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0년 넘게 영어를 배웠는데 제대로 말하지도 못한다’는 표현을 자조의 의미로 자주 쓰곤 한다. 그만큼 한국사회는 공교육에서 영어에 들이는 비중이 높다는 것일 텐데, 또 그만큼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지 관련한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이쯤 되면, 영어 학습에 임하는 우리의 태도를 점검해볼 필요는 없는 걸까? 우리가 영어를, 더 나아가 언어를 대하는 태도는 어때야 하는 걸까?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풀리기 힘든 이 문제를 ‘교수자/연구자’이자 ‘학습자’의 관점 모두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이가 있다. 지난 4월 첫 책 <언어가 삶이 될 때>를 출간한 김미소 작가를 모처럼 한국을 찾은 지난 15일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교육받은 백인의 기준을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건 일종의 허상”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도쿄의 작은 사립대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어요. 조금 더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언어 학습자이자 교수자입니다.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는데, 늘 방황하고 헤매고 있습니다. 가르치면서 배우게 되는 게 많아서 학습자와 교수자 두 정체성을 조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노력하지만 항상 어긋나는 중이기도 하고요.”
- 응용언어학 박사를 하셨는데, 좀 생소한 분야인 것 같아요. 해당 분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각 언어의 문법이나 발음 등 ‘언어’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 언어학이라면, 응용언어학은 언어학을 가지고 와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 관심을 가지는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재난 문자를 다국어로 보낸다거나 하는 언어정책도 응용언어학의 한 분야예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언어발달 지원, 한국어 교육 같은 것들도 크게 보면 응용언어학 범주 안에 있어요.”
첫 책이 이번 4월에 나왔잖아요. 독자들 반응은 좀 어떻던가요?
“아무도 안 볼 줄 알았는데 반응이 좀 있어서 놀랐어요(웃음). 출판사에서 힘을 많이 써주셔서 읽으신 분들도 많고, 언어 공부하시는 분들이 아무래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아요.”
이 책을 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예전부터 언어학습법 관련 책은 몇 번 의뢰받긴 했었어요. 박사과정 때도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가?’ 같은 내용으로요. 그런데 학습법 책은 누가 써도 저보다 잘 쓸 것 같았어요. 대학원 졸업 이후에 취직하고 나니까, 제가 여러 군데에서 써왔던 글들을 모두 봐주신 편집자 선생님이 긴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글에 대한 정성스런 후기와 함께, 어떤 결의 글을 어떤 식으로 묶어서 내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해주셨어요.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는 학습법 책이 아니라 제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에세이였어서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 ‘베트남 언니’와 함께 다문화가정에서 이십대 초반까지 보냈다고요. “언어 중개인”(p.15)으로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 한국사회의 풍경이 궁금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대구에서 살았는데, 지방이라 그런지 어릴 때는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외국인은 TV에서나 볼 수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언니를 데리고 병원을 가면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어린데 고생한다는 식으로 보기도 했고요. 그런 일이 자주 있었다 보니, ‘네가 그렇게 볼 거면 어쩔거냐’는 태도를 견지했어요. 어차피 내가 해야 했던 일이었고 지금 뭐라고 맞받아친들 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물론 어렸을 때니까 ‘왜 나는 평범한 중학생으로 살 수 없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사춘기를 지나면서 도와줄 여자 어른이 주변에 없었던 것들도 좀 힘들긴 했어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누군가가 저에게 베트남어나 베트남 문화에 대해 주변에서 좋게 얘기해 줬으면 언어에 대해 일찍 배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 한국에서는 유독 ‘영어를 잘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강한 것 같습니다. 특히 책에서 말씀하신 대로 학습자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영어공부를 유도하는 광고가 참 많죠. 왜 이렇게 영어공부에 집착한다고 보시나요?
“한국은 특히 어떤 사안을 흑과 백, 옳고 그름을 무 자르듯이 나눠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게다가 어릴 때부터 거의 세뇌하듯이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가르치잖아요. 유튜브에서는 아이돌의 영어 실력을 분석, 평가하는가 하면 어떤 멤버는 영어 유치원 출신이라면서 높게 쳐주는 영상 콘텐츠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 옳고 그름의 기준이 우리의 기준이 절대로 될 수는 없어요. 교육받은 백인의 기준일 수밖에 없고, 이걸 우리한테 그대로 적용한다는 건 일종의 허상이라고 생각해요.”
- 그렇다면 영어 시험 점수를 높이는 일은 중요하지 않은 걸까요?
“제가 미국 유학 나갈 때 토플 점수가 어느 정도 이상이 돼야 했었거든요? 그때 말하기 점수가 아슬아슬하게 넘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미국을 가니까, 아무도 제 토플 점수에 관심이 없더라고요(웃음).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영어로 말을 할 일이 많으니까 덕분에 영어 실력이 늘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영어 실력을 점수로 환원해서 보는 경향이 있고, 이게 하나의 ‘산’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600점, 700점, 800점 따라서 산에 올라가다 보면 실력도 느는 거라고. 물론 이런 루트를 따라서 쭉 올라가는 게 나쁜 거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실력 문제라기보다는, 목표했던 점수에 도달해보면 자신이 서 있는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게 하나씩 생기는 것 같아요. 좀 더 공부해서 토익 500점에서 7~800점으로 올라가면 ‘미드’가 더 잘 들린다거나, 팟캐스트가 더 잘 이해가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볼 수 있는 풍경이 달라지는 느낌이 있죠. 수직으로 올라간다기보다는, 수평으로 넓어져요.
