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겸 Aug 09. 2019

우울증 3

* ㅍㅍㅅㅅ 관계자님 이 글은 가져가지 말아 주세요. 


어쩌다 보니 우울증에 관해서 많이 쓰게 되었는데 마지막 글입니다.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데 복잡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아직 모르는 부분들도 많아서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우울증이라는 것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면 벗어나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쓰려는 내용은 단순화한 내용입니다. 그래도 길어질 것 같은데, 결국 핵심 내용은 전 글과 같습니다.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한 것뿐입니다. 이 내용은 꼭 우울증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증상들이나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울증

우울증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개념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의 용량, 마음에 쌓이는 것들, 내부 시스템, 반응적 상태, 임계점

이런 개념들에 관해서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 마음의 용량

마음의 용량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하루 동안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랄까요. 회사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 인간관계에서 오는 감정적인 일들 등 모든 일들이죠. 이 용량에 여유가 있으면 우리 마음도 그만큼 여유가 많아집니다. 생각도 더 여유 있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더 신경 써줄 수 있습니다. 


마음의 용량은 신체적 건강과 많은 관계가 있습니다. 평소에 100의 용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야근을 하거나, 병이 걸리거나 하면 80, 70으로 용량이 줄어듭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고 다른 사람에게도 신경 쓸 여력도 사라지죠. 능률도 떨어집니다. 운동과 영양을 잘 챙겨서 건강해지고 체력이 늘어난다면 이 용량도 110, 120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용량은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2. 쌓이는 것들 

마음의 용량과 더불어 우울증을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마음에 쌓이는 것들입니다. 살면서 경험하는 어떤 일들은 마음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여서 우리 마음의 용량을 항상 점유하고 있게 되죠. 용량이 100인 사람의 마음에 40만큼의 무엇인가가 쌓여 있으면, 이 사람은 살면서 마주하는 일들을 60의 용량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만큼 힘들어지겠죠. 


그런데 마음에 무엇이 쌓이냐면, 중요한데 충족되지 못한, 앞으로도 충족될 수 없을 것 같은 욕구들이 쌓입니다. 이 욕구들이 최소한이라도 충족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 이 조건에 못 미치면 그것은 결핍이 되고 마음 한구석에 남게 됩니다. 뇌의 입장에서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입니다. 


예를 들면 애정결핍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받은 부당한 대우가 될 수도 있고, 콤플렉스도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제 끝내지 못한 업무가 될 수도 있죠. 쌓아두는 것들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누구는 많이 쌓아 두고 누구는 조금만 쌓아 둡니다. 어떤 일은 몇십 년 동안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어떤 일은 며칠 만에 훌훌 털어버릴 수 있죠.


3. 내부 시스템

내부 시스템은 사람의 모든 생각, 감정, 행동을 결정하는 뇌의 배선입니다.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습관, 믿음 같은 것들의 집합이죠. 우리는 내부 시스템에 따라서 마주하는 일들의 가치를 평가하고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합니다. 내가 마주하는 일이 큰 일인지 작은 일인지, 아무것도 아닌 일인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반응하고 처리할 것인지, 마음속에 쌓아두어야 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합니다. 


내부 시스템은 무의식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여자 앞에서 떨고 싶지 않지만 떨게 된다면 내부 시스템이 그 상황에서 떨도록 되어있는 것입니다. 무대 공포증이 있다면 내부 시스템이 무대 위에서 떨도록 되어있는 것이죠. 떨지 말자 떨지 말자 100번 말해봐야 더 떨립니다.


