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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IEUN Sep 18. 2021

브런치 작가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

잘쓴 글이 아니라

가벼웠던 시작. 커져갔던 기대감

2021년 1월 어느날, 올해 계획을 세우며 당당히 말했다. "3월까지 꼭 브런치 작가가 될거야!"

생각보다 3개월은 금새 흘러갔고, 난 브런치 작가는 커녕 글을 한 문단도 써내지 못했다. 이런 내 상황을 한탄하다 친구에게 우연히 '한달어스'를 소개받았다. 이제까지 여러 자기개발 커뮤니티에 가입했지만 바다에 물감뿌리듯 흘러갔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프로그램 시작 전 온라인 모임에서 슬기 리더님의 브리핑을 들었을 때 뭔가 번뜩임이 있었다. 이 분의 자신감. 일단 그냥 써보면 된다는 격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 실제 합격 사례. 다방면의 각도에서 기대 이상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기대감이 높아졌다. 


잘쓴 글이 아니라, 좋은 글을 쓰는 거예요

슬기님이 매일 보내는 메세지들, 공유해주는 글에서 여러번 반복된 문장이 있었다. 

"브런치는 잘쓴 글을 원하는 게 아니예요. 좋은 글을 쓰는 작가를 선호해요"

머리가 띵 했다. 나에게는 묻지도 따질 것도 없이, 잘쓴 글 = 좋은 글 이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글이란 뭘까? 슬기님의 설명에 따르면, 작가의 개성과 경험이 녹아들어있는 글이었다. 우리가 1인칭으로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시공간의 제약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 사람의 경험, 다른 사람의 관점을 텍스트 너머로 볼 수 있는 글 말이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브런치를 좋아하는 게 그 이유기도 했으니까. 소방관, 디자이너, 여행가 등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들. 깨달음. 이런 게 궁금하고 흥미로웠다. 작가 고유의 삶이 녹아들어있고, 독자의 뇌에 공명을 주는 메세지가 있는 글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글쓰는게 가벼워졌다. 내가 사람들한테 신나서 말하는 그런 얘기들, 내가 내심 가슴뛰어 하는 생각들, 믿고 있는 것들. 이게 바로 메세지다. 나의 어떤 사유들에 사람들이 더 공감하는 지는 그간의 대화의 통해 알고 있다. 

그럼 그 사유를 메세지로 정하고, 나의 경험을 문장 문장에 발라서 글로 빚어 내면 되는거다. 이미 나에게 있는 메세지에 형태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두컴컴했지만 점차 선명해졌던 글의 주제

나는 거의 대부분 마감요정이었다. 30일동안 글 제출 기한은 매일 새벽 12시였다. 11시 30분이 넘어서 글을 제출하는 사람들을 마감요정이라 부르고 이모티콘으로 레드카펫을 깔아주기도 한다. 나는 그 마감요정들 중 가장 마지막에서야 입장하는. 11시 55분쯤 입장해서 레드카펫을 주섬주섬 다시 말아올리면서 입장했던 사람이었다.


평일엔 글쓰기에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곱씹고 있었다. 특히 글의 소재에 대해서 말이다. 

결국 'B2B SaaS' 라는 주제로 좁혀냈다. 회사 대표님과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나에게 뭘 더 기대하냐는 질문에 '해외의 B2B SaaS 사례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그걸 더 적용시켜 봤으면 좋겠어요' 라고 대답하셨는데 큰 영감이었다. 아, 공부도하고 글로도 쓰면 되겠다! 매일 배우고 경험하기 때문에 생생하기도 하고 말이다. 


겨우내 완성한 글. 첫 산을 넘었다. 

2번의 주말을 거치면서 한 글을 완성해내고, 작가 신청을 끝냈다. 돌이켜 보면 주제를 정하는 게 가장 힘겨웠다. 첫 글에 어울리게 너무 지엽적이지는 않으면서, 재미있는 인사이트를 담을 수 있는 주제는 무었일까. 그렇게 하루는 오롯이 주제를 고민하느라. 하루는 오롯이 글을 채울 소재들을 찾느라. 하루는 글을 쓰고 정돈하느라 보냈다. 사실 중간에는 이러다 작가 신청 한 번 못해보고 한달이 지나가는 게 아닐지, 진심으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나름 만족하는 첫 글을 써냈다. 내가 봤을 때엔 충분히 좋은 글이었다. 다행히 브런치팀도 그렇게 생각해주었다.


글쓰기 근육을 만들었던 시간

요새 PT를 받고 있는데 등운동을 할때에는 그냥 힘들다는 느낌도 아니고 벙찌는 느낌이든다. 스쿼트나 플랭크를 하면 그냥 미친듯이 힘이 드는데, 등은... 그냥 없다. 있어야 할 근육이 없다. 뭐 힘이 들어가야 힘이 들지. 그렇게 생각하며 약한 강도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시도해본다. 

나에게 글쓰기도 등근육과 비슷했다. 일기를 끄적이거나 네이버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 건 곧잘하는 편이다. 내 생각을 기록용으로 정리용으로 썼으니까. 남이 본다고 해도,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궁극적인 독자는 사실 미래의 나다. 나만 보면 재미없으니까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쓰는 느낌에 가깝다. 


브런치는 다르다. 이곳은 명확히 독자를 위한 글을 쓰는 공간이다. 작가는 모름지기 독자에게 어떤 형태로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글'을 써내야 한다. 그리고 그 소재는 작가의 경험과 개성에서 나온다. 위에서 말했듯, 좋은 글을 쓰겠다 생각하며 주제를 나의 경험에서 찾다 보니 조금 더 글을 쓰기 수월하다. 약간 막 쓰고 싶단 느낌이 들기도 하다. 아 이거 되게 재밌는데~ 하면서 말이다. 이 느낌으로 첫 글을 힘겹게 써내보고 나니 앞으로도 계속 써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뭐 한달에 한개라도 쓰면 되는 거 아니겠어. 나의 삶이 담긴 좋은 글을 써내는 작가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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