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외식업으로 생존하려면 이렇게
약 10년간 '다낭'에서 마사지샵과 레스토랑 여러 개를 운영 중인 지인들과 이틀간 함께 다니며 호치민 외식시장을 관찰했어. 직접 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과 다니다 보니 보는 시각이 좀 달라지더라. 그들과 함께하며, 그리고 그 이후 생활하며 느낀 바를 말해볼게.
1편 : 호치민 외식 시장 탐방기(1) K-푸드는 어떻게 베트남을 사로잡았나
2편 : 호치민 외식 시장 탐방기(2) 베트남에서 외식업으로 생존하려면 이렇게
베트남 외식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 PIZZA 4P's라는 화덕피자집이 있어. 같이 다닌 지인들도 여기는 진짜 잘한다며 엄지척 했지. 점포 수는 많지 않지만 매장당 매출은 높게, 수익은 알차게 챙기는 스타일. 2011년 일본인 부부가 호치민에 창업한 이 브랜드는 39개 매장(2024년 기준)으로 피자헛, 도미노피자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과 매출 규모는 비슷한데 줄곳 흑자를 유지했데.
한국엔 워낙 맛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많아 감흥이 없을 수 있는데, 베트남 기준에는 이만한 가격대(16만~30만 동, 9,000~17,000원)로 이만한 맛, 분위기, 서비스 퀄리티를 내는 곳이 잘 없다는 것 같아. 지인들이 칭찬하는 건 현지인들을 고용해 저 정도로 완성도 높은 매장 오퍼레이션과 접객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정말 힘들다 하더라고.
창업자가 일본 IT기업(사이버에이전트)의 베트남 지사장이었다고 하는데 IT 쪽이 아닌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건 그만큼 큰 기회라 생각했나 봐. 세계 어느 나라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큰 파이를 차지하잖아. 무주공산 상태인 게 보였다면 나라도 혹할 것 같다.
내가 봤던 타카시야마 백화점, 티소몰, 타오디엔에 있는 매장 모두 규모도 큰데 손님들 가득하더라. 베트남 '달랏' 지역에 직영 목장을 운영하며 직접 치즈를 생산하고, 유기농 채소를 직접 길러서 내놓는 것도 브랜드적으로 다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일 거야. 일본식을 가미한 퓨전 이탈리안 메뉴도 있데.
제2의 두끼를 노리는 '스파이시 박스(Spicy Box)'라는 또 다른 떡볶이 뷔페가 있어. 베트남 사람들이 훠궈나 샤부샤부 류를 좋아하는데, 스파이시 박스는 그걸 노린건지 즉석 떡볶이를 '전골'처럼 생각하고 대패삼겹살을 국물에 익혀먹으라고 내놓는데.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불판 둘레에서 콘치즈를 구워 먹는 옵션같이 디테일에선 두끼와 좀 다르게 하려 노력한 것 같아. CJ 베트남 지사에 있던 한국분이 현지 창업한 곳인데 2016년 호치민에서 시작해 2023년 기준 3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래.
고기하우스 업그레이드 버전 느낌의 'MEAT & MEET'라는 고기뷔페도 인기를 끌고 있어. 기본은 고기 뷔페인데 불판 옆 인덕션에 즉석 떡볶이나 김치찌개를 끓여 먹을 수 있게 했고, 양념치킨에 즉석 라면을 끓여 먹는 기계까지 있더라고. 종업원 분께 물어보니 한국분이 하는 곳이라고 알려주더라. 티소몰과 빈컴센터엔 MEAT & MEET과 고기하우스 매장이 모두 있었는데 손님 수는 막상막하였어.
겪어보니 한국 식문화를 컨셉으로 한 곳들이 젊은 베트남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고 있는 건 분명했는데... 또 모든 한국 음식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더라고. 할리스 커피, 스쿨푸드, 미스터 피자 같은 브랜드들은 베트남 시장에서 철수했데. 한국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들도 베트남 진출에 있어 선명한 전략이 필요해 보였어.
✅ 현지화를 위한 전략이 있는가? 롯데리아의 '치밥'이나 스파이시 박스의 '떡볶이 전골'처럼 베트남 소비자들의 식문화와 선호도를 반영한 메뉴 개발도 검토해야 해.
✅ 높은 가격을 합리화할 수 있는가? 베트남의 젊은 소비자들도 가격보다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층이 증가하고 있데. 언급했던 곳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뷔페'로 고객 설득에 성공한 거지.
✅ 배달 시장을 위한 노림수는 있는가? 베트남의 배달 시장은 연간 30% 이상 성장하고 있데. 주로 배달을 이용하는 고객군에 맞는, 또는 배달을 거쳐도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배달용 메뉴도 고려해 볼 만해.
✅ 쇼핑몰 입점은 어때? 인도네시아, 태국 등 베트남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동남아 국가들은 대형 몰들이 굉장히 발달해 있지.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는 게 높은 가격을 정당화해주기도 해. 물론 퀄리티가 따라줘야 하고.
✅ 현지 파트너십은 어때? 베트남에서 두끼를 성공시킨 김완엽 대표는 고반식당과도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더라고. 한국과 베트남 양쪽을 이해하는 파트너와 함께하면 현지 규제와 시장 환경에 대응이 한결 쉽겠지.
오토바이 왕국인 베트남에서 요즘 자동차 보급이 늘고 도심에 지하철이 깔리고 있어서 길게보면 사람들 이동 패턴이 많이 바뀔 거 같아. 이런 교통 변화로 중심지엔 더 많은 도보 인구가 생길 거고, 그러면 업무지구나 학원가 같은 곳엔 편의점이 딱이지!
베트남 편의점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2024년 7월 기준으로 써클K는 464개, GS25는 209개, 패밀리마트는 160개, 미니스톱은 184개, 세븐일레븐은 114개 매장을 운영 중이야. (GS25는 2027년까지 700개 매장을 목표) 매출도 계속 늘고 있어. 써클K는 2022년에 전년보다 44.5% 매출이 증가했고, GS25도 2023년에 23% 성장했어. 세븐일레븐도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27% 이상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데.
아직은 편의점 앞에도 오토바이 주차공간과 주차관리하는 분들이 필요한데, 도보이동이 메인이 되는 지역들은 점점 바뀔 것 같아. 베트남은 전통시장에서 현대적인 유통 채널로 소비 형태가 바뀌고 있는 중이거든. 현대적 유통 채널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25% 수준이라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지.
내가 계속 호치민에 산다면 입시 학원가 하나, 지하철역 앞 동선 좋은 곳 하나, 대학교 앞 메인상권 길목에 하나....돈 생길 때마다 편의점 알 박기 해놓고 싶더라.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한국에서 편의점 11개를 운영하며 연매출 150억을 찍는 김진우 대표에게 듣는 편의점 얘기. ☞ https://www.youtube.com/watch?v=j23zWEH0z_s
☞ 베트남 외식시장 탐방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