사한 충전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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