좋은 내부 시스템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더 많은 일들을 더 쉽고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용량이 양과 관련되어 있다면 내부 시스템은 뭐랄까.. 효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생각을 바꾼다는 말은 이 내부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예를 들면 단순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신감이 없는 상황에서 억지로 생각과 말만 '나는 할 수 있다'로 바꾸는 게 아닙니다. 생각과 관점의 변화를 통해서 '아 나는 진짜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할 수 있다'는 느낌까지 딸려오게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한 가지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거기에 연결된 시스템의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는 것이 힘든 것이죠. 이것은 적절한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바꾸고 싶다고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습관도 내부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4. 반응적(방어적)인 상태와 통제력 상실

내부 시스템을 바탕으로 살다 보면 점점 마음속에 쌓이는 것들도 많아지고 생활습관에 따라서 마음의 용량도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삶에 지쳐서 마음의 용량이 80으로 줄어들고 여러 가지 일들이 쌓여서 마음속을 60만큼 차지하고 있죠. 이 사람은 20의 용량만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10도 되고 30도 될 수 있겠죠. 평균적으로 20)


활용할 수 있는 마음의 용량이 적으면 우리 뇌는 경계를 하기 시작합니다. 대처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적다 보니까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일에 민감해집니다. 뇌의 관점에서는 지금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이기 때문에 , 세상은 위험 가득하게 느껴집니다. 당연히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죠.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들은 미리 피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적이 되거나 아예 관계를 피하게 되죠. 이런 상태가 우리 뇌의 반응적인 상태, 방어적인 상태입니다.  


이런 와중에 뭔가 일이 터져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훌쩍 넘어버리면, 그것은 뇌에게는 엄청난 위기입니다. 반대로 무리를 해서 피곤해지거나 몸이 아파서 마음의 용량이 줄어들어도 위기가 오겠죠. 이럴 때 뇌는 우리의 통제력을 빼앗아서 직접 이 위기를 해소하려고 합니다. 위기가 주는 내적 압박(느낌)을 해소한다고 할까요. (보통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된 상황에서) 뇌는 나, 외부 이 두 가지에 대한 인지적 변화를 통해서 이 내부적인 압력을 해소하려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나를 비난하거나 외부(타인, 세상)를 비난하는 것이죠. 아니면 이 압력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다른 무엇인가를 찾습니다. 


이런 대처는 자동적으로 일어납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과 느낌이 일어나고 갑자기 눈물이 난다거나 슬퍼지기도 하죠. 무의식이 내 통제를 벗어난 대처를 시도하는 것입니다. 피곤할 때 눈이 떨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물론 눈 떨림과 전혀 다른 시스템을 통해서 나타납니다.) 이런 대처들은 순간의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무의식이 사용하겠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부작용까지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한 첫 번째 단계의 우울증이 방어적이고 가끔씩 의식적 통제를 벗어난 상태입니다.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마음의 용량이 적거나 거의 없다 보니 자주 용량 초과 상태가 되는 상태, 아니면 갑작스러운 큰 용량적 부담을 가진 일 때문에 용량 초과가 유지되는 상태인 것이죠. 마음의 용량을 넘겼다는 알람이 자주 들어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만큼 자동 생각, 자동 감정, 자동 행동이 자주 일어납니다.  


5. 평균 상태와 임계점

그래도 첫 번째 우울증은 평균적으로 반응적인 상태(용량이 적은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은 통제력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자주 의식적인 통제에서 벗어나서 우울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자기 비하적인 생각, 비난 등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아직은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변화할 수 있는 상태죠. 내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상태입니다. 


심리적인 상태도 몸무게처럼 항상성의 균형 상태를 갖습니다. 예를 들면, 저 같은 경우는 68-71Kg 정도, 72-75Kg 정도 구간이 있더군요. 제 몸무게가 70Kg일 때는 아무리 굶어도 68Kg 밑으로 잘 떨어지지 않고 떨어져도 금방 복구됩니다. 반대로 아무리 많이 먹어도 다시 71Kg 밑으로 빠르게 내려오더군요. 하지만 계속 나쁜 생활습관과 식생활을 유지하면 어느 날 갑자기 72Kg을 넘어서 평균이 74-5Kg가 됩니다. 그러면 이때부터는 71Kg 이하로 내려오는 것이 정말 힘들더군요. 이런 것이 항상성의 균형 상태입니다. 


