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는 법
"좋은 독서란 한 편의 소설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정신의 미로에서 기분좋게 헤매는 경험입니다. '아, 왠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어. 인물들은 생생하고, 사건들은 흥미롭고, 읽는 내내 정말 흥분되더군. 주인공은 지난밤 꿈에도 나왔어.'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103p)"
예전에 '백의 그림자'라는 책을 읽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솔직히 그때 그림자의 의미 혹은 실체가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한체 읽었고, 작품설명도 따로 없던 책이라 나름대로 이해하고 해석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후 한참이 지나고서 그 글에 어떤분이 그림자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다는 답글을 받았다. 나는 움찔해서 거기에 어떤 답도 드리지 못했다.
그후부터 일까~ 소설보단 인문서, 에세이, 계발서 위주로 선택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과 멀어진 것이 꼭 이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것도 약간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또 내가 잘못 읽는게 아닐까하는 두려움.
헌데 이책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소설의 의미, 장치, 구성 모든 것들을 그냥 즐기면 충분하다고... 내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설의 즐거움이다.
구지 작가의 의도나 의미를 모르더라도 펼쳐진 가상세계에서 흥미진진하게 즐기면 충분한 것이다. 그림자가 괴물인지, 그외 의미인지 그것은 중요치 않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 하여도 그것을 틀렸다 말할수 없다. 작가는 쓰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 각자 생각, 느낌, 의미가 다름 일뿐이다.
카뮈의 이방인을 읽는 중에 팟캐스트에 소개된 해설을 보게 되었다. 주인공이 아랍인을 살인하는 장면에 내재된 은유에 대한 설명이었다. 대지, 바다, 샘은 어머니, 태양과 칼은 아버지. 어머니(샘)에게 가는 길을 막는 칼을 든 아랍인을 죽인 오이디푸스적인 이야기라는 내용이었다. 이 설명을 듣고서 재미있구나 흥분했지만 막상 책을 읽다보니 내 사유가 저 해설에 맞춰서 흘러가고 있었다. 독서내내 부조리가 뭔가 찾느라 바빴다. 그래서 결국 끝내지 못하고 책을 덮고 말았다. 전문가의 해설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지만 이방인을 읽으며 나도 같은 의미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구지 어려운 은유를 짚어내지 못하더라도 '뫼르소가 아랍인을 죽였네 어쩔~' 이라고 넘어가도 문제가 안된다는 거다.
이런 깨달음 아니 독서의 용기를 이 책속에서 찾았다.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 읽는 법이랄까-
그래서 더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되었다. 내 독서가 틀리지 않았구나. 그래서 소설이 재미있는 것이구나. 라는 것!
사실 인문서나 계발서, 에세이는 그 의미가 대체로 명확하다. 숨은 뜻 같은 것을 애써 찾을 필요가 없다. 하여 읽기가 편하게 느껴지고, 직접적으로 가르쳐주니 지적호기심을 채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역시 소설이 갖는 매력을 잊을 수가 없었다. 소설도 좀 더 쉽게 그리고 더 재미있게 다가가고 싶다는 바램이 은연중에 있었던것 같다. 김영하님의 6강좌를 들으며 그 방법을 조금 배워간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언급된 많은 책들이 흥미롭다. 그렇게 또 다시 책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내 독서량이 늘게 되었다. 세상엔 정말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