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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지 Oct 01. 2016

혼자라도 외롭지 않았던 상하이

세상의 중심에서 상하이를 외치다

지금껏 수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홀로 계획해서 혼자 떠나보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찾아온 상하이 여행의 기회는 여행 준비를 하는 그 순간부터 설렘반, 두려움반으로 조금씩 나에게 다가왔었고 나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점점 홀로 떠나는 여행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중국 상하이, 서울과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가까운 도시였지만 왜 지금까지 가보려고 딱히 생각을 안 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중국은 가까우니까 언제든지 갈 수 있어'라는 생각 때문에 지금껏 여행을 미뤄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누군가가 아닌 나 홀로 떠나는 여행은 나에게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제 상하이로 간다.


습하디 습하다

6월 말의 상하이의 날씨는 매우 습했으며 장마철이라고 한다. 날씨는 맑았지만 습한 기운 때문에 언제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을 하고 있었다. 내 예상이 딱 맞아떨어졌는 3일 내내 비와 함께한 여행이었다.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서 시속 400km가 넘는 자기부상 열차를 탑승했다. 전철로 20분 넘게 걸릴 거리는 단 6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바깥의 풍경을 조금이라도 즐겼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프랑스 조계지
우캉루
중국의 유럽, 그 속에 서있는 나

첫걸음이 향한 곳은 상하이의 작은 유럽 마을로 불리는 프랑스 조계지이다. 이 곳에는 이국적인 카페들과 부띠크 샵, 맛있는 유럽의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 등이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유럽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거리에는 빽빽이 들어선 가로수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 조금씩 걷다 보면 지금 내가 중국에 와있는지 유럽에 와있는 건지 헷갈리게 되어버렸다. 


프랑스 조계지는 단지 짧은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동선에 따라서 움직이면 더욱더 세밀하게 이 곳을 관광할 수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우캉루와 헝산루이다. 이 곳을 걷고 있으면 유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생각났다. 길을 걷가다 빵의 향기가 솔솔 나는 유혹에 이끌려 나도 몰래 들어가 버릴지도 모른다.

 

신천지


상하이의 핫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신천지에 도착했다. 이 곳은 예전 올드 상하이와 뉴 상하이가 만나는 지점으로 트렌디한 건축물 양식과 맛스러운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만나 상하이를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이 곳을 걷다 보면 나도 몰래 음식점의 메뉴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수많은 노천카페들이 제각기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혹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을 하면서 계속 걷느라 지쳐있던 나의 다리에게 휴식을 안겨주었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상하이의 모습은 평온하고 잔잔했다.


상하이 인민광장
화려함의 꽃과 마주하다

아마 상하이를 떠올리면 가장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생각나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민광장 역부터 시작되어 와이탄 앞까지 도착하는 화려한 거리는 1.6km 달하는 상당히 긴 거리이다. 이 거리를 걷고 있다 보면 상하이의 화려함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다. 낮이든 밤이든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냥 좋다. 노을이 지는 거리를 걷고 있다 보면 상점가들에는 불이 하나씩 켜지고, 그 불빛들이 하나씩 완성되어 로맨틱 상하이가 완성된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욱더 화려해진 밤의 모습은 거리를 걷는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화려함을 넘은 반짝임에 나는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었고,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하이의 메인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탑이 보였다. 20분을 걷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꼈던 시간은 단 5분밖에 되지 않았던 사실이 지금까지도 신기하다.


와이탄의 야경

더욱더 화려해진 밤의 모습은 거리를 걷는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화려함을 넘은 반짝임에 나는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었고,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하이의 메인 랜드마크인 동방명주 탑이 보였다. 20분을 걷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꼈던 시간은 단 5분밖에 되지 않았던 사실이 지금까지도 신기하다.


