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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Dec 25. 2023

핵개인, 어떻게 살 것인가!

송길영 작가의 '시대예보'를 읽으며


처음 '핵개인화'라는 이야기를 접했을 땐 그저 그런 마케팅적 트렌드 중 하나겠지라고 가벼이 생각했다. 송길영 작가의 폴인 인터뷰에서 '핵개인화'라는 단어를 (제대로) 처음 접했고, 핵개인이 '스스로 자기 서사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급격하게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날로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책을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나만의 서사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 서사를 경쟁력으로 발전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또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공동체에 속해 있는 우리들이 핵개인으로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으려고만 한다면 이는 곧 공동체의 붕괴, 이기주의 사회로 가는 것은 아닐지 하는 반대급부의 생각도 들었다. 핵개인화란 어떤 시대상을 담고 있는 것이며, 그러한 시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잘 살아남을 수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책은 핵개인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시대의 변화에 대해 프롤로그부터 냉철하게 꼬집는다.

쪼개지는, 흩어지는, 홀로 서는

프롤로그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핵개인화 시대가 비로소 도래했음을 알린다. 그리고 핵개인의 등장과 선언, 앞으로의 대비책까지 고루 짚어줄 것을 이야기한다. 프롤로그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말한다. "이제 옷차림을 위해 한 철의 기상을 알려주는 일기예보보다, 내 삶을 대비하기 위한 더 큰 호흡의 '시대예보'를 시작합니다." 이 한 문단에 소름이 돋은 것은 나뿐일까?


MZ 세대라 일컫어지는 이들을 필두로 갓생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도 핵개인화의 일환이 되었다. 모든 것이 '나'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누군가의 이기적임이 아니라 어떠한 삶의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이들은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사는 곳, 나와 같은 취향, 나와 같은 생각들이 소수의 여러 집단으로 파생되며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세상에 너무나 다양한 취향이 많아서 다수에게 사랑받을 수 없을지언정, 나와 취향이 맞는 어느 누군가는 꼭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던 이연 작가의 폴인 인터뷰가 떠오른다.



송길영 X 이연 작가의 폴인 인터뷰 중




「시대예보」를 통해 일과 삶에 대한 시대 변화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태도와 마음가짐은 '자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홀로 설 수 없다면 타인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도래하는 핵개인화의 시대에 스스로가 갖는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업적, 인간적으로 말이다. 이제 내가 나를 돌보지 못하는 것만큼 이기적인 것은 없다. 노인이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팔십 노인이 되는 50년 뒤의 대한민국에서는 자립하지 않는 노인은 사회 악과 같은 것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기 전 오해했던 것과 달리 핵개인이 '이기적임'을 뜻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면서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앞으로의 시대상일 뿐이다. 핵개인의 시대에 잘 적응하려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눈감으며 못 본 체하지 않고, 새롭게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조직에 순종적이기만 한 사람들이나, 그런 사람들만 원하는 조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변화 앞에서 오래 경험한 연륜만으로 선배로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이것이 불공정하게만 느껴진다면 이미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나'로서 살아가야 한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허상만을 쫒는 순간 인간은 불행해진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등 보여주기 위한 매체가 일상화되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남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홍진경 씨는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유튜브 연애강의 콘텐츠에서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하셨을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지금과 똑같았을 것 같다. 그게 나니까.'라고 대답했다. '나'답게 사는 것, 나만의 서사를 갖는 것. 그것이 다가올 핵개인의 시대에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 아닐까?


정답이 있거나 숫자로 평가되는 지표가 없기에 정량화된 결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립력을 키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겠다.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는 또 다른 개인들도 '시대예보'를 통해 다가올 핵개인의 시대, 아니 어쩌면 이미 다가온 핵개인의 시대에 잘 적응해 살아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대상이 건방지거나 MZ스러운 것으로 마냥 치부되지 만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잃으며 좋았던 문장들을 필사해보았다. 이외에도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많으니 꼭 한 번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 관행적 표현과 차별적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언어를 새로운 표현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익숙한 표현일지라도 변화한 사회에 맞추어 낯설게 바라보고 세심하게 언어를 재정의할수록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85p.)


- AI와 합을 맞춘 핵개인은 '자리'가 아닌 '일'을 봅니다. 나의 성장과 공동체의 공감, 다시 말해 사회적 기여가 동반되는 일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95p.)


- 단순한 근면함과 순응성은 이제 진화 과정에서 덜 중요해집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불필요합니다. 답이 있는 문제는 AI가 풀 것이고, 인간은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역할로 분업이 이루어질 터이기 때문입니다. (126p.)


- 인적 경험에 축적된 노하우만을 무기 삼아 커리어와 자신의 일을 지키려 하면 곤란해질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도구, 새로운 기술, 새로운 연결성에 대한 적응이 요구됩니다. (143p.)


- 앞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하거나 숙련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없애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그의 직업이 일을 없애는 것이라면, 그 사람 본인은 그다음에 무엇을 할 것이냐는 모순이 남아있다는 것입니다. (생략) 그렇다면 일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는 숙련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과업은 지금의 일을 지켜내는 데에 있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발판으로 파괴적 혁신을 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정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입니다. (145p.)


- 그러니 리더에게는 더 깊은 통찰력과 더 높은 전문가적 자세가 요구됩니다. 핵개인들이 함께 일하는 동료의 전문성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울수록, 훈수만 두고 결과물만 취하려는 구성원이나 '20년 차 나이테'를 관록의 증거로 들이대는 관리자는 숨을 곳이 없습니다. (179p.)


- 수치화된 업적만으로는 존경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그때그때 여건과 환경 변수는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신만의 서사입니다. 당신이 그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기여가 얼마만큼 치열했는지. 그 맥락이 있다면 꽤 괜찮은 선배 직업인으로 마땅한 존경을 받을 것입니다. (180p.)


- 직장인에게 소속감과 명분은 사실 돈보다 더 근본적인 동기부여입니다. 자신의 일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대의명분이 빈약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성장한다는 서사가 희미할 때, 숫자의 무한 비교에 매달 하게 되는 것입니다. 숫자에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엄청난 흡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202p.)


- 본인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채용의 일방적 조건에 맞춰 조직에 자신을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209p.)


- 돌봄의 끝은 '자립'이고 자립의 끝은 '내가 나의 삶을 잘 사는 것'입니다. 각자 잘 사는 사람들이 예의를 지키며 교류할 때 의무는 경감되고 우리의 삶은 더 다채로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함께 현명해지고 함께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자 '나'를 지킬 수 있는 핵개인들의 사회를 꿈꿔봅니다. (263p.)


- '근근이 먹고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내가 그 일을 좋아한다면 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작지만 꾸준하게 먹고사는 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조차도 계속되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새것을 시대하면 선구자가 되고, 남들이 한 것을 따라 하면 카피캣이 됩니다. 타인의 성공을 따라 하던 시절의 '패스트 팔로어'는 AI 시대에는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293p.)


- 희귀함이 쌓이면 고유성을 갖습니다. 그러나 고유성이 진정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다시 요구될 수 있습니다. 고유함은 나의 주장이고, 진정성은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유성과 진정성의 단서가 내가 오랫동안 쌓아둔 내러티브라것은 잊지 말아야 필수 전제가 됩니다. 


- 서로가 진심을 다하고 그 성과를 존중하면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자기 인생의 능동적 결정권을 서로 존중해 주었을 때 이 시대의 개인들은 자기 삶과 사회 모두에 책임을 다하는 핵개인으로 거듭납니다.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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