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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que H Sep 10. 2024

고통은 상대적이다

20살로 돌아가겠냐는 글을 읽고

가끔 20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냐는 글을 본다.


내게 20대는,

이를테면 끝이 없는 지옥이었다.


자격지심으로 시작된 20대 출발은,

행복하려야 행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회도, 가족도, 사랑도.

그 무엇도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믿었던 스승은 날 노예처럼 부려먹었고,

울타리가 되어야 했던 가족들은 부서지기 직전에 몰렸다.


그 누구와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없었고,

맺어진 모든 관계는 고통이 되어 날 쑤셔댔다.


그렇게 난, 조금씩 숨죽여, 질식되어 가는 것이었다.




이 고통의 시간 속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을 고르라면,

단연 사람들의 인식이었을 것이다.


"야 너는 멀쩡한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랐잖아."


남들이 보기에 유복하게 자란 나는,

상처를 입을 자격도 없었다.

내가 받은 상처는 너무나 가벼운 것이었기에,

그들의 눈을 피해 숨죽여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간 지금,

이제는 안다.


내 20대가 얼마나 지옥이었는지를.


각자의 고통은 상대적이기에,

누구도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고,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아픔에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사실은 내 진정한 지옥은,

그들이 뱉은 가시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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