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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Apr 15. 2023

3월, 미국: 내가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 (5)

샌디애고 커뮤니티

*이 글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커피챗, 사적인 대화, 경험에 기반합니다. 제가 속한 회사, 단체, 공식일정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구성 역시 2주간의 미국 일정 중 시간 순서가 아닌 비슷한 느낀 점을 주었던 분들의 대화를 엮어서 구성했기에 시리즈에 나오는 사람들을 순차적인 만난 것도 아닙니다.


3월, 미국 시리즈 (내가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

(1) 제롬 / 아, 왜 이래서 미국오는지 알겠다

(2) 제제 / 시장의 크기와 인플레이션

(3) 피터 / 결국 모든건 용기의 문제다

(4) 클로이

https://brunch.co.kr/magazine/remotejessie



어느새 3월, 미국 시리즈의 마지막 회차입니다. 중간중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브런치 제목을 바꾸고 작가명을 바꾸면서 링크가 바뀌어 글읽기에 차질을 드렸는데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3월, 미국: 내가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 (5) 샌디애고 커뮤니티


여행에서 새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비단 여행지의 몰랐던 사람 뿐이 아닙니다. 시간은 사람을 바꾸지 못해도 공간은 사람을 뒤흔들어놓는 그 무언가가 항상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지에서 새로운 나 자신을 만나기도 하고, 동료의 못보던 모습을 보기도 하죠. 몇년간 메일루프에서 부딪히고 해결하고 팀미팅에서 얼굴을 맞댔지만 사실 어찌됬든 일하러 온거기 때문에 서로를 "알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도 이번 장기출장에서 18시간씩 일하고 고객행사를 준비를 하고 미국 본사 직원분과 이야기를 하고 하면서 함께 출장을 갔던 분들을 더 많이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미국 본사 분들하고 이야기를 하면 정말 세계 최정상 급에 선 분들은 다르더군요. 저 자신에게도 의미 있는 순간이었고, 그 의미 있는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생활 속에 닻을 매달아 주말 공부 등등 하나씩 제 삶 속에 변화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3월 미국 일정에서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불특정 다수, 샌디애고 커뮤니티입니다.

3월, 미국 시리즈의 다른 글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주말을 이용해서 잠시 샌디애고에 들렀는데 (더 오래있고 싶었는데 정말 찰나였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들렀던 시애틀과 LA와는 다른 정서가 있었습니다.

물론 미 서부 특유의 웰니스에 대한 관심, 동부보다는 덜 차갑고 덜 예민한 분위기는 동일했지만 샌디애고를 처음만난 제가 샌디애고에서 가장 부럽고 부각되게 다가왔던 첫인상은 바로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 였습니다.




꽤 괜찮은 요가스튜디오나 필라테스, 웰니스 센터는 LA의 베이 에어리어에서도 많았지만 샌디애고는 특이하게 마을 커뮤니티 센터에서 마을 구성원들에게 무료로 기회를 제공하고, 또는 유료여도 Donation을 통해 커뮤니티의 시설이나 장애인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하는 Community Building 성 행사로 이루어졌습니다.

라홀라 지역 외부인과 관광지역의 산책로에는 그저 상업적인 시설만 있기보다는 마을 센터라거나, 샌디애고의 자연 경관과 동물들을 지키기 위한 팔찌라던가, 비즈니스 이윤의 10% 정도를 샌디애고 자연이나 커뮤니티에 기부한다고 적힌 식당이나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죠. 오히려 그런 팻말이 없는 시설을 찾아보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샌디애고의 주요 관광지는 그 지역에 있는 해안가와, 스페인-멕시코-미국의 지배가 이어졌던 지역의 역사를 재현하는 올드타운입니다. 세금과 주민들의 공적, 민간투자가 이루어져서 지역색을 살리고 지키는 스팟들이 주요 관광 거점이 되었습니다. 시애틀 스페이스 니들처럼 1960년대 세계 엑스포를 위해 미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지은 것도 아니고, 오직 레저만을 위해 지은 디즈니랜드도 아닙니다.


오래 전 조강의 4cent 팟캐스트 장사라님 에피소드에서 그런 커뮤니티 빌딩과 기부 문화가 이주민들을 묶어주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만들어 준 문화 근간이라는 언급이 딱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1시간 40분정도에 나옵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70225/episodes/22974499


팟캐스트 내용 중-

"나중에 생활이 더 편해지면 기부를 하고 싶어요. 순간순간 우리가 미국에 이민을 와서, 도와주셨던 분이 계세요. 받은게 너무 많아요. 도와주시는 분이 너무 많았어요. 정말힘들때 순간순간 가족같이 도와주신 분이 있었어요."

"아이 한명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데 그게 맞는거 같아요. 공동체 안에서 힘들때마다 도와주시는 분이 생기고 그랬어요."

"그런 미국의 공동체 문화가 미국의 힘을 만드는거 같아요."

