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2023년 12월, 이직을 결심하다
나는 와이프에게 입에 달고 살았던 이직을 다시 한번 입밖으로 꺼냈다. ”여보, 나 이직 진심으로 해야겠어. 이젠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와이프는 이직에 대한 나의 열망이 하루 이틀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뭐 새로운 일도 아니라는 듯 “그래, 오빠가 하고 싶으면 해야지” 라며 내 이직을 새삼 무겁지 않게 해 주었다. 와이프의 단순한 그 대답이 결국 나를 움직였다. “그래, 이직이든 퇴사든 결국 다 내 결정이지”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이직을 진심으로 마음먹은 것이…
가장 친한 선배에게 이직의 마음을 털어놓다
나와 한 팀에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다른 회사로 이직한 한 선배가 있었다. 이직을 하고 나서도 나와 종종 근황 연락을 주고 받았고, 그럼에도 회사 위치가 멀어져 쉽게 만나거나 교류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나는 카톡으로 선배에게 말했다. “차장님, 저 이제 진짜 이직해 보려구요.” 너도 이직해야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곤 했던 선배는, 그날따라 나에게 다시 한번 되물으며 나의 의지를 확인했다. “너, 진짜 이직할거야? 장난 아니고?“ 난 답했다. ”물론이죠. 이번에는 진짜 해야죠“ 대화는 그렇게 짧고 굵게 끝이 났다.
며칠 후, 선배에게 전화가 오다
퇴근할 무렵인 5시경,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퇴근하면서 심심하니 전화주신 걸까 하다가,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다. 선배 왈, ”너 저번에 이직 하고 싶다고 한 거 아직도 유효하니? 너 진짜 생각있으면 내가 한 곳 추천해 줄려고.“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당연하죠. 저 아시잖아요. 생각없이 대답 안 하는거…“ 내가 망설이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보통 업계의 외부 헤드헌터한테서 오는 제안들이 내가 생각한 수준의 회사가 아니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해 주는 추천이라면 ‘최적의 일자리’를 제안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기도 했다.
선배의 거절할 수 없었던 제안
“사실 이 자리 내가 제안받은 건데, 나는 이미 이직했으니까 못 간다고 했고. 대신 널 추천하려고 하는데, 000라는 회사야. 00 직무이니까, 지금 너 하는 일이랑 가장 연관성도 높고. 일단 추천으로 이력서 제출하면, 제일 먼저 내부 검토할 테니까 너한테 관심도 가장 많이 가질 거고. 한번 지원해 보고 싶으면 이력서 보내” 순간 가슴이 뛰었다. 오, 이제 진짜 이직을 시도하는 건가. 말로만 하고 막상 행동에 옮기지 않았던 그 이직, 드디어 시작할 수 있는건가?
그렇게 이직을 시작했다. 2023년 12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