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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ul 18. 2021

프라하에 미술관도 있다.

프라하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


(이전 포스트에서 계속)


사회, 역사, 문화 뭐 이런 것들을 전시하는

박물관도 좋지만,

난 미술 작품을 모아 놓은 박물관도 좋아한다.


전자의 박물관에서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재미가 있고,


후자의 박물관에서는 

새로운 색, 선, 구도, 터치 등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어릴 때 한국에서 가본 박물관은 전자였는데,

설명이 잘 안 되어 있어 그랬는지

좀 재미가 없어서,

자발적으로 방문하게 되지는 않았다.


어른이 된 후 한달 유럽 여행할 때 갔던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나 

스페인 프라도 박물관,

그리고 러시아어에서 갔던 여러 박물관들은 

주로 후자여서,


이제 나에게 박물관은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되었는데,


설명을 읽어도 잘 모르겠는 전시물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이,


그냥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을 

느끼기만 하면 되니,

이제는 박물관 가는 게 재미있어졌다.


그리고 그 이후 폴란드, 그리스 등에서 가본

고고학 박물관, 봉기 박물관, 유대인 박물관 등은

다시 전자의,

하지만 보다 특화되고 전문화된 박물관이었는데,


하나의 주제로 집약된

박물관의 깊이 있는 정보가 유익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전시물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뭔가 많이 배우는 것 같은 그 경험이 뿌듯했고,


비로소

그런 예술 작품 없는 박물관이 주는 재미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의 나는

전자와 후자의 박물관 모두 좋아한다.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체코에선 후자의 미술작품이 전시된 박물관을

대체로 Galerie(미술관)라고 칭하는데,


1-3일 단기 여행하게 되면,

진짜 유명한 미술관만 골라 보게 되지만,


나는 2012년, 2019-2020년 겨울 

합쳐서 총 3개월을 체류했으므로,

프라하에서는 

크고 작은 7개의 미술관에 가 볼 수 있었다.


7개 다 대외적으로는 안 유명하지만,

그래도 꽤 괜찮길래,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누군가들을 위해

여기에 소개한다.


이전 포스트에 이어 11부터 17까지 번호를 붙인

프라하 미술관의 대략적인 위치는

아래 지도와 같다.


(지도 출처: google)




11. 거대한 미술 박람회장, 벨레트르쥬니 궁


벨레트르쥬니 (Veletržní Palác, Trade Fair Palace)

2012년에 처음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좋길래,

2020년에도 또 갔다.


벨레트르쥬니 궁의 veletrh [벨레트르흐]는

‘높다, 크다'라는 의미의 vele와 

'시장'이라는 의미의 trh가 결합한 형태로

"박람회"를 가리키는 말이고,


Palác [팔라츠] 다른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궁"뿐 아니라,

귀족의 "저택", "큰 건물"도 의미한다.


즉 벨레트르쥬니 궁은 

“박람회 건물”이라는 의미로,


1920년에 무역 박람회 건물로 건설되었고,

이후엔 무역회사들이 이곳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당시엔 프라하 외곽이었을 이 동네엔

화물열차들이 주로 오갔던 기차역이 있는데

아마 그래서 이곳에 무역 박람회장을 지은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역시나 이러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2차세계대전 중에는

유대인들을 수용소에 보내기 전에

집합시키는 장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박람회장은 1974년 큰 화재로 재건축을 했고,

체코에서 가장 큰 기능주의 건축인 이 건물을

1976년에 프라하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Prague)이 사들여서,

1995년부터는 19-20세기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치 지도)


기능주의(functionalism) 건축이라는 이 건물이 

그냥 흔한 20세기 콘크리트 건물 같아서

겉에서 보기엔 별로 멋져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가까이 가면 미술관 로고도 예쁘고,

미술관 앞의 그림이나 작품들도 좀 특이하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가서 만나는

미술관 내부 공간과 전시물들은 더 특별하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1층, 즉 체코식으로 0층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아래 사진의 복도 끝에서 겉옷과 가방을 맡긴 후,

그 옆에 여러 대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관람을 시작하면 되는데,


그 전시실들의 예술 작품뿐 아니라

이 언뜻 투박해 보이는 미술관의 내부 공간 자체가

건축 예술이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미술관은 제일 아래층을 제외하고

5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0층 매표소와 그 위층의 전시실 북쪽으로,

가운데에 지붕까지 닿은 높은 천정의 홀이 있고,

각 층마다 홀 주위를

테라스 같은 열린 복도가 빙 둘러 돌아가고,

꼭대기의 유리 지붕에서부터

가운데 높고 빈 공간으로 빛이 쏟아져내린다.