예원
비를 타고 떠난 청나라 시대

오전 일찍 도착한 예원은 유명 관광지라는 타이틀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아주 조용했다. 입장권을 끊고 정원 속으로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다. 우산을 쓰고 비가 내리는 정원을 타박타박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새 나는 명나라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예원은 명나라 시대의 관련 판윈단이 아버지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18년간 만든 전통 정원이다. 아버지를 위해서 만들어서 그런지 정원의 모습은 돌 하나, 나무 하나, 어느 것 하나 그냥 배치한 것이 없다. 정원의 규모도 상당히 커서 아름다운 산수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연못의 모습과 전통 중국 정원을 보니 묘한 기분이 나를 감싸 안는다. 예원의 이곳저곳을 느끼며 걷다 보니 어느덧 비는 개였다. 빗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예원의 모습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타이캉루 티엔즈팡


타이캉루에 있는 텐즈팡은 기념품을 사기에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곳은 상하이의 예술인들이 모여 있는 예술거리다. 미로 같은 작은 골목이 여러 개 있고, 이곳저곳을 누비며 보물을 찾는 미션을 하는 거 같았다.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기념품 찾기 같이 골목이 너무 미로 같아서 왔던 길을 몇 번이나 계속 돌고 돌았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는 재미가 있는 곳이 바로 타이캉루 티엔즈팡이다.


텐즈팡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 관광지가 아는 사람이 사는 냄새를 잔뜩 맡을 수 있는데 특징 중 하나가 실제로 사람이 거주한다는 것이다. 일반 주택과 관광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이 곳은 더욱더 뜨거워지고 있다. 나도 텐즈팡에서 엽서와 자석 등을 구매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차도 맛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도 만들어보았다. 뜨겁고 습한 여름 시원한 차와 함께 했더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곳 바로 타이캉루가 아닐까?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가 시작되는 곳

상하이의 비즈니스의 메카 푸동으로 들어왔다. 이곳은 첫날 저녁에 보았던 동방명주 탑이 위치해있는 지역으로 관광지의 느낌보다는 중국의 비즈니스의 심장으로 하늘에 닿을 것 같은 높은 건물들이 빼곡하게 서있었다. 푸동의 중심으로 들어가 보니, 동방명주와 세계금융센터 건물인 SWFC, 진마오타워 그리고 상하이 타워까지 너무나도 높에 쳐다봐 목이 아플 정도로 아주 높이 높이 위치해 있었다.


동방명주는 24시간 내내 멋진 위상을 가지고 있다.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았을 때 총 3개의 볼은 나를 품을 것 같이 매우 컸고 특이한 겉모습을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거 같았다. 낮에는 붉은 색깔의 모습을 띄지만 밤이 되면 형형색색의 다양한 겉모습으로 더욱더 화려함을 뽐낸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뿌옇게 보이는 동방명주는 분위기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폭우는 여행의 걸림돌

6월 말의 상하이 여행은 하루 종일 비와 함께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걷을 수도 그렇다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주변을 돌아보다가 나무 밑으로 피신했다. 그나마 나뭇잎들이 비를 먼저 맞아주어 덜 맞을 수는 있었지만 이미 내 옷은 비로 완전히 젖어있는 상태였다. 우산도 비의 힘에 밀려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져 나의 어깨를 적시고 있었다. 그야말로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되었다. 어서 비가 멈추어줬으면 하고 100번은 속으로 말한 거 같았다.


엄청나게 내리던 폭우가 30분이 지나니 조금씩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IFC몰 쪽으로 돌아가니 이미 그곳은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여기서도 오고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길을 돌고 돌아 간신히 전철역으로 이동했다. 그때 이미 나는 감기가 걸릴 것이라고 확신이 섰다.



예원 위위안상청
예원 위위한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저녁이 되는 오후에 폭탄처럼 내리는 비는 조금씩 잠잠해지고 도시는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녁이 더욱더 아름답다는 위위엔상청의 모습을 보러 다시 한번 예원으로 향했다. 힘들게 도착한 예원의 모습은 이미 나를 감동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 나는 이곳을 놓쳤더라면 계속 두고두고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나의 마음을 홀려놓은 예원의 모습은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낮에 보았던 풍경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중국의 화려함을 고스란히 나타내었다. 까만 밤하늘과 주황색 조명이 만나면서 화려하게 빛나는 모습이 되었고 조용했던 낮의 모습과 비교하면 더욱이 요염한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다. 그 사이 사람들이 많아졌고 생기가 넘치는 상하이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상하이의 모습은 흘러간다.


그렇게 뜨거운 상하이에서의 3일이 흘렀다. 처음 혼자 하는 여행이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걱정도 많이 되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혼자 계획하고 실천했기에 나 자신에게도 칭찬해주고 싶다.


여름의 상하이는 열이 날만큼 뜨거웠고 황홀했던 야경의 모습들을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있을 것이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나는 그날을 생각해본다. 안녕, 첫 번째 나 홀로 여행 상하이, 짜이찌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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