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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윤이 Apr 12. 2024

65세

 내 생일이 지난 어느 날 시에서 생일축하 카드가 한 장 날아왔다.

내용은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드리며...

65세 이상 어르신 복지 혜택 안내가 함께 인쇄되어 있었다.

기초연금 지원, 기초연금 대상자 이동통신요금감면 신청방법 그리고

G-PASS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 발급대상, 노인일자리사업 운영 등이 적혀있는 카드였다.

카드를 읽는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읽던 책장 속에 감추듯 꽂아 놓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었다.

백두대간길에 올르면 20대로 정신연령이 바뀌는 내 모습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와서 마을에서 나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65세 어르신이라는 용어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인라인동호회에서 만난 부자인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 나 65세라고 시에서 카드가 왔는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했더니 언니는

"병원비도 천 몇백 원에 전철도 공짜, 영화관이며 모든 관람하는 곳이 50% 할인되어 너무 좋더라. 그런데 한의원에 갔는데 비용이 적어서 물어봤더니 65세라 금액이 적다고 하는데 너무 좋아했더니, 다른 사람들은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말을 못 한다고 하는데, 왜 돈을 조금 내는 것이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내가 세금 많이 낸 것 돌려받는 것 같아서 기분 좋던데."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며칠 후 은행으로 갔다.

신분증을 내고 G-PASS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 발급하러 왔다고 했다. 빨간색 카드를 줘서 받아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며칠 후 전철을 탈 일이 생겼다. 버스에서 내려 환승을 할 때는 빨간색 카드를 내야지 하고 카드 찍는 곳에 갔다. 나는 의식적으로 현금카드를 찍었다. "환승입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다음에 또 전철을 탈 일이 있었다. 카드 찍는 곳으로 가고 있는데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G-PASS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나는 순간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현금카드를 꺼내고 지갑을 찍어봤다. 잔액이 0으로 찍히며 통과했다. 이렇게 한 번을 카드를 사용했다.

지난 일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나고 차을 태워다 준다는 친구가 우리 집 쪽으로 돌아가면 1시간은 더 걸릴 것 같아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이번에도 G-PASS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를 찍고 전철을 기다리며 생각을 했다. 우대용 교통카드를 사용하기 전에는 나는 노약자표시된 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그런데 우대용교통카드를 가지고 전철을 타려는데 이제는 노약자 석이 아니면 젊은이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전철 안에는 자리가 많이 비어있었다. 노약자석은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노약자석에 앉았다. 그런데 할머니들이 노약자석이 아닌 곳에 앉아있고 젊은 이들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머리 하얀 노인이 젊은이들이 앉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보기 싫어졌다.

세 사람이 앉는 노약자석 한쪽은 내가 앉고 다른 한쪽은 젊어 보이는 내 또래쯤 된 여인이 앉아있었다. 중학생쯤 된 학생 둘이 "여기 우리가 앉아도 될까요?" 하고 반때쪽여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앉는 것을 보면서 노인이 우대를 받아 무료로 승차하는 것은 좋지만 젊은이들이 앉는 자리에 앉을 때는 중학생들처럼 여기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고 앉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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