- 사실 영어 성적 점수가 올라가는 건 눈에 잘 보이지만, 언어를 통해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어 가는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점수를 올리는 데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고요. 이런 조급한 마음을 미소님도 겪어보셨는지, 겪어보셨다면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요.
“일본어 공부할 때 느꼈던 건, 점수가 안 나오는 것보다는 내가 생활에서 필요한 걸 할 수 없어서 조급했던 기억은 있어요. 당장 내일 가서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어떻게 잘라 달라고 말을 못 한다거나, 고지서가 날아왔는데 뭔 내용인지 모르겠거나, 그런 기억들은 있었네요.
- 미국에서 다양한 바탕을 가진 학생들을 수업에서 만나면서 “다문회의 격전지”(p.77)라고 했어요. 일본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일본 사회가, 그리고 일본 사람들이 어떻다고 느끼는지 궁금해요.
“미국에 있을 때는 학생들의 배경이 굉장히 다양했어요. ‘격전지’의 중간에서 조율하는 게 제 일이었죠. 그런데 일본은 제가 작은 사립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저 외의 모든 학생이 너무 배경이 비슷하더라고요. 공유하는 경험이 다 똑같은 거죠. 그래서 여기서는 교수자인 저 혼자서 다른 문화들을 가져와서 ‘일본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 문화는 이렇게 다르답니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약간 달라요.’라는 식으로 가르쳐요. 다문화가 격전하지 않는 곳에서 제가 격전지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죠.”
이 책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챕터는 어디인가요.
“저는 ‘나가는 말’과 ‘들어가는 말’이요. 이 책을 쓰면서 변화했던 게 많은데요, 2020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2021년 말에 퇴고했어요. 그사이에 저는 학습자로서의 정체성은 거의 없었다가 교수자이면서 학습자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그렇게 부딪히면서 깨달은 거죠. 내가 잘할 수 없는 학습법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었구나. ‘나가는 말’을 쓸 때쯤에는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여러 언어의 경계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내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것들을 겪어왔는지 좀 더 잘 조망해서 볼 수 있게 됐어요.”
“영어는 우리를 어디든지 데려다 줄 수 있어요”
- 영어가 경계-넘기의 언어라고 믿는다고 한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경계를 넘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30대 초반의 여성인 제가 한국사회의 흔한 잔소리들과 온갖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한끝 비껴갈 수 있는 건, 제가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일본에 가면 그런 얘기들을 저한테 하는 사람들이 없거든요. 우리가 인터넷에서 신발 하나를 사도 최저가 비교하고 쿠션감이 어떤지, 디자인이랑 가격은 어떤지 따지면서 사잖아요.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하게 되면 이 나라는 이런 게 좋고 이 집단은 저런 게 좋다는 식으로 나한테 맞는 게 뭔지 고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어를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 사회가 주는 압박감으로부터 살짝 비껴갈 수 있어요. 미국에서도 어떤 나이대가 되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그런 게 있지만 그걸 외국인들한테까지 그 잣대를 강요하진 않거든요. 일본어를 하면 사실 좀 다른데, 일본어를 하면 갈 수 있는 곳이 일본밖에 없어요(웃음). 근데 영어는 우리를 어디든지 데려다줄 수 있어요.
- “언어 지식에 의지하기보다 서로 의사소통에 협력해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태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p.102)라는 말이 인상적이에요. 결국, 언어를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의사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요?
“네, 저는 언어지식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내가 벽돌책 분량만큼의 언어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도 내 앞에 서 있는 인도 출신의 IT 개발자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실 소용이 없는 거죠. (민준 : 그런데 태도를 가르치는 건 어렵지 않나요?) 굉장히 어려워요. 사실 문법을 가르치고 단어 리스트 준 다음에 20개씩 외우라고 하는 게 훨씬 쉽죠. 특히 제 교실에는 미국처럼 다국적 학생이 모여 있지 않고 다 일본 학생들이니까 그들이 믿어왔던 것들에 균열을 내는 게 되게 어렵거든요. 대놓고 ‘일본 나빠!’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수업할 때 쓰는 자료들도 일본에서 일어났던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다루거나 일본에 사는 외국인들이 데이트하는 영상처럼 말랑말랑한 걸 쓰곤 해요.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이런 일을 겪을 수 있고, 또 반대로 일본인이 외국에 가면 이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해주는 거죠. 이렇게 하는 이유가, 거부감이 안 들었으면 하거든요.”
이런 태도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걸까요? 누가 가르쳐 줘야 하나요?
