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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겸 Jul 28. 2019

왜 나에게만 나쁜 일이 생길까

"아 또 일이 이렇게 되네. 난 맨날 재수가 없어."

얼마 전에 일이 잘 안 풀리던 친구가 한 이야기입니다. 그냥 홧김에 한 이야기이겠지만,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진짜 그런가?


살다 보면 주변에 본인에게만 나쁜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난 왜 되는 게 없지?",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나한테는 맨날 나쁜 일만 생겨." 이렇게 이야기하죠. 물론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거기에 해당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읽는 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흠흠.


아무튼 왜 그 사람에게만 나쁜 일이 생길까.. 한번 생각해보니 세 가지 정도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1. RANDOM

나쁜 일과 좋은 일은 사람을 가려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평균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쁜 일은 정규분포를 따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겠죠. "나한테만 나쁜 일이 생겨"라는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런 말들을 자주 하는 몇몇 사람들을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2. 내부 시스템(무의식?)

사람들은 서로 다른 내부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공식이라고 할까요. 사람마다 일어난 것이 나쁜 일인지, 좋은 일인지, 그냥 이도 저도 아닌 일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다릅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원래보다 훨씬 나쁘게 보고, 누군가는 훨씬 좋게 볼 수 있는 것이죠.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비교되던 친구가 생각나는데, A랑 B라고 해보겠습니다. A는 집도 잘 살고 부모님도 무엇이든 팍팍 밀어주고 부족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입에 달고 살던 것이 "나한테만 맨날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같은 말이었습니다. 반대로 B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집안 형편도 어려운 데다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마 후에 아버지도 돌아가셨죠. 돌아보면 이 친구에게 딱히 좋은 일이 일어났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B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불평하는 것은 못 봤습니다. 물론 그 친구에게는 아픔이었겠지요. 그래도 B는 어머니와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면서도 다른 친구들과 좋은 시간도 많이 만들었죠.


3. 씨앗

A와 B는 서로 다른 내부 시스템(세상에 대처하는 공식들)을 가지고 있었고 둘이 심은 미래의 씨앗은 달랐습니다.  A는 불평불만에 시간과 돈을 낭비했고, B는 미래를 꿈꾸며 노력했죠. 결과적으로 A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불만 가득한 인생을 살고 있죠. B는 괜찮은 기업에 들어가고 결혼도 하고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고, 예전보다 재미있고 좋은 일이 많습니다. 물론 본인들이 느끼기에 누가 더 행복한 가는 모르겠습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고 속사정은 모르니까요. 그래도 B가 더 행복하겠죠? 더 많이 웃는 사람이 더 행복한 거겠죠.  


흠.. A와 B를 비교하니까 조금 이상해졌는데,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과는 별개로 미래를 위해서 좋은 씨앗을 심은 사람에게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좋은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사람들은 나쁜 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와 완전히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더라도 나쁜 씨앗을 심으면 나쁜 일이 일어납니다.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얼어 죽은 베짱이를 다들 아시죠?


정리하면

1. 진짜로 누군가에게는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2. 나쁜 일은 관점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나쁜 일을 많이 경험합니다.

3. 나쁜 씨앗을 심으면 나쁜 일을 많이 경험합니다.

4. 또 뭐가 있을까요?


반대로 볼 수도 있겠죠?


따로 결론은 없습니다. B처럼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 그래도 힘든데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습니다.", "B 같은 사람도 있는데 당신은 뭐합니까." 이런 말들은 인생을 더 끔찍하게 만들 뿐이죠. (솔직히 저런 말들은 "X신"이라고 욕하는 것과 별 다를 게 없습니다.) 좋아하고 원해서 나쁜 일을 자주 경험하고,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늘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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