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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외식 시장 탐방기(1)

K-푸드는 어떻게 베트남을 사로잡았나

by 빈센트
약 10년간 '다낭'에서 마사지샵과 레스토랑 여러 개를 운영 중인 지인들과 이틀간 함께 다니며 호치민 외식시장을 관찰했어. 직접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과 다니다 보니 보는 시각이 좀 달라지더라. 그들과 함께하며, 그리고 그 이후 생활하며 느낀 바를 말해볼게.


1편 : 호치민 외식 시장 탐방기(1) K-푸드는 어떻게 베트남을 사로잡았나

2편 : 호치민 외식 시장 탐방기(2) 베트남에서 외식업으로 생존하려면 이렇게




쇼핑몰마다 있는 떡볶이 뷔페


호치민의 쇼핑몰에서 계속 눈에 들어온 건 'Dookki'라는 간판이었어. 어 맞아. 한국의 그 두끼야. 난 한국에서 가본 적이 없어서 두끼가 즉석떡볶이 뷔페라는 걸 호치민에서 보고 처음 알았어. "139,000동"(약 8천원)이라는 가격 표시와 함께 "프라이드치킨, 한국라면, 떡볶이뷔페"라는 키워드가 적힌 매장들이 대부분의 쇼핑몰에 입점해 있더라고.


dsc01469-750x468.jpg 베트남 쇼핑몰의 두끼 매장


두끼는 2018년 호치민 롯데마트에 1호점을 연 이후 5년 만에 베트남 전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오픈했어. 두끼 본사가 직접 진출한 건 아니고, 한국에서 두끼 가맹점 5개를 운영하던 김완엽 대표가 베트남에서의 가능성을 캐치하고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어 들어온 거래.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한국에서 두끼 가맹점 매출 Top을 찍은 대단한 수완가더라고. 한국의 두끼 매장수가 250개 정도니까 베트남에서 가속도 붙으면 몇 년 안에 베트남이 한국 매장 수를 넘을 수도?


프랜차이즈 두끼떡볶이 가맹점을 4개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 김완엽 씨(39). 그는 5년간 직장을 다니다 2011년 30세에 망고식스를 차렸다. 초반에는 부진했으나 본부의 PPL 마케팅이 성공하며 월매출 1억 원까지 찍었다. 이후 커피숍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두끼떡볶이로 갈아탄다. 좋은 상권을 찾기 위해 7개월간 발품을 판 그는 2017년 2월 두끼떡볶이 제주시청점을 열었고 한 달 만에 당시 100여 개 가맹점 중 매출 1위에 오른다. 이를 위해 제주도를 왕복하느라 쓴 항공료만 1000만 원에 달한다.

출처 : 고객 홀린 1등 점주들…‘장사의 神’


서양인들이 쫄깃한 떡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것과 달리, 베트남 사람들은 찹쌀 음식을 자주 섭취하여 유사한 식감에 익숙하데. ('뗏'이라고 베트남의 설연휴에 찹쌀밥을 많이 먹더라) 두끼의 성공 요인은 K-컬처 코드, 뷔페 컨셉으로 가격 저항해소, 쇼핑몰 중심의 입점 등이라는데 이렇게 먹으면 맛있다는'나만의 레시피'같이 커스터마이징 하는 재미도 한 몫하나 봐.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한국에서 두끼의 초기 성장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영상. 두끼 대표님이 말빨이 상당하셔서 이야기에 빨려듬. ☞ https://youtu.be/rYS8QjL2JKw?feature=shared&t=303




베트남 기업이 대박 낸 한국고깃집


호치민에선 두끼만큼이나 'GoGi House'라는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매장 곳곳에 한글이 적혀있고 인테리어도 한국 고깃집 스타일이지만, 실제로는 베트남 최대 F&B 기업인 '골든게이트'가 운영하는 브랜드야. 골든게이트는 40여 개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고, 카리스마 있는 창업자가 이끌고 있다고 하니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겹쳐 보였어.


gogi.jpg 곳곳에 한글을 써놓은 고기하우스 매장


베트남에선 현재 베트남 사람들의 눈높이 보다 살짝 더 높은 레벨의 레스토랑이 잘된데. 그래서 한국이나 일본 현지 음식점 컨셉을 차용하거나 아니면 직접 해외 브랜드를 들여온 게 대박 나는 경우가 많은 듯. 고기하우스는 베트남 전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고, 호치민과 하노이의 거의 모든 쇼핑몰에 입점해 있데. 아래가 골든게이트가 운영하는 브랜드 리스트. 일본 컨셉의 레스토랑도 많이 보여.