"도네이션, 커뮤니티 빌더...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보고 크니까 어른이 되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나가고, 아래 세대로 이어져 나가는 거죠."

"문제가 생기는 거고, 어떻게 풀건지 고민을하고, 여기서 끝날수 있는데 실행을 해보고, 경험을 해보고 이런게 선순환이되는거죠. (...)

그래서 이런 문화라서 사실 스타트업이 되는구나 생각했어요. 어렸을때부터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하는 것을 체험하다 보니까 그걸 조금 더 우리가 사는 방식에 적용을 하는 거죠. 엔지니어링이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것으로 정의를 하죠."


우연이 아니게도 조박사님과 사라님도 샌디에고에 머물고 계십니다. 제가 샌디애고를 워낙 잠깐 갔기에 위와 같은 커뮤니티를 아끼고 가꾸려는 문화가 강하다, 라는 생각이 편견이 아닐까 했는데 샌디애고에 오래 거주하셨던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니 재밌기도 하고 샌디애고가 미국 다른 주들보다 커뮤니티 문화가 잘 가꾸어져 있는 곳인가 싶었습니다. 미리 연락을 드리고 이런 이야기도 한번 해봤으면 좋았을텐데 또 덤벙쟁이 제시는 계획이 1도 없이 주어진 일을 급급히 쳐내느라 허무하게 샌디애고 일정이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올해 말에 한번 더 갈 예정이니 그때 한번 더 가보는 걸로...



함께 온 분들에게 다음 생에는 샌디애고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살고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산다면 저도 샌디애고라는 이 마을 문화와 자연경관을 지키기 위해 제가 나고 자란 곳을 사랑할 것 같았거든요. 한사람이 자라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기꺼이 그 사회적 자본을 제공하는 곳. 그래서 자라난 아이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런 것에 열려 있고, 다시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는 곳. 저는 그런 곳에서 자라본 기억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태어난 대한민국 지방의 삶을 죽도록 싫어하고, 서울의 삶을 애증합니다. 서울에서 혼자 자리를 잡은지 10년이 다되가지만, 아직도 제 성장 배경속 하고싶은 건 많았는데 의식 수준은 정체되어 있었고, 맞는 이야기를 해도 "아직까지는 그런게 잘 안되지" 라며 주저앉았던 자신들 스스로 만들었던 유리 천장과 변화에 대한 정체성향, 기회의 부족과 널리 퍼져있던 가난이 제 뼛속까지 스며들어 정말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난 절대 이곳에서 남아서 그저그렇게 살지않고 주저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올라가고 싶다라는 다소 부정적인 동기 부여가 되었죠. 서울로 올라와서도, 제가 느낀 서울의 첫인상은 "강한 자만 살아남는 도시" 입니다. 대학생 자취생의 짐을 가난한 서울의 동네에서 훔쳐갔고, 눈뜨고 코가 베이는 이곳에서 저는살아남기 위해 제일 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서울의 키워드는 "생존" 이라면 샌디애고의 키워드는 "공존" 이었던 거죠.


함께 미국 출장을 온 동료분 한분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한국이 미래가 있을까, 라는 이야기를 했고 이렇게 분배구조가 열악하고 서로가 서로를 밟는 식으로 사회가 굴러간다면 저도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서로 뺏거나 빼았기지 않아도 이제 한국은 전쟁이 바로 어제 끝난것도 아니고 자본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우리 사회를 힘들게 하는 기득권이나 본직적인 원인에 함께 힘을 모아 저항하기보다는 만만한 자에게 입에 담기 힘든 소리를 가혹하게 합니다. 가장 독하디 독한자가 승리합니다. 당연히 이제까지 보살핌을 받지도 못했고 긍정적인 분위기도 없이 힘들게 컸기 때문에 기부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힘들고 공동체를 다같이 좋은 곳으로 이끌어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힘듭니다. 설사 유니세프나 강릉 산불에 기부를 하더라도 내가 착한 사람이 되려고 하거나 선의를 베푸는 거지 그 선의로 하여금 내가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이끌수 있다거나 그렇게 해야한다라는 생각을 하는게 아니고 그런 사회적 합의도 없습니다.



나아가야 한다면 이제는 그만좀 싸우고 소리좀 그만 지르고  공동체를 다시 한번 건강하게 꾸려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무엇이고 내가 뭘 할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죠. 서울에만 있었다면 절대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미래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교육적 의무는 무엇인지, 내가 속한 조직의 문화를 꾸려가는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는 무엇인지, 만약 기성세대의 문화가 싫다면 얼마든지 요새 유행하는 마케팅 키워드 처럼 "Be Local" 해서 자신만의 로컬을 꾸릴수도 있겠습니다. 부디 요새 떠도는 키워드 로컬이, 마케팅 키워드로 끝나지 않고 정말 한국의 커뮤니티 문화와 건강한 로컬을 스스로 정의하는 현세대들의 행동의 장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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