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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배 Jul 26. 2018

두 색다른 귀걸이의 경험

Flower Earring and  Mask Earring

두 색다른 귀걸이를 만들 기회가 있었다. 하나는 꽃귀걸이(Flower Earring)이고 다른 하나는 탈귀걸이(Mask Earring)이다. 전자는 꽃 모양을 그대로 표현하였다. 은빛 꽃이 세상에 있을 것만 같았다. 매우 사실적이다. 후자는 사람의 얼굴을 새겨 넣은 탈모양의 귀걸이다. 원시인인가? 이집트인인가? 그리스인인가? 알 수 없지만 표정이 심찮다. 보면 영혼이 스며든 것만 같았다. 매우 몽환적이다. 

Flower Earring, sterling silver, 2014

꽃귀걸이는 망치와 은용접으로 총 5셑을 동시에 만들었다. 형태를 잡은 후에 내부에 수술을 삽입하였다. 그리고 다시 곡면 화하고 표면에 텍스쳐를 넣었다. 꽃귀걸이는 꽃 모양을 “과연 내가 망치로만 빠르고 쉽게 그리고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디자인하고 작업순서를 짜고 최종 결과를 예상하는 등 매우 계획적이었다. 반면 탈귀 걸이는 “정으로 사람의 얼굴을 한번 새겨볼까?” 하고 만든 것이 귀걸이가 되었다. 즉흥적으로 스케치를 하듯, 혹은 순간 생각을 메모하듯 한 순간에 생각난 것을 그때 바로 만들었다. 매우 즉흥적이었다. 비슷한 표정의 얼굴을 담은 귀걸이를 한 셑을 더 만든다는 것은 모방한다는 생각 때문에 주저했다. 그래서 단 1셑만 만들게 되었다.  

Mask Earring, sterling silver, 2014

꽃귀걸이를 완성한 후에는 “이렇게 빨리 효과적으로 만들 수가 있구나” 하는 만족감을 얻었고 반면 탈귀걸이를 만든 후에는 “뭐? 이것도 귀걸이이야?”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두 귀걸이를 X-Mas Open Sale에 내놓았다. “예쁘네” 하는 고객들의 감탄 소리와 함께 꽃귀걸이는 다 팔렸다. 과연 고객들이 내 꽃귀걸이에 대하여 어떻게 반응할까 하고 나는 매우 관심이 많았다. 내가 기대한 만큼의 큰 호응은 아니었다. 잘 만들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가끔이다. 내가 만든 귀걸이를 한 부인을 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은근히 웃는다. 내가 만든 것은 잠깐만 스쳐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어느 날 여인네 귓밥에서 내 꽃귀걸이가 길게 매달려서 흔들거리는 것을 볼 때, “아 저런 아름다움이 있구먼” 하고 그때 내 귀걸이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탈귀걸이는 팔렸는지 조차 몰랐고 그 후 그 존재마저 잊어버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3년 후 Graduate Program을 신청하여 공부와 작업을 병행할 때였다. 학교 빌딩 홀에서 누군가와 마주쳤고 인사를 나누었다. 학교를 관리 운영하는 행정관이었다. 그녀는 나를 알고 나도 그녀를 안다. 그녀는 공적으로 내 작품을 한번 구입해 준 적이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가까이 다가와서 고개를 숙이고 자기 귀를 내 눈에 밀었다. 그녀의 귓밥에 달랑거리는 것이 바로 그 Mask Earring이 아닌가?. 영혼이 나올 것만 같은 그녀의 얼굴에 작은 영혼이 귀 밑에 살짝 붙어 흔들리고 있었다. 흑인 혼혈인 그녀의 약간 검은 피부 색깔과 탈귀걸이는 서로 정말 잘 맞았다. 

“Oh my God” 

“ 

“ 

“Thank you very much” 하고 인사를 하였지만 그녀는 네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 귀걸이를 더 신나게 흔들어 대며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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