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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준 Sep 30. 2021

"청년, 쓰려면 값비싸게 써야 한다"

[인터뷰] 청년선본이 이정미 대선경선 후보에게 묻다

* 아래 인터뷰는 이정미 캠프 청년선본의 기획기사입니다. 필자는 청년선본에서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문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76067






20대 대선이 5개월가량 남았다. 각 정당에서는 현재 치열하게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경선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정의당 역시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총 4명의 후보가 출마를 한 상황. 이정미 후보 선거캠프는 청년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청년선본'을 꾸리고 청년 관련 메시지를 내고 있는 중이다. 이정미 후보가 청년과 청년정치, 청년정책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 지난 25일 그를 서울 영등포구의 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후보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왜 청년 정치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지를 물어야 한다"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이정미 정의당 대선경선후보. ⓒ 이정미 캠프


- 4기 당직 선거 당시 '청년정의당'을 공약했습니다. 당 대표 시절 어떠한 비전으로 청년정의당을 준비했나요?

"진보정당이 처음 시작했을 때 주역들은 계속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이다음을 이어나갈 수 있는 세대들이 진보정당 안에 새롭게 유입되거나 형성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가 있었어요. 우리끼리는 '진보정당의 생물학적 대가 끊기는 게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걱정이 컸습니다. 

그러면 청년들이 이 당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 라고 생각해서 제가 당 대표 출마를 하면서 청년정의당 공약을 했던 거죠. 그러면서 청년발전기본계획을 만들고 청년정의당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준비를 좀 오래 했습니다."



-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인생 51%는 청년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는데요,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정치인은 자신의 다음 정치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정치의 다음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측면에서 '정의당의 정치인 이정미'에게 중요한 건 저의 미래보다는 정의당의 미래이고, 그것을 준비해나가야 한다는 거였어요. 청년정의당과 정의당의 다음 미래를 만드는 일이 저에게는 더 중요한 사명이라는 의미였습니다."



- 많은 정치인이 청년에게 구애하는 모습을 보여요. 이것에 대해 '청년 팔이'라는 비판들이 많은데, 이런 흐름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요. 

"청년 정치인을 소비하는 정당들이 분명히 있어요. 주요 선거 때만 최고위원, 대변인 등에 청년을 세워놨는데 한두 달이 지나면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아요. 청년을 쓸려면, '값비싸게' 써야죠. 청년에게 직접 권력을 주고, 연단에 설 수 있게 해야 하는 건데 입간판 취급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장사가 끝나면 치워버리는 거죠. 청년 팔이라는 비판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 이정미는 '청년 팔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는 당 대표 시절 청년들 스스로 연단을 만들어주는 데에 집중했어요. 청년들이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역할을 했고요. 이제 강민진 대표와 청년정의당이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 '청년 팔이'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어요."



- 청년만 힘든 게 아닌데 청년에 특별히 집중해야 하냐는 의문 역시 존재합니다. 후보 생각은 어떤가요.

"여태까지 대한민국 정치가 청년들을 너무나 소홀히 대한 탓에, 이걸 상식적인 수준으로 올리려고 노력하니까 이 현상이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것 같아요. 2030 청년세대가 전체 국민의 30%가 넘는데 정치권 안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인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결국 '왜 청년 정치인을 이렇게 특별하게 대하냐'가 아니라 '이때까지 왜 청년 정치인들에 한 번도 기회를 안 주냐'라고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정미가 지향하는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경청하는 리더십이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얘기만 하는 데에 집중하고 이것이 옳다라고 주장하기 바쁘지만, 이제 그런 리더십은 대중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시대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소위 '임파워링 리더십'이에요. 우리의 역량이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게끔 하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라고 봐요. 이정미가 대선주자가 되는 것만큼이나 이 일에 함께 뛰는 사람들이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 역량을 키울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청년과 노동의 문제, 최전선에서 해결하려 했다"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이정미 정의당 대선경선 후보. ⓒ 이정미 캠프



- "대통령제 없애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선언한 게 인상 깊습니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내각제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의원내각제를 하게 되면 다당제 구조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지금과 같은 100% 권력 독점 체제하에서는 다당제를 하기에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은 '정의당은 뽑아줘 봐야 1등 할 가능성이 없는 당 아니냐'라고 생각하기 쉬워지고요. 의원내각제가 도입되면 가지고 있는 의석수만큼 내각에 참여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청년들도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거라고 봅니다."



- "기득권 세력들로부터 바통을 빼앗아 청년에게 건네주는 일을 하겠다"는 말도 하셨어요. 이 말이 세대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읽힐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요?

"소위 '586 기득권 정치인'을 겨냥한 말이에요. 87년 6월 항쟁의 경험을 가지고 정치에 입문한 뒤 지금까지 30년 넘게 흘렀는데, 이제는 자신들이 추구했던 사회개혁 방향에서 이탈해버렸습니다. 개혁의 동력을 잃은 셈이죠. 저는 그런 이들로부터 권력을 이제는 진짜 개혁을 이루려고 하는 세대, 그 개혁이 너무나 절실히 필요한 세대들에게 바통을 줘야 한다고 본 거였어요. 그걸 제가 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 정의당에서는 지금까지 심상정 현 후보의 의정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정미와 '청년'이 잘 연결되지 않는 느낌 역시 있는데요.

