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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혜령 변호사 Jan 28. 2022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영상녹화 진술 위헌, 대안입법'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https://blog.naver.com/dike-cha/222633853659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악몽!


작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위헌 결정 하나로 그동안 성폭력 피해자를 돕던 변호사, 활동가, 상담원, 아동진술분석가, 진술조력인은 말 그대로 혼돈과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미성년,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용되던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 중 '미성년자(19세 미만) 피해자' 부분이 위헌 선고로 즉시 효력을 잃게 된 것입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피해 신고를 한 후 받는 조사는 영상 녹화를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애로 의사결정능력이 약할 경우 이 녹화는 의무이고, 이후 이 영상녹화물에 담긴 피해자 진술은 조사 과정에 동석했던 '신뢰관계인'이나 '진술조력인'의 '성립 진정' 진술이 있으면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특별 규정이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입니다. 피해자가 불필요한 반복 진술을 하지 않게 하려고 소송법상 전문법칙(傳聞法則)의 예외 규정을 둔 것입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재판에서 피고인(가해자)이 피해자 진술이 담긴 조서나 영상녹화물의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법정에서 나와서 다시 진술하지 않고도 수사 때 찍었던 영상녹화물에 담긴 피해자 진술은 증거능력을 획득하여 재판에 쓰일 수 있었습니다.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있는지는 그 후에 따집니다) 그런데 이 조항이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피고인이 피해자 진술 증거에 동의하지 않으면, 피해자는 법정 증언을 해야만 자기 피해 진술을 재판상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헌재 결정 비판할 시간도 없다, 대안 모색


위헌결정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며 지원단체들의 비판이 잇따랐고(28개 단체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 진술녹화 증거능력 폐기처분한 헌법재판소 규탄한다'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아동인권위원회 공동성명), 결정 후 스무날이 안돼 열린 '법원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의 온라인 긴급토론회에는 5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해서 헌재 결정에 따른 실무상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1월 27일 국회 여성·아동 인권포럼 주관으로 열린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영상녹화진술 위헌, 대안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는 국회 차원에서 입법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형식이 국회 입법의 시간을 주는 '헌법불합치'가 아니라 선고 즉시 효력을 잃게 하는 '단순 위헌'이어서 당장 수사와 재판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모두 '긴급'하게 토론하고 '긴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합니다. 하지만 이 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승재현 연구위원의 말대로 헌법재판소 결정은 '주워담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발표와 토론에서 제기된 주장 중에서 몇 가지 기록을 남겨둡니다(요약은 아닙니다). 이 날 토론회는 1주일 후 국회 방송으로 녹화 중계된다고 합니다.  



발표 1. 김지은 - 대구 해바라기센터 부소장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에게 365일 24시간 상담, 의료, 수사, 법률지원을 원스톱 제공하는 여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입니다. 이 중에 성폭력 피해자 중 19세 미만 아동, 청소년과 지적 장애인을 지원하는 '아동형' 해바라기센터는 전국에 7개 있는데 대구 센터 부소장님이 첫번째 발제를 하셨습니다. 


김지은 부소장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 진술의 특성,  아동이 실제 법정 증언에 나섰을 때(특별조항이 있어도 증인으로 채택되어 법정 진술하는 성폭력 피해 아동이 있습니다) 받는 질문들- '거기에 왜 따라갔나요?', '건물 이름이 뭐예요?', '몇 번째 손가락인가요? 왜 못 봤나요?', '못 알아듣겠어요, 너 발음이 좋지 않구나', '성관계 처음인가요?', '자전거 많이 탔죠?'-, 위헌결정 이후 아이들에게 법정 진술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으니 했던 말-'가해자와 절대 마주치지 않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너무 긴장될 것 같다, 내가 잘못하면 나도 감옥에 갈 수 있으니까', '하고 싶지만 꼭 필요하다면 하겠다'-을 소개하시며 그동안 아동,청소년 성폭력전담기관 실무자의 관점에서 위헌 결정으로 우려되는 점을 말씀하셨습니다. 


