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려 어떻게든 짜내는 거미줄.
여러 OTT 서비스의 유행과 긴 팬데믹으로 인한 극장 침체, AI 논란으로 인한 할리우드 파업 등 영화가 위기를 맞고 있는 최근,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 데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 등 여러 감독들이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고 김지운 감독 또한 <거미집>으로 이에 합류했습니다.
걸작을 만들기 위해 "결말만 조금 수정"하려는 감독이 짠 거미집에 여러 배우와 제작진들이 모이고, 이들이 삶과 영화를 점차 포개어가며 그리는 군상극은 유쾌하지만 편안하지만은 않은 웃음과 황당무계함을 자아냅니다. 이 ‘막장에 콩가루’ 같은 현장이 최종적으로 감독을 이끄는 곳은 영화에 대한 사랑과 자아실현의 만족감일까요, 아니면 메울 수 없는 공허한 기반이 주는 허무와 자괴감일까요.
이 영화가 그리는 대상은 고 김기영 감독 등 70년대 한국 영화계의 인물들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 걸까 고민하는 수많은 창작자들로 보이기도 하며, 또는 <인랑>의 실패 이후 많은 고민을 겪었을 김지운 감독 본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당연하다는 듯 훌륭한 열연을 선보인 송강호 배우 외에도 여러 조연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정수정 배우의 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정수정이라는 이름에서 F(X)의 크리스탈이 먼저 생각나신다면, 이 영화를 통해 약간의 놀라움을 얻어가시는 것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