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인구가 쓰는 앱들, 대표선수들은 이렇다.
1. 1억 인구가 쓰는 앱들, 대표선수들은 이렇다.
2. Zalo: 외국 거인들을 물리친 베트남 메신저의 비결
3. MoMo: 베트남의 토스, 현금 없는 사회로 이끄는 디지털 지갑
4. 소셜 네트워크: 지는 페이스북과 뜨는 틱톡
5.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의 난관: 자국 플랫폼의 성공사례가 부족
베트남은 얼마 전 인구 1억 명을 넘겼데. 스마트폰 보급률은 97%(15~64세)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출처: KOTRA, 2024). 그런데 이 베트남 사람들이 매일 쓰는 디지털 플랫폼들은 대부분 외산이고, 딱 두 가지만 베트남산이야.
주요 플랫폼들의 현황은 이렇데:
✅ 메신저
Zalo(베트남) - 베트남 게임 퍼블리셔 VNG가 만듬, 점유율 80% 이상(Statista, 2023)
✅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미국)이 오래 1위였지만 틱톡(중국)이 빠르게 추격 중
✅ 검색
구글(미국)이 압도적 1위, 점유율 94%(StatCounter 2023)
✅ 이커머스
Shopee(싱가포르) - 점유율 63%(Decision Lab, 2023)
✅ 모바일결제
MoMo(베트남) - 베트남 토종 스타트업, 2,300만 사용자(MoMo, 2022)
✅ 배달
Grab Food(싱가포르)와 Shopee Food(싱가포르)의 양강 구도. 배민과 쿠팡이츠와 비슷.
✅ 모빌리티
Grab(싱가포르)이 선두, Be(베트남)가 멀리서 추격 중
* Grab은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했으나 현재 법인은 싱가포르.
베트남 디지털 시장의 7개 주요 카테고리 중 베트남 기업이 1위인 건 딱 2개(Zalo와 MoMo)뿐.
베트남에서는 zalo가 한국의 카톡처럼 시장을 평정했어. 2012년 출시된 이 메신저는 현재 8,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어. 초기엔 카카오톡, 라인, 왓츠앱 같은 글로벌 앱들의 점유율이 높던 시절도 있었다던데...어떻게 이 강자들을 다 제쳤을까?
Zalo의 성공 비결은 세 가지야:
1) 가벼운 앱
2010년대 초반 베트남은 통신망이 느리고 스마트폰 성능도 좋지 않았어. Zalo는 마치 오토바이처럼 가볍게 설계됐고, 외국 앱들은 고급 세단처럼 무거웠데.
2) 베트남어 특성에 맞는 기능
베트남어는 6개의 성조가 있어서 타이핑하기 불편해. Zalo는 '보이스 메시지' 기능을 강화했고, 이게 현지 사용자들에게 대박이 됐어(Tech in Asia, 2019).
3) 애국심 마케팅
"베트남인이 만든 순수 베트남 앱"이란 메시지가 잘 먹혔어. 2013년에만 마케팅에 200만 달러를 투자해서 판을 뒤집었데(Forbes Vietnam).
현재 Zalo는 메신저를 넘어 결제, 쇼핑, 티켓예약, 공과금 납부 등 39개 이상의 기능을 갖춘 슈퍼앱으로 진화했어. 현지 분에게 전해듣기론 Zalo가 그리 돈을 잘 벌진 못하고, 운영 중인 VNG는 본업이 게임퍼블리싱이라 Zalo에 올인하는 그림도 아니래. 실제로 게임에서 돈을 더 많이 벌고있다고 하고.
베트남의 또 다른 자국 성공 사례는 전자결제 앱 MoMo야. 2014년 시작한 이 앱은 한국의 토스나 카카오페이와 비슷한데, 현재 2,300만 사용자로 시장 1위야.
MoMo의 성공 전략은 이래:
1) 전화번호만 있으면 송금 가능
MoMo는 은행 계좌가 필요 없는 전자지갑 방식을 택했어. 베트남에서는 2014년 은행 계좌 보유율이 30%에 불과했거든. 은행 계좌 없이도 돈을 보관하고 쓸 수 있는 디지털 지갑 역할을 했지.