Screen-Shot-2021-09-01-at-15.20.26.png 골든게이트사의 레스토랑 브랜드 리스트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골든게이트에 투자했던 사모펀드(어펄마캐피털)의 대표가 투자자의 입장에서 골든게이트를 설명하는 영상. ☞ https://youtu.be/tyTpekrVZ6A?feature=shared&t=2497




롯데리아의 '치밥'과 카페문화


베트남의 롯데리아 매장에서는 햄버거보다 '치밥'이 주력 메뉴로 홍보되고 있어. 치킨과 밥이 세트로 구성된 이 메뉴는 한국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처럼 베트남에선 베스트셀러래. 베트남에서 롯데리아는 매장 수 기준으론 1위 패스트푸드점이야. 맥도날드 매장이 36개 정도인데 롯데리아는 3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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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 오래 거주한 분께 들어보니 롯데리아의 무근본 메뉴정책이 베트남 현지화에 적합했던 것 같데. 베트남 사람들은 은근 반미부심(반미 샌드위치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햄버거를 굳이? 저 가격에??' 이런 느낌인데. 롯데리아는 햄버거 고집 안 하고 베트남에선 익숙한 스타일로 치밥을 민 게 통한거지.


카페들도 베트남은 좀 달라. 베트남이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이거든. 의외지? 바리스타들이 내려주는 원두커피(아라비카 품종)말고 믹스커피에 들어가는 '로부스타'란 품종 대부분이 베트남산이야. 요 품종이 맛도 카페인도 강해. 그래서 그런지 베트남에선 전반적으로 커피랑 뭐랑 섞인 게 많아. 우유와 연유 말고도 계란, 코코넛, 바나나도 섞지. (바나나라떼 맛남)


foody-highlands-coffee-vincom-phan-van-tri-868-636896322832663113.jpg 하이랜드(Highlands)커피의 메뉴


그런 차이 때문에 천하의 스타벅스도 힘을 못쓰고 있어,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라는 곳이 1위 커피체인인데 거기 메뉴를 보면 위 사진 같은 느낌이야. 뭐가 많이 섞여있고, 많이 올라가 있지? 아래쪽은 요즘 하이랜드를 위협하고 있다는 카티낫(KATINAT)이란 커피체인의 메뉴인데 커피메뉴 비중도 적고, 컬러도 엄청 화려하지. 물론 실물은 사진과 매우 다름.


MENU-COUNTER_44cmWx28cmH_KMDN_PRINT_THT_55X35-scaled-2560x1630.jpg 카티낫(KATINAT)의 메뉴


참고로 베트남 1위인 하이랜드커피의 매장수는 800개 정도인데 한국은 스타벅스가 1,900개, 메가커피가 3,000개가 넘으니 아직 베트남은 소비 수준과 그에 따른 외식시장 규모가 한국과 비교할 대상은 아니지. 그래도 성장세가 좋아서 하이랜드커피는 필리핀의 국민 기업 '졸리비(Jollibee)'가 인수했어. 왜 얼마 전에 컴포즈커피를 해외기업이 4,700억 원에 인수했다고 떠들썩했잖아. 그게 졸리비야. 미국 커피빈 본사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의외의 포식자라고.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롯데리아가 왜 베트남에서 잘 나가는 이유를 분석한 영상. 롯데리아 담당자들에게 연락해 크로스체킹도 함. ☞ https://www.youtube.com/watch?v=LhcSl6DwjZA



2편에서 계속~ 한국에 덜 알려진 곳들과 베트남 생존 전략에 대해 얘기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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