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나이를 의식하고 사는 편이 아닌데 올해는 좀 신경이 쓰인다. 주어진 숫자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고 내가 그 숫자만큼 큰 지는 모르겠는 기분. 늘 시간은 나보다 빠르고 그래서 ‘어른은 이럴거야’라던 생각들은 ‘어른도 이렇구나’로 변하고 있다. 내가 준비가 됐든 말든 꼬박꼬박 흐르는 시간에 당황하며 숫자보다 모자란 느낌으로 사는 게 나 혼자는 아니겠지.
그래도 계속 뭔가 새로운 것들을 하고 있다. 2010년부터 해왔던 PR 업무가 아닌 다른 일을 시작했다. 이직도 하고 전직도 했다. 큰 줄기에서는 비슷하지만 또 전혀 다른 일이기도 해서 눈을 크게 뜨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로운 책들도 계속 읽고 있다. 요즘은 유선경의 '어른의 어휘력'과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을 번갈아 읽는데 새로운 단어와 어떤 말들에 숨겨진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아주 재밌다. '이러구러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종종 소나기밥을 먹고, 범박한 생각들을 아퀴지을 줄 모르고, 자그러운 소리를 싫어한다' 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됐고(대충 새로운 한글 단어 많이 알게 됐다는 말) 'attack'이라는 단어는 두 사람이 붙어 있으면 싸운다는 의미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난생 처음 수도 동파를 경험하고 눈 덮인 악산을 가봤다. '겪어보지 않은 위기에 대한 타인의 경고를 잘 듣자'는 교훈을 뼈에 새긴 사람이 됐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보일러도 잘 켜놓고 물도 한 방울!!!이 아닌 한 줄기씩 틀어놔야 한다. 겨울 악산은 몹시 예쁘지만 등산왕이 아니라면 굳이 정상까지는 가지 않는 것이 낫다.
계속 무언가를 하고 그 일들을 생각 없이 흘려보내지 않는 날들을 살아가다보면 어제보다는 계속 뭐라도 나아지겠지. 올해는 한 달에 하나씩은 브런치에 올릴 만한 글도 써보려고 한다. 진짜. 2021년 벌써 한 달이나 살았는데 왜 아직도 어색하지? 나이도 어색하고 말이야. 그래서 몇 살인지는 어색하니까 끝까지 안써야지. 아무튼 이렇게 1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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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에 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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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랩라이프 전시회가 재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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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도 아닌데 계속 절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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