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번트 May 27. 2024

이직 최종 합격하고 가지 않은 이유

Episode 2

면접은 순조로웠다

서류 합격 후, 총 3번에 걸친 면접이 시작되었다. 실무 면접, 임원 면접, 대표이사 면접. 약 1달 반에서 2달까지 소요된 면접 절차였지만, 크게 문제는 없었다. 물어보면 답했고, 궁금해하면 알려주었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얘기했다. 큰 변수가 없다면 합격할 수 있으리라 내심 생각했다. 그 결과, 장장 3달에 걸쳐 진행된 이직 준비가 끝났고, 나는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다.


진짜 이직은, 최종 합격 통보 이후부터

문제는 그 이후였다. 보통 '처우 협상'이라고도 부르는 이 과정은, 최종 합격을 통보받고 나면 들어갈 회사 인사팀과의 처우, 연봉 등의 협상을 진행하는 절차였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처우를 주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내 스스로 나 자신의 가치를 얼마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협상은 '생각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하게 시작된다. 들어갈 회사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와, 나 자신이 어떤 수준으로 인정받고 싶은지가 양립하면서 이견을 좁히기도 하고 때론 겉잡을 수 없는 간극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실 난 2곳의 면접을 동시에 진행했다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지만, 그곳의 면접 과정이 원만하지 못했다. 발표하기로 한 날짜가 지연되고, 면접 일자를 알려주는 인사팀의 공지와 태도 또한 굉장히 'Unprofessional'했다. 그 와중에 원래부터 잘 알던 회사의 경력직 채용 공지가 떴고, 결국은 두 회사의 전형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두 곳 다 일단 합격부터 해 놓자. 그래야 원래 가고 싶었던 그 회사에 좀 더 적극적인 협상 카드를 가져갈 수 있을테니...'


가고 싶었던 회사의 부정적 피드백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최종 합격은 둘 다 했고, 이제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원래 지원했던 회사와 처우 협상만 잘 마치면 모든 게 깔끔했다. 하지만 그 회사는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하나, 당장 다음달부터 인상 예정된 연봉을 반영하지 않고 전년도 연봉을 기준으로 연봉 인상제안을 했다. 둘, 기본급 외 내가 현재 회사에서 받고 있는 많은 복지제도들에 대한 제공여부를 해당 회사에 문의했지만, "그런 건 우리도 다 있어요"라고 하며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았다. 셋, 내년 승진 대상자인 나는 다른 모든 것들에서 큰 변화가 없다면, 직급이라도 하나 올려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여러 과정들이 있었지만, 결론은 단 하나였다.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이게 최선이에요." 약 일주일의 처우 협의가 이어졌고, 마지막 저 한 마디를 들은 나는 드디어 확고한 답변으로 모든 협상을 마무리했다. "잘 알겠습니다."


이직 면접의 시작과 끝은 결국 '처우 협상'

뭐 엄청난 연봉 인상, 드라마틱한 변화를 꿈꾸고 이직하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적어도 현재보다는 나은 환경, 그리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이직'이라는 모험을 떠나는 것뿐이다. 새로움에는 많은 어려움과 적응의 과정이 동반된다. 그 모든 두려움을 이겨내고 망망대해에 발을 한발짝 내딛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직에서 적어도 그 동력이 '처우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돈 좀 더 주세요'가 아니다

나라는 사람을 믿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그 회사의 태도와 자세에, 나는 두려움과 막연함을 이겨내고 새로운 전장에 들어설 수 있다.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설사 그 가치가 단숨에 발현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긍심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이직의 합격을 다시 정의하면

서류와 면접은 몸풀기, 스트레칭이다. 진짜 본 게임은 처우 협상부터다. 이직을 꿈꾸고 있거나, 막 시작했거나, 또는 처우 협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