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현 Oct 02. 2016

백수일기 6화

친구의 결혼

오늘은 친한 친구의 결혼식. 대학 동기이자 한 살 많은 형의 결혼이다. 20살 풋내기 시절 만났던 우리는 30대가 되었다. 대학 때 연애하던 그 분과 백년가약을 맺은 우리 형! 학교에서 마주쳤을 때 뒤돌아 도망가던 형수의 모습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남자 동기 중 첫 결혼식이어서 인지 멀리 사는 친구들까지 모였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반가운 얼굴들이 몇 보인다.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이니 웃음꽃이 핀다.

"KTX 타고 왔다더니 타임머신을 타고 왔냐?" 학교 다닐 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녀석부터 살이 잔뜩 찐 친구, 자주 보던 친구들의 모임에 왁자지껄하다.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으면서도 다르다. 변해버린 모습만큼이나 약간의 어색함이 공존 하지만 찬란한 20대를 함께 보냈기에 금세 2006년으로 돌아간다.


나는 많은 친구가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다익선' 보다는 '소수정예'가 낫다. 서로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고, 때에 따라 쓴소리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친구. 항상 배려하면서도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는, 마음으로 통하는 그런 소수의 친구를 원한다. 어떻게 그런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할 때면 떠오르는 답은 하나다.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주는 것!' 그런데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다. 10년이 넘은 친구에게도 나의 고민이나 속마음을 툭 터 놓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그렇게 머뭇거리는 만큼 내 친구들도 나에게 그러할까? 알아서 알아주면 좋으련만 내가 내 마음도 확실히 알기 어려운데 친구들이 나를 알아서 알아주기 바라는 마음은 참으로 이기적이다. 내가 그렇다. 그럼에도 나의 주변엔 그런 친구들이 있다. 굳이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해주고 필요할 때 기둥이 되었다, 채찍이 되었다,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


친구의 결혼은 오랜만에 대학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었고, 친구라는 의미를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백수가 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생각이 많아 짐을 느낀다. 지금 느낌 하나하나 기억하고 기록하여 훗날을 위한 거름으로 써먹어야지!  


한 없이 외로울 때에도, 힘들 때에도, 기쁠 때에도 늘 변함없이 옆을 지켜주는 '벗'이 있어 참으로 힘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 백수일기 5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