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여행을 하다 보면
사진을 같이 찍기가 어렵다.
무거운 게 싫어 셀카봉 같은 것도 안 가지고 다니다 보니
화면에 둘이 전신이 담길 기회는
누군가에게 찍어달라고 하거나
거울에 비친 우리를 찍는 것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둘의 사진을 꼭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나 보다.
그가 찍어주는 내 사진을 좋아한다.
다른 누가 찍어주는 사진보다 자연스럽게 나온다.
내가 그를 보는 표정이
그가 나를 보는 시선이 담긴 사진.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대학시절 사진을 그에게 보여줬었다.
당시에 예쁘다고 생각한 사진들..
그가 표정이 왜 이러냐고 했다.
난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 주눅 든 표정과 어색한 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저런 표정으로 삶을 산 적이 없다.
고향과 부모를 떠난 타지 생활이었어도
주변 친구들에 비해 유난히 적은 생활비였어도
신나고 즐거운 대학생활이었다.
요즘 내 사진과 당시 사진을 비교하면
그가 말한 주눅 든 표정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당시의 내 표정은 편안하지 않다.
예쁘고, 안 예쁘고, 젊고, 늙고를 떠나
지금의 사진들은 자연스럽다.
속 안의 나와 겉의 내가 같은 모습이다.
아마도 대학시절의 난
예뻐 보이고 싶었고, 사랑스러워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내 모습 그대로이기보다
누군가에게 그런 모습이길 바랐던 것 같다.
거울이 보이면 찍었던 우리.
이 그림을 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이거 올려도 돼? 이 그림 보면 자기를 바로 알아볼 텐데..
그가 괜찮다고 한다.
누가 알아보겠냐고..
그는 아직 잘 모른다.
그와 같이 다니면 한 번 간 곳의 사람들이 대부분 알아본다.
백화점에서도, 김밥 집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스콘 가게에서도,
빵집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그가 얼마나 특징이 확 살아나는 사람인지 자신은 잘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