2) 하나로 다 되는 슈퍼 앱
이제 MoMo로 결제뿐 아니라 영화, 항공권, 호텔 예약, 공과금 지불 등 100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3만 개 이상의 제휴사를 보유 중이야(MoMo, 2023).
3) 정부 정책과의 시너지
베트남 정부는 2016년부터 '현금 없는 결제 계획'을 추진했고, 매년 6월 16일을 '현금 없는 날'로 지정했어(베트남 중앙은행). 정부가 밀어주니 MoMo 같은 전자결제 앱이 쑥쑥 자랄 수 있었지.
정부 입장에선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정확한 세금징수도 가능하기 때문에 엄청 적극적으로 QR결제와 모바일결제를 밀고있데. 현지의 한국인 사업가에게 듣기론 최근 2~3년간 QR결제가 길거리 좌판까지 빠르게 퍼지며 사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데.... 내 체감상 아직 현금결제 비율이 훨씬 높긴하더라.
베트남 소셜 미디어는 오랫동안 페이스북의 독무대였지만, 요즘은 틱톡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DataReportal(2023)에 따르면, 페이스북 사용자는 5,570만 명, 틱톡은 4,800만 명이라는데 최근엔 뒤집혔다는 기사도 있더라. 의외로 인스타그램이 사용자 2,300만 명으로 뜨다 말았어.
틱톡은 베트남 콘텐츠 시장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Z세대를 사로잡았고, 'TikTok Shop'으로 이커머스까지 확장했지. 틱톡샵은 겨우 출시 6개월 만에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의 20%를 차지했대(iPrice, 2023). 내가 호치민에 있을때 시내 지하철이 첫 개통했었어. 그걸 찍으려고 지하철역엔 (특히 해질녘엔) 풀착장을 한 틱톡커들이 잔뜩 촬영 중이었고, 난 화면에 안걸리게 잘 피해다녀야 했지.
베트남에서 Zalo와 MoMo의 성공은 빛나는 사례지만, 그런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게 베트남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하는데 발목을 잡는 것 같아.
한국은 닷컴시대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등등 큰 성공사례들이 나오며 혁신과 부를 만들었지. 그곳에서 성공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여기저기로 퍼졌고, 다시 스타트업의 주역이 되어 계속 맨 땅에 헤딩을 했어. 그랬기에 모바일 시대에도 카카오, 라인, 배민, 쿠팡, 토스, 당근, 크래프톤과 같은 새로운 성공사례로 이어졌다 생각해.
베트남은 아쉽게도 업계의 자양분이 되어줄 성공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많지 않고, 똑똑한 사람들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고 있지. 베트남 IT 인재의 약 32%가 해외 취업을 선호한데(Do Ventures, 2023).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도 많이 줄었다네. 23년 투자액이 22년보다 60%나 줄어든 약 5억 달러에 그쳤어(Vietnam Innovation Report, 2023). 게다가 플랫폼 안에서 함께 생태계를 이루는 판매자, 소기업들의 돈도 자연스레 글로벌 플랫폼에게 흘러가고 있어. 베트남 이커머스 판매자의 80% 이상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고(베트남 산업통상부, 2023), 베트남 내 디지털 광고 수익의 약 70%를 META와 Google이 가져간다고해(VDEA, 2023).
베트남이 중국처럼 아예 글로벌 플랫폼의 접속을 막는건 비현실적이고, 정부가 '국가 디지털 전환 프로그램'으로 자국 디지털 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 중이나 정부가 민다고 되는 일은 아니잖아? 돈버는 게임(P2E)으로 엄청난 흥망성쇠를 겪은 '엑시인피니티'같은 사례도 있었던 베트남인데....지금쯤 중국의 딥시크처럼 큰 거 하나 나와줘야 분위기가 반전될 것 같아.
☞ 지금까지 초보의 눈으로 본 베트남 플랫폼 얘기였고, 다음엔 또 다른 베트남에 대한 썰을 풀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