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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Dec 21. 2016

백수일기 13화

바뀌는 것 없어

많은 여행 에세이나 블로그 후기에서 '여행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도 들었다. 여행을 떠나기전 나도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컸다. 여행을 떠나온 지금 나는 궁금하다. 무엇의 그들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는지.


어떤 여행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느끼고 깨닫는 것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타이트한 일정 속에 수 많은 인증샷을 남기며 '내가 이렇게 멋진 곳을 참 많이도 다녔다!!!'라고 보여주는 여행을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하염 없이 여유를 즐기며 똘똘 뭉첬던 스트레스와 피로를 날려버리는 여행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이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자신만의 여행을 꾸려 나간다.

나의 여행은? 어느 날은 바쁘게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인증샷을 남기기 바쁘다. 또 어느 날은 숙소에서 뒹굴뒹굴하며 한나절씩 날려 버린다. 30일이라는 시간을 유럽에서 보내지만 그렇게 빡빡하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널널하지도 않다. 또 대부분의 도시마다 실내암장을 찾아 다니고 축구 경기가 있는 곳이면 축구 관람도 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투어리스트 스팟은 그냥 슥슥 지나가기 일수다. 유럽의 의리의리한 건축물은 쾰른 대성당 이후론 아무 감흥이 없다.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이나 그와 관련한 정보를 꼼꼼하게 알아보는 편도 아니다. 저번에도 얘기 했듯이 일반적인 관광 루트에서 살짝? 경로가 벗어나 있다.

여행 계획을 짜오지 않은 탓에 내가 원하는 만큼 깊이 이것 저것 생각해볼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만큼 여행은 자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은 나한테 확실한 메시지를 남겼다.


첫번째는 준비한 만큼 보이고, 준비한 만큼 고생을 덜한다는 것. 여행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이다. 철저한 준비는 조금더 효율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게하고, 같은 곳을 가도 많이 알아보고 가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느낀다. 그 나라의 언어가 유창하다면 그런 준비보다 질문으로써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렇게 말을 잘하지 못한다. 그리고 질문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 준비도, 질문도 많이하지 않았기에 얻어 가는 것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나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들도 많았고, 항상 의외의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 한 멋진일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또 여행을 간다면 지금 보다는 조금 더 준비하겠지만 즉흥적이고 예정되지 않은 곳에서 의외성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여행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 변화라는 것은 여행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심했을 때, 그리고 작은 실천이 모였을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마 여행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깨닫고 실천을 한게 아닐까한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행동으로 못 옮기는 것을 반성해야겠다.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을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설음과 한발 다가서 있었다.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싶었지만 언제나와 같이 시간은 나보다 부지런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큰 숙제가 남겨져 있는 만큼 여행을 동력삼아 다시 나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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