반응적인 상태도 통제력이 있는 상태, 조금 통제력을 잃은 상태, 더 통제력을 잃은 상태 이런 식으로 나누어집니다. 각각의 상태는 임계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의 우울증이 더 심한 상태로 가기 위해서는 이 임계점 밑으로 내려가는 뇌의 패턴을 자주 사용해야 합니다. 반응적인 상태 또한 몸무게처럼 더 낮은 구간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저항이 있고 원래 있던 평균 상태로 돌아오려고 하는 복원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제력을 잃게 되는 패턴을 사용한다고 해서 바로 심각한 우울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주 알람이 켜지고 통제할 수 없는 생각, 행동, 감정의 패턴이 지속적으로 사용되면 평균도 점점 떨어지고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서 낮은 구간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반대로 좋아지는 것에 대해 저항이 생겨버리죠. 


두 번째 단계의 우울증은 편도체 중심의 패턴이 자주 사용되다 보니 전두엽 중심의 패턴은 사용이 안되고 점점 흐려지는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변화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뇌의 평균 상태가 변화하면서 전두엽 중심의 패턴은 잘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전두엽을 통해서 나머지 부분을 통제할 수 있는 연결이 약화된 것이죠. 즉, 전두엽의 판단을 통해서 "이젠 위협이 끝났어. 알람을 꺼도 돼" 이런 명령이 전달이 안됩니다. 의식적인 통제력을 일부 잃어버립니다. 


이것이 왜 힘드냐면, 만약 누군가 남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우울증에 걸렸다고 해봅시다. 아직 첫 번째 단계의 우울증이라면 여차 저차 해서 남자 친구가 돌아오고 다시 관계가 회복된다면 우울증에서도 금방 벗어납니다. 그런데 두 번째 단계의 우울증은 편도체를 중심으로 한 패턴에 갇혀버려서 남자 친구가 다시 돌아와도 우울증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뇌가 만들어 내는 패턴은 남자 친구가 떠나버린 상황에 갇혀버리는 거죠. 돈 문제로 우울증에 걸렸다면 로또에 당첨되어도 우울증은 지속됩니다. 심한 우울증이라면 현실 속의 문제가 사라져도 마음속에서는(무의식)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심리 상담도 빛을 보기 힘듭니다. 너무 힘들어서 집착하던 문제를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은데 안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전달이 안되니까요. 


이렇기 때문에 첫 번째 상태의 우울증이라면 올바른 노력을 통해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게다가 임계점이 깨지면 꼭 우울증만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통제력을 잃는다는 것은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것인데, 다른 문제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약과 운동 

이전 글에서 약과 운동이 알람을 끄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이 말은 약 먹고 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은 아닙니다. 약을 먹어도 우울감과 무기력함은 그대로 일 수도 있습니다. 운동도 마찬가지고요. 약과 운동이 도움을 주는 것은 통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통제가 가능한 상태로 바꾸어 주는 것입니다. 첫 번째 단계의 우울증이라면 자동 생각, 감정, 행동을 줄여주거나 그런 자동화된 반응에 통제력을 주겠죠. 두 번째 단계의 우울증은 갇힌 상태를 풀어주는 것이겠죠.  그래서 약의 도움을 받은 상태에서 생각이 바뀌거나 상황이 바뀌면 우울증에서도 점차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약과 운동은 장기적으로 우리 뇌의 평균적인 상태가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줍니다. 방어적이고 반응적인 상태에 갇혀있는 뇌를 자유롭게 풀어줌으로써 인생의 긍정적인 면도 다시 볼 수 있고, 나의 생각, 감정, 행동도 다시 돌아보고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죠. 



생각 바꾸기(내부 시스템 바꾸기)

상담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효과를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많다고 할까요. 위에 설명한 것처럼 우울증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 어떤 한순간의 무리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내적으로 쌓여 있는 것들이 많은 거죠. 쌓여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면 그만큼 여유가 생기고 우울증에서도 벗어나기 쉬워집니다. 


