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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용 Jan 16. 2019

잡일 때문에 짜증날 때

내 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만드는 Job일

  “잡일때문에 제 일을 못해요. 짜증나요.”


  “팀장 그 인간은 잡일을 자꾸 저한테 시켜요.”


 모든 직장인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일. 바로 잡일이죠. 잡일의 뜻을 찾아보니 ‘모두가 잘고 시시하여 대수롭지 아니한 일’라는 뜻입니다. 잡일은 누구든 할 수 있고, 단순해요. 

  잡일을 디테일하게 뜯어보면 화분관리(팀장님 러블리 난초), 커피심부름, 택배심부름, 간식사오기, 청소, 복사, 스테이플러, 정수기 물통 교체, 회식 장소 알아보기 등등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잡일은 어마어마합니다. 


(출처 : 언스플래시)

  잡일의 문제는 일의 중요성은 떨어지면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 된다는 것이죠. 고과평가 항목도 아니고 하찮게 여겨집니다. 그런데 직장인은 업무시간의 2~30%를 잡일을 하며 보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잡일에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아요. 

  잡일을 하다 보면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자아실현은 멀어져버리고. ‘내가 꿈꾸던 직장과생활은 이게 아닌데, 왜 자꾸 이 일을 시키는 거지? 아니면 지원사원을 뽑아주던가. 일 좀 제대로 하고 싶다!’ 심하게는 퇴사를 고민하게 됩니다.


 직장인은 업무시간 중 20%를 인간관계 증진(회식, 수다, 식사 등등)으로, 20%는 회의(타팀간의 업무협의, 결재보고 등)로 보냅니다. 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즉 내가 기획하고, 보고하고, 수정하고 만드는 일)은 2~30% 정도죠. 잡일이 줄면 내 일을 하는 시간이 늘어서, 업무효율도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이유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잡일을 하찮게 여기고 어쩔 수 없이 하는 직장인은 내 일도 잡일처럼 똑같이 느껴집니다. 잡일을 대할 때 짜증부터 앞서 내 일도 쉽게 짜증을 내죠. 업무효율도는 일에 대한 태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작은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큰 일도 해낸다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출처 : 언스플래시)


 필자가 직장생활을 할 때 가장 싫어했던 일이 바로 창고 정리였습니다. 창고 정리 한 번 하는데 3~4시간이 걸렸습니다. 먼지 가득하고 어두컴컴한 창고 속에서 수많은 문서들을 정리해야했죠. 창고 정리를 하는 날엔 여지없이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평소에도 야근은 자주 했지만;;;) 

 그러던 어느날 창고 정리를 하다가, 내 스타일대로 바꾸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어차피 창고를 출입하고, 문서 꺼내고 하는 건 다 내 역할인지라 내 맘대로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창고 동선을 파악하고 문서와 책장 위치를 바꿔보기도 하고, 누구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문서위치요약표와 문서별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신이 났습니다. 예전에는 문서 하나 찾는데도 오래 걸렸는데, 창고 내 문서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사에게 문서를 신속하게 바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고 정리를 하는 시간도 3~4시간이 아니라 1시간으로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그가 ‘왜 일하는가?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시간이 있다면 그의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거창하고 화려한 일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 안에서 크나큰 기쁨을 느끼고 감동하며 감사한다면 그보다 더 큰 성과는 없다. 그 기쁨과 감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필자도 창고정리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입니다. 내 시간을 빼앗고 더럽게 여겼던 창고 일을 내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바꿔나갈 때 기쁨이 생겼어요.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기쁨 자체가 잡일의 성과라고 말합니다. 그 기쁨과 감동이 다른 일을 할 때 에너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말에 적극찬성합니다. 다만 기쁨과 감동을 ‘의미’라는 단어로 바꾸고 싶어요.  잡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할 때 일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잡일에서 의미를 발견해볼까요? 간식 준비를 할 때 ‘내가 준비한 간식이 팀원들에게 즐거움도 주지만, 건강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팀원들이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음료, 과자를 고른다거나 가끔은 집에서 핸드메이드로 준비해보는 겁니다. 스테이플러로 보고서를 찍을 때 ‘정확하게 보고서를 정리하면 보기도 좋고, 뒤 쪽부분을 잘 다듬으면 안전하지 않을까?’ 그래서 스테이플러를 좌측상단 45도로 찍고, 뒤 쪽은 안전하게 다듬어주는 건 어떨까요?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게 스테이플러 입구에 정확한 위치를 표시를 해보죠. 회식 장소를 알아볼 때 ‘팀원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지만, 팀원들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알아보는 건 어떨까?’ 그래서 여러 컨셉의 장소를 알아보고, 투표판을 만들어서 팀원들의 호응을 끌어내보자.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잡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하면, 내 일에 대한 태도가 바뀝니다. 더이상 잡일이 아니라 Job일로 바뀌는 것입니다. Job일이란 나의 가치와 가능성을 끌어주는 일을 말합니다.(필자 마음대로 만든 말입니다.;;;)  잡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이 자신의 업무를 할 때 어떨까요? 겁나 장난아닐 것입니다. 족보처럼 물려주는 매뉴얼대로 실수없이 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입히고 의견을 넣어 일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상사와 부딪히더라도 두렵지 않게 됩니다. 회사에 좋은 쪽이고, 내 자신이 발전하는 방향이니까요. 이것이 Job일입니다.


(출처 : 언스플래시)

  잡일 때문에 짜증나나요? 지치나요? 겨울왕국의 ‘Let it go’를 부르시죠. 생뚱맞지만, 겨울왕국의 엘사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환상적인 얼음성전을 짓죠. 하찮은 잡일이라도 당신만의 Job일을 하게 된다면 엘사의 성전 만들기를 떠올리세요. 잡일을 대하는 태도가 기반이 되서 당신의 가치라는 성전을 짓는 거니까요. 그리고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하세요. 


당신의 팀장과 동료들은 분명,당신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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