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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 Dec 09. 2022

작고 귀여운 습관으로 참여한 것치곤 꽤나 창대한 깨달음

22년 10월 습관 모임 참여자 양OO님

* 습관을 만드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습관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이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그 과정들을 묵히지 않고 글의 형태로 모아갈 예정입니다.

참여 문의는 인스타그램 DM으로 부탁드립니다. (@clubhbt)


- 안녕하세요! 자유롭게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양OO입니다. 바야흐로 2021년 11월 경부터 저는 스스로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요. 사람들의 열망에는 결핍이 반영된다는데, 저의 결핍은 쉼이거든요.


- 9월에 신규 참가자로 들어오셔서 이번 달까지 참가해 주셨습니다. 습관 모임은 어떻게 알고 참가하셨을까요?

습관 모임 운영진과 참석자 몇몇이 친구들이라(하하) 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만들고 싶은 습관이 딱히 없었어요. 그런데 여름 즈음 건강에 적신호가 느껴지는 거예요. 습관 모임이 생각난 게 그때였는데, 생존 본능이었던 것 같아요. 바쁘다 바빠 직장인들은 다 그렇지 하고 무시할 타이밍은 지났다 싶었으니까요. 새로 시작할 9월만을 기다렸답니다.


- 2개월 동안 물 마시는 습관을 해주셨습니다. 물을 얼마나 안 마시길래 물 한 컵 마시는 걸 습관으로 만드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여름 즈음부터 자주 어지럽고 피곤했어요. 거울 보면 푸석푸석하고 사람이 건조해 보이는 거예요. 주변에서 저만 보면 자꾸 붓는다고도 하고요. 살이 쪘다고 하기엔 식욕이 많이 줄었는데- 하며 들여다보니 제 생활 습관이 엉망인 거죠. 하루 섭취하는 음식량이 커피 반 잔, 점심때 식사 대용으로 먹는 샐러드나 음료 정도가 대부분이었어요. 다시 말해 물은 생활 루틴에 전혀 없는 요소였답니다. 굳이 물 섭취량을 꼽아 보자면, 주 1-2회 약속 있을 때 식당에서 두세 컵 먹는 정도?


- 유진 님이 인증하시는 걸 보면서 누군가에겐 아주 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단지 물 마시는 게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습니다(제가 그 ‘누군가’입니다 하하). 그래도 하시다 보면 마시는 양이 늘겠지 생각했지만, 정말 정확하게 한 컵씩만 드시더라고요.

안 먹는 게 디폴트였으니 일단 ‘물을 마셔야 한다’라는 생각을 심는 것 자체가 미션이었어요. 습관 모임에서 다른 분들이 인증하실 때 ‘아 맞다!’ 하고 호다닥 떠오곤 했는데요, 일이 바쁘면 화장실 가는 것도 잊고 사는데 물을 떠올 시간이 있겠냐고요 흑흑. 아침에 떠온 물이 하루 종일 줄어들지 않는 게 일상다반사고(물 이야기하면서 일상다반사를 쓰는 게 아이러니하네요 하하), 그렇게 쌓인 갈증을 풀려고 한 컵을 한 번에 다 마시면 다시 떠오질 않게 되더라고요. 쉽지 않았습니다.


- 습관 모임 초기에 참여하셨던 분 중에 ‘기상 직후 물 한 컵씩 마시기’ 습관을 인증하셨던 분이 있었습니다. 제 지인이었는데 언제는 물 마시는 게 너무 힘들어서 수돗물을 컵에 받아서 마시는 척 거짓 인증을 했었다고 몇 달 뒤에 고백했던 적이 있었어요. 혹시 유진 님은?...

제가 거짓 인증을 하기엔 부지런하지 못해서 기대하신 바처럼(?) 그런 적은 없습니다만, 솔직히 갈등한 적은 있죠… 어제 마신 물이 조금 남았을 때, 아 이거 뜨다 만 척할까 하고요.


- 솔직한 답변 고맙습니다 하하. 결과적으로 물 마시는 습관은 지금 어떻게 되었나요?

해피 엔딩을 들려드리고 싶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다시 책상 위에 빈 컵을 두고 살고 있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확실한 건 참가했던 두 달 동안은 매일 한 번 이상은 꼭 마셨어요!


- 그것 또한 솔직한 답변이었길 바라봅니다! 사정이 있으시겠지만, 10월까지만 참가하신 건 아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두 달 동안 열심히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가장 바쁜 시기에 접어들면서 11월 참가를 놓쳤는데요, 습관 모임에 참여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았던 건, 현생이 바빠지면 제가 가장 먼저 놓는 게 저 자신이라는 거였어요; 그게 제일 쉽고 마음 편한 길이니까요. 작고 귀여운 습관으로 참여한 것치곤 꽤나 창대한 깨달음이지요?


문득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기억나네요. 두 달간 매일 물 한 잔씩 마시면서 대단히 달라진 바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NO지만, 내 의지껏 루틴을 형성하는 것만으로 인생의 변주를 줄 수 있다는 것에는 YES 드립니다. 어쩌면 저는 가장 건조한 시기에 습관 모임을 만나 여러 모로 가뭄을 이겨냈던 게 아닐까 하는 비약을 해봅니다.


- 돌아오시는 건 언제든 환영입니다! 건의사항이나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제 저는 어느 정도 바쁜 시기를 지나고 있으니, 곧 새로운 변주를 꾀할 때 돌아가겠습니다. 건의사항은 없고요. 개선할 부분도 짜내고 싶은데, 생각나는 게 없어요.


- 그 밖에 더 하고 싶으신 말이나 습관 모임 주시하고 계시는 분들께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 세상에 무해한 모임도 쉽지 않은데, 여긴 유익한 모임이에요! 할까 말까 하신다면 Why not이라고 이야기해드리고 싶네요. 주시만 하고 망설이는 분들께 … 외향형 치고 은둔형인 제가 이 모임의 좋았던 포인트를 두 가지 집어 드리자면, 1) 오카방이라 부담 없이 참여가 가능하고, 2) 서로 모르는 참가들이 응원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무미건조한 하루에 미소가 되더랍니다. (혹시 저만 모르는 사이인가요…?) 

마지막으로,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인생의 변주를 만들어 가고 있는 운영진과… 그 외 성실한 참가자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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