피해 아동, 청소년이 처음 사건을 보고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 진술녹화를 하고 수사 개시, 사건 송치, 기소 단계를 거쳐 최소 3개월(3개월이면 정말 빠른 편입니다) 후 재판이 시작되는데 피해 신고 후 재판 단계에서 증언까지의 시간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피해 초기보다 좀 더 편안하게 진술할 수도 있지만, 그때까지도 사건으로 계속 힘들어하며 피해 심각성을 드러낼 수도 있는가 하면, 아동 나이가 어릴수록 기억 상실이 성인에 비해 빠르고 외부로부터의 유도와 암시로 기억 왜곡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법정이 피해 아동, 청소년이 편안하게 자기 기억을 떠올리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의 안전과 심리, 정서적 안정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충분한 진술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 피고인 변호인의 반대신문 과정에서 인격 손상이나 사적 비밀 침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우려하면서, 사법기관에 의한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제대로 된 대안이 신속하게 마련되지 않을 경우 '성폭력은 침묵으로 넘어가는 것이 해결법'이라고 인식하게 될지도 모르니 신속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발표 2.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입법론으로 증거보전절차에서 피의자의 반대신문 기회를 보장하고 이를 영상녹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제30조의 2는, 성폭력 피해자가 19세 미만인 경우 형사소송법의 증거보전청구(제184조)의 근거 규정으로 하되, 16세 미만 피해자에게는 필수적으로 증거보전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제30조의 3에서 증거보전절차에서 영상녹화를 하고, 피해자의 국선변호사 선임, 아동친화적 장소에서 영상 촬영, 가해자가 친족인 경우 직접 질문 불허, 반대신문사항 사전 제출, 피해자 16세 미만인 경우 주신문과 반대신문 모두 피의자와 피해자가 합의로 정한 진술조력인을 통해 질문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토론 1. 박아름 -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박아름 활동가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하면 2차 피해를 받게 되는가?"


피해자는 소송절차상 당사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형사재판기록도 전부 확인할 수 없고, 검사는 피해자를 대변하기보다 '실체 진실' 발견을 명목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절차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주요 쟁점으로 다투어지기 때문에 피고인 변호인은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하며,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성이력, 피해자 SNS 일거수일투족을 들어 피해자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인지 공격하고, 피해자를 지치고 혼란스럽게 만들어 말실수 유도, 장시간 강도 높은 질문, 피해자의 취약점 폭로 등 갖은 방법이 사용되며, 이런 것들은 아동 피해자 뿐만 아니라 모든 성폭력 피해자가 직면하는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피고인에 대한 무죄 추정 원칙'이 마치 '피해자에 대한 무고 추정 원칙'인 것처럼 적용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대안입법 논의가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 진술 시, 반대신문의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이 문제는 아동 문제이기 전에 젠더 문제임을 역설했습니다.  



토론 2. 김선화 - 국회 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

(생략)



토론 3. 정명화 -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

정명화 변호사는 대안 입법의 기준점으로 

① 아동,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기회를 부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가. 

② 진술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2차 피해로부터 아동,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가.

③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기억 상실과 왜곡을 예방하는 등 성폭력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적합한가.


저는 정명화 변호사가 지적한 세번째 문제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헌재의 위헌결정은 (피고인) 반대신문권과 (피해자) 2차 피해 방지의 조화 지점을 찾으라는 주문이지만, 위헌 선고된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은 신빙성 있는 아동 진술을 확보하는 방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동 진술, 아동 기억의 특성 때문에 사건 발생 시로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진술 신빙성을 의심받기가 쉽기 때문에 최대한 사건 발생과 가까운 시기에 생생한 진술을 얻고 이를 몇 달, 몇 년이 지난 재판에서도 증거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동 성폭력 수사와 재판에서 중요합니다. 


정명화 변호사는 대안 입법으로 북유럽의 바르나후스 모델(이 모델은 토론 5에서 자세히 다룹니다)을 소개하고 입법에 관하 제안으로 피해자 조사자를 통일할 것, 피해자 조사장소를 통일할 것, 조사 장소 내 인원을 최소화할 것, 신문사항과 방식에 관해 사전 협의할 것을 제언합니다. 



토론 4. 전윤경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윤경 교수는 형사증거법적 관점에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쟁점을 정리하고 헌재가 '규범조화'의 대안으로 제시한 증거보전절차는 기존 영상녹화진술과 동일한 정도로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교수님의 판례 명석이 어서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새로운 전문법칙의 예외 규정을 만들되, 반대신문권 보장이 반드시 법정에서 피고인과 증인이 대면하는 방식으로 규정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면서도 기존 수사단계에서의 영상녹화진술과 동일한 정도로 미성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수사단계에서의 피해자 조사에서 피의자에게 반대신문을 위한 충분하고 적절한 기회(사건의 핵심 진술증거에 관해 탄핵할 기회)를 부여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외국 입법례 중에서는 노르웨이가 채택한 바르나우스 모델인 촉진조사제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입니다. 



토론 5. 문지선 - 법무부 형사법제과 과장

대안 입법으로 증거보전절차상 증인신문의 한계를 설명하며, 외국 입법례로 '노르딕 모델'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토론 6. 한소정 -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법원사무관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마련된 현재의 제도를 소개했습니다)



청중 토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차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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