"저는 그 말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심상정 의원님이야 4선 의원이기 때문에 존재감이 커 보이는 것이고요, 제가 20대 국회에서 일하면서 저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일들은 청년들과 관련될 일이었어요. 이랜드의 시간 쪼개기 노동, 파리바게트 불법 파견, IT 노동자 과로사 등의 이슈들의 제일 앞에 제가 서 있었습니다. 알바 인권법,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같은 것도 제가 다 만들었고요. 


그동안 정의당이 잘 주목하지 않았던 청년 노동의 문제를 이정미가 의정활동을 통해 개척해냈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를 그것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고 봅니다."



"청년들이 자기 삶의 문제 해결할 수 있게 권력 내줘야"



- 청년 이슈에 있어서 이정미가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어떤 것인가요? 

"많은 후보들이 자꾸 수당을 준다는 얘기를 하던데, 저는 부채 탕감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은행 개인 대출 중에 청년들의 부채비율이 굉장히 높은 거로 나타났는데, 사회에 나오자마자 부채 탕감하느라 허덕이게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두 번째로, 뭘 자꾸 준다고 하지 말고 그들에게 권력을 줘야 해요. 이게 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봅니다. 청년이 자기 삶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권력을 주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합니다.


가끔씩 청년들에게서 기성 정치인들의 청년 정책이 되게 뜬금없다는 평가들이 나오잖아요. 그건 청년들의 삶에서 비롯되는 구체적인 해법이 아니라 편파적인 이해에 기반하는 정책이기 때문이거든요. 결국, 그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교감하는 대표자들이 국회로 가서 당면 과제들을 해결해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겁니다."




이정미 후보의 두 번째 책 <정치하는 마음>. ⓒ 오픈하우스




- 최근 신간 <정치하는 마음>을 냈습니다. <정치의 의무>를 낸 뒤에 두 번째 책인데, 첫 책을 쓸 때의 마음가짐과 어떤 면에서 다른가요. 

"첫 번째 책은 총선을 앞두고 낸 책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 이정미의 생각을 좀 더 잘 전달할 필요가 있었어요. 지역 주민들에게 진보정당 정치인이 되게 낯설기도 하고, 우리의 얘기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요. 반면에 이번 책은 성찰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나를 좀 더 철저하게 돌아보고 어디서부터 매듭이 꼬였는가. 이것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 뒤에 낸 책입니다."



-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힘을 준 파트가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돌봄 파트를 제일 신경 썼어요. 제 생각을 좀 더 잘 전달하고 싶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났거든요. 이 책에서 그렇게 만났던 사람들을 거명하기도 했고요. 책이나 영화도 많이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문해학교의 어르신분들과 그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 감독님, 보호종료아동, 고립사하신 분들의 삶의 마무리를 정리해주시는 분 등을 만났어요."


             

- 책에서는 류호정 의원의 후원회장직을 맡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일화를 소개합니다. 총선 이후 1년 5개월이 지났는데, 후원회장으로서의 소회는. 

"원래 후원회장은 의정활동 열심히 하라고 후원을 많이 끌어다 주는 역할이에요. 그런데 제가 도와주지 않아도 잘 하더라고요(웃음). 처음에 별다른 상의 없이 후원회장직을 수락했는데 주변에서는 좀 시끄럽긴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죠. 지금은 류 의원이 제 캠프의 선대위원장이잖아요? 일종의 상부상조인 거죠."



- 그럼 어떤 생각을 가지고 후원회장직을 수락하신 건가요?

"류호정 의원과 저는 노동현장에서 만남이 시작됐어요. 노동자로 살아왔던 류호정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이정미가 만난 것이죠. 노동에 기반해서 역할을 하려고 하는 젊은 청년 정치인이 정의당 안에 있는 것이 되게 기뻤거든요. 류 의원이 당을 위해 잘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 책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정 담론에 대해서도 비판합니다. 오늘날 '공정성'에 대해 정의당 후보 이정미가 취해야 할 입장이란 뭘까요?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모든 공정 담론은 상위 20%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을 전제로 한다고 봐요. 저는 이 담론에 끼지도 못하는, 혹은 거기에 관심을 가질 시간조차 없는 청년들의 불평등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제가 책에서 '평등을 전제하지 않는 공정은 허구(p.77)'라고 말한 것처럼요."



- 정의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저조한 상태를 보이는데요, 이런 상태에서 이정미는 청년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이제부터야 말로 청년정의당의 진면모를 보여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당사자들이 유권자들을 만나고 왜 우리는 이정미를 지지해야 하는가, 그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겠죠?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임파워링 리더십'이고요."



- 대통령 후보 이정미가 가장 강조해서 내놓는 딱 하나의 슬로건과 그 이유는 뭘까요. 

"돌봄 혁명을 가장 강조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가 산업화 이후 성장했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 성장의 대가가 결국은 대다수의 사람을 외롭게 내던져버린 거라고 보거든요. 내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나를 도와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이 파괴된 관계성을 어떻게 다시 회복하고 외롭지 않게끔 할 것인가, 필요할 때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돌봄 사회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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