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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que H Sep 04. 2024

가난과 대물림

가난의 대물림을 피할 수 없을까?

버지는 어렸을 적 찢어지게 가난하셨다.


고조할아버지가 물려준 어마어마한 재산은 증조할아버지가 살아생전 대부분 탕진하였고, 죽을 때까지 술에 절어있던 할아버지는 아무 의지가 없었다.

그 가난이 지긋지긋하였던 아버지께서는 이를 악물고 공부하셨고, 서울 유명한 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들어가 최연소 부장까지 오른다.


그런 아버지와는 다르게 어머니는 유복하게 자랐다. 70년대 마당 딸린 2층 저택에서 온실 속 화초로 자랐고, 고려대를 졸업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할 무렵 가세가 많이 기울어졌음에도, 외할머니께서는 아버지를 탐탁지 않아 하셨다. 가진 것이 너무 없다고, 혹자가 말하듯 가난하게 큰 사람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우여곡절 끝에 두 분은 결혼하셨고, 결혼하신 지 이제 40년이 다 되어간다.

아버지는 50살에 은퇴하신 뒤 전업 투자자가 되셨고, 50대 중반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아버지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살고 계신다.


몇 년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아버지에게 수 십 년 동안 당신 딸이랑 행복하게 살아줘서 고맙다며 백만 원을 용돈으로 주셨다.


재벌집 아들로 태어난 증조할아버지는, 본인과 본인 가족을 포함하여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

증조할아버지는 본인이 받았던 재산은 모두 탕진하였고, 방탕한 삶과 못 배운 무식함을 유산으로 남기셨다.


반면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아직도 주변의 많은 존경을 받고 사신다.


사람에게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판단할지는 본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그 사람의 배경에 가려 사람 자체를 보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썩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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