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0416
그날은 호주 한국일보 마감 전날이라 무척 바빴다. 디자인 마감을 해야 해서 나는 더 정신이 없었다. 아침부터 디자인 변경과 신규 작업할 것들이 책상 위에 쌓여 있었다. 출근을 하면 네이버에 들어가 한국 뉴스를 읽는 것이 일상의 시작이었는데 그날은 그럴 정신이 없었다.
외국 업체 여직원과 디자인 수정에 관한 짤막한 이메일을 주고받는 중이어서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디자인 수정하면서 업체와 긴밀한 대화는 필요 없다. 신규 사진과 텍스트를 적당한 자리에 끼워 넣고 정리를 잘해 주면 된다.
"어 지금 한국에 배가 뒤집어져서 300명이 죽었대요"
옆에 있던 디자이너가 크게 소리쳤다. 나는 깜짝 놀라 그의 모니터 화면을 봤다. 진짜 배가 뒤집어져 있었다.
"어떡한데요. 어머나"
전화기 벨이 울리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외국 여자와 짤막한 통화를 끝내자 디자이너가 말했다.
"속보네요 다행히 다 구조됐다고 하네요"
"다행이네요"
그렇게 속보를 접하고 별일 아니라는 생각으로 신문 마감에 집중했다. 정신없는 하루가 저물어 가기 전 우리는 저녁밥을 먹고 회사로 다시 들어왔다.
"아직 아이들이 구조가 안 돼서 구조 중이래요"
신문 마감을 한참 할 시간인 늦은 밤에 헬기는 하늘 위를 떠 다녔고 구조 불빛은 밝았다.
"한국의 인명구조는 세계 최고라고 하니 다 구해 낼 거야"
누군가 슬퍼하는 직원들을 위로하며 건낸말이다 우리는 그의 말을 믿고 아이들은 다 구조됐을 거라 생각하고 퇴근을 했다.
CNN에 내 고향 진도에 관한 기사가 떴다.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라는 큰 배가 침몰해 300여 명이 넘는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했다]
한국 언론의 오보로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편하게 하루를 마감하고 잠을 잤고 아이들은 차가운 바닷물에서 숨을 쉬지 못했다.
호주에서는 세월호를 한국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게 됐고, 뜬소문으로만 생존자와 부모들의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이 죽어서 효도한 거야 그들 부모가 평생 손에 쥐어 보질 못한 몇 억의 보상금을 받았잖아"
"지금 한국은 장사가 안돼 다들 죽을 상이래 지금 한국 경제가 말이 아니래 식당은 파리 날린대"
"놀러 가다가 죽은 걸 어쩌란 거야"
등등의 말이 쏟아졌다. 저런 말들은 한국에서 흘러 들어온 이상한 말들이다. 왜 못 구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없다. 보상금과 한국 경제 얘기뿐이다. 자기 주위의 소중한 사람이 한순간 사라졌다면 저런 가혹한 말들이 이 먼 타국까지 전해졌을까?
호주 한인회에서는 세월호 모금을 했다. 나는 손이 작아 얼마 내지 못했다. 내 작은 손이 너무 야속했다. 나의 성금이 희생자와 생존자 그리고 가족들에게 위로는 되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이 난다.
소중한 사람들 기억할게 Remember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