“누가 뭘 가르쳐준다고 해서 태도를 배우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나가서 경험해봐야 하는 부분들이 많죠. 그런데 한 커뮤니티에, 한 사회에 실수해도 용납해주는 관용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있어야 경험도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너 왜 이런 식으로 해?’가 아니라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라고 말해주는 분위기 말이죠. (31:50) 그러니까 사회 전반에 여유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거죠.”
-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하찮음을 견디는 일이자 불안함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일이라는 표현(p.137)이 인상 깊어요. 이런 결론을 낼 수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신 걸까요?
“사실 다 큰 성인이 자기 앞가림을 못 하는 건 되게 부끄러운 일인데, 일본에 처음 왔을 때 대형 쓰레기 버릴 때 붙여야 하는 스티커를 신청하지 못했던 일이 나름 저한테는 실존적인 문제였어요. 서른 살 넘어서 기본적인 소통도 할 줄 모르는 내 모습이 하찮고 괴로운 시간이었죠. 물론 지금은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말하기에는 제가 고생한 것들이 다 사라지는 기분인 거에요. 내 고생이 ‘아무 것’이 되어 버리잖아요. 그래서 지나고 보면 이게 다 발판이 돼 있을 거로 생각하니까 낫더라고요.”
- 벨 훅스의 “우리는(...) 언어 속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는 말을 인용(p.266)하셨어요. 언어 속에서 해방시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작가님에게 다가오는 걸까요?
“언어는 때로 나에게 족쇄로 작용해 내 발목을 잡기도 해서 괴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어 덕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니까요. 제가 계속 영어만 하고 살았으면 영어만 하는 커뮤니티를 찾아다녔을 테고 일본 사회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었을 거예요. 그러면 제가 지금 일본 사회에서 경험하는 재미난 활동들을 접하지 못했겠죠? 일본어를 하니까 이 학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위기도 좀 더 잘 알 수 있고요. 언어가 나를 제약하는 면들도 많은데 내가 뭔가를 해주게 하는 것들도 많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많은 분이 언어를 통해 해방감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똑같은 사회, 똑같은 문화 안에만 머무르면 자기의 세계가 계속 좁아질 수밖에 없어요. 다른 길이 너무 많은데, 한 곳에만 머무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되는 거죠. 다른 언어를 하다 보면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다른 문화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고요. 그러다 보면 다른 삶을 경험하면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골라볼 수 있게 돼요. 여러 언어를 공부하고 여러 사회에서도 살아보면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사회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 이 책을 읽는 “세상의 모든 길 잃은 언어 학습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저는 조언을 할 위치에 서 있지 못하고요(웃음), 언어학습이라는 게 계속 ‘바운더리’ 그러니까 경계를 넓혀가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언어를 통해 예전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조금씩 하게 되는 ‘세계 확장의 기쁨’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처음에 저는 일본어 문법을 잘하지 못해서 그냥 들리는 대로 쓰고 그랬거든요? 계속 배워나가다 보니까 더 좋은 문법을 쓰게 되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그런데 그 기준을 남한테 두면 너무 괴롭죠. 그저 ‘내가 이런 문형을 쓸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해서 이런 것들을 얻을 수 있다’라는 기쁨에 집중하면서 계속 언어를 배워나가면 좋겠습니다.”
독자 분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왔으면 하나요?
“그냥 편하게 스르륵 넘기면서 읽으셨으면 좋겠는 게, 이걸 읽으면서 ‘왜 나는 이렇게 공부를 안 했을까’ 이러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으시길 바라요. 오히려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내가 하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이건 저의 경험일 뿐이니까요. 이게 정답이다 저게 정답이다 이런 말을 저는 정말로 하고 싶지 않거든요. 재밌겠다 싶은 거는 직접 해보시고, 나랑 안 맞으면 과감하게 넘겨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책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저한테는 언어 학습자와 교수자 두 가지의 정체성이 같이 있어요. 그래서 책으로도 학습자로서 하나, 교수자이자 연구자로서의 하나 이렇게 두 편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학습자로서는 저의 개인적인 학습기나 새로운 사회에서 느끼는 것들을 좀 더 담으려고 해요. 이번 책은 미국, 일본, 한국 얘기가 조금씩 다 있는 제 삶 전체의 경험이었다면, 학습기는 일본어를 배우면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교수자로서는 한국의 학습자 분과 함께 공부하면서, 우리의 세계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함께 기록하는게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요. 언어 관련해서 더 연구하고 싶은 분야나 쓰고 싶은 글들.
“9월에 곧 나올 논문이 동료 연구자 한 명과 같이 저희의 자전적 글을 모아서 분석한 결과물이에요. 연구자와 참여자가 똑같은데 이런걸 ‘자문화 기술지’라고 해요. 우리가 어떻게 교수자,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있는지를 담아내는 연구입니다. 또, 앞으로 연구해보고 싶은 분야라 한다면 해외 생활을 준비하는 한국 여성분들과 함께 영어공부를 하면서 기록으로 남기는 건데요, 어떻게 영어 정체성이 발달하는지를 다루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