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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모닝제이 Sep 27. 2016

익명성의 용기

용기있는 글쓰기

트위트라던가 페이스북으로 통하는 SNS는 하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에 트위트의 계정을 열긴 했지만 역시 무엇을 위한 공간이며,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 외에 미투데이도 잠깐 써 보았고, 인스타그램도 써보았지만 마음을 붙이기 힘든 공간이었다. 카카오스토리는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컴퓨터 접속이 어려워지다 보니 한동안 빠져 살았었지만 그것마저도 광고가 점점 자리를 차지하면서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부분을 알뜰하게 활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엄마들을 부러워 해보기도 했지만 워낙 횡재 운이 없는 팔자다보니 진즉에 마음을 접어서 내가 가진 만큼만 바라고 살자고 다짐했다. 


SNS의 넓은 범위에서 그나마 블로그만 열심히 활용중이다. 워낙 오래전부터 사용하기도 했고, 그래서 제일 익숙하며, 친근하기 때문에 떠나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있지만 그동안 쌓인 이웃들도 떠나는 발목을 잡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 이웃들이 중요하다. 블로그 외에 다른 SNS에 오래 머물지 못했던 이유도 역시 이웃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여기엔 나의 게으름과 성급함이 크게 기여한다. 블로그 이웃들을 살펴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올린 글이 좋아서 찾아온 사람, 내가 좋아서 찾아간 사람, 광고하기 위해 나를 찾은 사람 등. 오프라인에서 전혀 면식이 없던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다. 

 

내 글에 공감을 주고, 따스한 격려와 안부를 전하고, 때론 충고도 서슴치 않는다. 가끔은 그런 글들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또 전혀 반응이 없으면 실망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내가 마음 편하게 끼적거린 글을 블로그에 공개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익명성에 숨어서 낼 수 있는 용기 말이다. 



“글을 쓰고 싶다면, 정말로 뭔가를 창조하고 싶다면, 넘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_알그레라 굿맨)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폭로하는 행위이다. 나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까지도 모두 보이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블로그는 나에게 제일 좋은 낙서장이다.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공간이었고, 그곳에 지금 나의 괴로움도, 즐거움도, 가끔은 특정한 누군가의 뒷담화도 아낌없이 토로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글쓰기가 아픈 마음의 치료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한 후에 한 가지 규칙을 세웠다. 블로그에 절대 아는 사람을 초대하지 말자는 것. 헌데 얼마 전 그 규칙을 어기는 일을 나도 모르게 해버렸다. 당시엔 잠시 블태기(블로그+권태기)를 겪고 있던 시기였고, 워낙 친한 친구였기에 그녀에게는 블로그를 공개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블로그 주소를 불러주었던 일은 시간에 묻혀 잊혀 갔고, 블태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블로그로 돌아와서 열심히 글쓰기에 전념하던 어느 날 그 친구의 덧글이 달린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의 아찔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더 이상 블로그가 익명성을 지켜주는 공간이 아니게 된 것이다. 낯간지러운 일을 하다 들켜버려서 부끄러움을 넘어 민망한 상황에 놓인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껏 내가 올린 글 모두는 아니라도 최근에 올린 글들을 그녀가 봤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또한 나도 모르게 그녀에 대한 글을 썼는가 싶어 긴장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녀에 대한 글은 발견되지 않았다.ㅋㅋ) 

 

그 후로 글을 쓸 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글의 제약을 받을 때도 있었기에 ‘왜 그랬을까?’ 살짝 후회해보기도 했었다.


허나 역시 무엇이든 마음먹기 달린 것.


지금은 그러한 사실에 오히려 도움을 받고 있다. 익명성이라는 것은 털어놓기에 좋을 수 있으나 언제까지 털어놓기식 글쓰기만을 할 순 없다. 모르는 이웃이란 존재도 언제든 아는 이웃이 될 수 있다. 실상 그들과 오프라인에서 친목을 가지게 되면 어찌하겠는가? 하여 언제까지나 익명성에 기대여 글을 쓸 수는 없다. 누구에게든 당당히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것이 자존감이 부족한 나에 치료약이 되어 줄 터이니……. 익명성의 편함을 벗어나는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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