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이야기. 세상을 탐험하는 아가와 엄마도 되어가는 여자. 1
안녕 아가.
유난히 더웠던 23년 7월, 네가 세상에 첫 노크를 하고 나서 129일이 지났어.
4개월이 흐르는 동안 그대의 존재를 매번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때마다 존재만으로도 기쁨을 준다는 형식적 표현이 사실은 오랜 세월 인간들의 찐 경험에서 더 이상의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진실된 표현임을 알게 되었어.
작은 완두콩 안에서 기차와 같은 심장소리를 내기도 하고,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의 정도의 크기에 하리보와 똑 닮은 모습이기도 하고, 손바닥 안에 들어올만한 때는 다리 사이로 작은 땅콩을 보여주기도 하고 있다.
네가 이렇게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 나 역시 세상을 보는 시선이 자라는 중이야.
하나의 생명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부단한 노력들, 그리고 진정 어린 사랑들이 쏟아지는지 알게 되었어.
나비물 같은 나의 엄마는 당신의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를 위해 매주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길을 수차례 반복하여 오가며 쓸고 닦고, 주야로 입이 마르도록 기도를 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염원을 모으면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될게 틀림없어.
가끔은 네가 살아갈 세상을 상상하며 어떤 가치가 정말 중요한 것임을 이야기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인생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있기도 한다.
임산부라는 특정 소수 카테고리에 소속되어 다수를 위한 효율의 관점으로 최적화된 인프라들을 경험하며 여러 관점의 소수 집단들을 포함한 진정한 인권 평등성의 가치의 중요함을 알았거든. 고백하자면 나는 효율의 가치를 꽤나 중시하는 효용인간 부류였어.
사실 아직은 네가 뱃속이 아닌 우리와 눈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너의 손과 발이 되어주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바라는 것은 우리를 찾아온 손님인 그대가 너의 길을 찾아 떠나기 전까지 편협하지 않은 시선과 따뜻한 마음으로 온 세상을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는 것이야.
새로운 탐험가로 세상에 조인한 것을 축하해. 나 역시 엄마라는 신대륙을 발견했으니 마음껏 떠나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