상담 외에도 스스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굳이 추가로 쓰는 이유는, 자신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면을 살펴보는 것보다 다른 것에 더 집중하는 사람들은 내부 시스템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거부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면 상담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변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는 못하더라도 스스로에게는 솔직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관찰과 관련된 내용도 추가해봅니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이 방법도 소용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실패로 인해서 10년 동안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며 다른 사람을 원망하던 사람은, 사실 실패를 막거나 실패 이후에도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던 기회가 수십 번은 넘게 있었다는 것을, 결국 10년간 자신의 인생을 망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죠. 왜 그런지 이해는 하지만 바뀌기 위해서는 아프더라도 솔직해져야 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뇌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해서 더 알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우리 대부분은 우울증 같은 시련이 오기 전까지 내면을 볼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내면을 보는 것보다는 밖을 보는 것에 훨씬 익숙하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일들의 원인을 밖에서 찾게 됩니다. 내면을 보는 것은 익숙하지도 않고 별로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바뀌어야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입니다. 우리가 잘못해서, 나빠서가 아니라 외부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스스로를 잘 관찰하고 감정 상태를 자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내가 언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표정,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죠. 그리고 그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그리고 그런 생각과 말은 왜 하게 되었는지, 관찰과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하나씩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이해해 줄 것은 이해해주고 바꿀 것은 바꿔 나가면 됩니다. 

내면과 대화를 한다고 할까..

아~ 내가 이럴 때 힘들구나. 

아~ 내가 이래서 힘들었구나. 

후.. 나는 나를 좀 더 아껴야겠네.

난 이럴 때 좀 편안함을 느끼는구나. 

이건 내가 좀 심했구나.

난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이건 내가 좀 오버해서 이해한 거구나. 

앞으로는 ~하게 하는 게 좋겠구나. 이런 식으로 내 마음과 대화를 하면서 하나씩 풀어나가는 거죠.  


저녁때 그날 느꼈던 감정들을 회상하면서 시간별로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그 감정 뒤에 있는 나의 믿음들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죠. 생각, 표정, 자세, 감정, 행동들을 시간마다 기록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시간을 정해두고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감정인지를 적어보는 것이죠.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될수록 내면에 쌓여있던 것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그만큼 삶에도 여유가 생기고 감정 컨트롤도 쉬워집니다. 게다가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상처 입을 일도 줄어들고 인간 관계도 좋아지는 것이죠. 



벗어나는데 얼마나 걸릴까에 대한 개인적 경험

길어져서 자세한 내용은 쓰지 않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우울증인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 거기서 빠져나오는데 1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빨리 빠져나왔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심적인 고통을 주는 문제를 빨리 포기해 버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냥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만사가 다 귀찮아지다보니까 현실 문제고 뭐고 다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포기된 것 자체가 운이 좋았던 것이죠. 


현실 문제를 다 포기하고부터는 마음은 좀 편했던 거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런 미묘한 느낌이 기억납니다. 그냥 결과를 다 받아들였다고나 할까요? 그 문제는 더 이상 제 인생과는 상관없어졌죠. 하지만 여전히 무기력하고 힘없는 삶은 계속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고 무슨 생각을 했느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지칠 때까지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죠. 아마도 인간관계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는데 무거운 몸과 느리게 움직이는 세상을(그런 느낌과 인식을) 약간은 즐겼던 것 같습니다. '음 뭔가 느린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좀 이상한 느낌들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즐거움이 생기고부터 빠르게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물론 빠르게라고 해봐야 하루 이틀은 아니고 몇 주에 걸쳐서, 좋아졌다는 것도 못 느낄 만큼 서서히 괜찮아졌습니다. 아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많이 좋아졌었다는 신호였겠죠? 


우울증에서 벗어나는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구는 2-3개월 걸렸다고 하고, 누구는 3년 걸렸다고 하고 사람마다 다르겠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우울증이라면 병원과 상담을 병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과거의 저에게 조언을 한다고 해도 병원과 상담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가장 효과를 볼 확률이 높으니까요. 사실 우울증은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도 아니고 약도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뭔지는 몰라도 그냥 임상에서 일정 수준 이상 효과를 보이고 부작용이 적으면 사용됩니다. 효과가 100%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아직 왜 효과가 있는지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여러 가지 추측만 있을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꼭 병원을 가야 한다거나 다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병원을 통하지 않고 극복했다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점집 가서 나았다는 사람도 있는데요. 그냥 개인의 선택일 뿐입니다.


끝으로,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모두 좋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존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