좋은 예술작품이야 이미 다른 데서도 많이 봤지만, 


이렇게 뭔가 모던하면서도 

 안정적인 내부 디자인의 미술관은 처음이어서,


2012년 이 미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그리고 그 이후 

이 미술관에 대해 가장 많이 기억나는 건

바로 이 미술관 자체의 공간이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이 중앙의 빈 공간 한쪽 면에 설치된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시실을 오르내릴 수도 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투명 엘리베이터 쪽에 주요 전시실이 있고,

반대편은 부차적 공간이어서

엘리베이터는 한 쪽에만 한 대가 있다.


어차피 그 옆 전시실 쪽에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 더 있으니,

기능적 측면에서

여기에 엘리베이터가 더 필요할 것 같지 않고,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게 한쪽만 있는 게 더 나아 보인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이 홀을 둘러싼 테라스형 복도에서는 

단기 특별전을 하기도 하고,

그냥 비어 있기도 한다.


사진에서도 어떤 층은 비어 있고,

어떤 층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게 보인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엘리베이터 쪽에 있는

주요 전시실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 테라스형 복도에 나와,

난간에 서서 잠깐 쉬거나,

슬슬 산책하며 단기 특별전을 보고,

다시 다른 층의 주요 전시실로 이동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햇볕을 가득 품은 유리 천장은

겨울이라 그런지 따뜻한 느낌이었고 그래서 좋았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동영상 1: 국립미술관 내부)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전시를 보다가 어느 순간 만나게 되는

창문 밖 풍경도 근사하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21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220코루나 (약 만원), 할인 120코루나.


프로모션으로 내놓은

10일 동안 모든 프라하 국립미술관을

모두 방문할 수 있는 티켓은

일반 500 코루나(약 25,000원)이다.


이 프로모션 티켓은 좀 비싼 듯 하지만,

이 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는

나머지 6개 프라하 국립미술관은

구시가와 프라하 성에 위치한

역사적 건물들이기도 해서,

그걸 생각하면 사실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프라하 카드 소지자와

만 26세 이하는 무료입장이다.


2012년에 난 일반 티켓으로 입장했고,


2020년에 갔을 때는

개장 시간이랑 입장료 확인하러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내가 체류하는 기간 동안

무료입장할 수 있는 날이 있는 걸 확인하고,

그 특별한 날에 맞춰 미술관에 갔었다.


그런 날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는데,

그날 가보니 진짜 무료입장의 날이었고,

같이 입장한 체코인들도 신기해하며

계속 그 무료입장 얘기를 했다.


그런데 다음에 다시 가게 되면

그때는 10일간 모든 프라하 국립미술관 티켓으로

다른 국립미술관 분관들도 골고루 가봐야겠다.


벨레트르쥬니 미술관 개장 시간은

화, 목, 금, 토, 일: 10:00–18:00,

수요일 10:00–20:00,

월요일은 휴무다.


미술관 입장권은

홈페이지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홈페이지)


각 층의 전시는 다음과 같은데,


5층: 특별전

4층: 1796⁠–⁠1918 체코 미술

3층: 1918–1938 체코 미술, 19-20C 프랑스 미술

2층: 1938년 이후 체코 현대 미술

1층: 20-21세기 해외 작품

0층: 로비


이 이외에 테라스형 복도에서 하는

단기 특별전들도 있고,

매번 그 주제가 달라진다.


나는 다른 체코인들이 하는 대로

엘리베이터로 4층까지 가서

거기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작품을 감상했다.


한 블록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미술관의

공간 자체가 매우 넓은데,

그림도 많아서,

그림 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초면이 아닌

피카소, 마네, 르누아르, 클림트, 마티스, 반 동겐, 로트렉, 고갱, 고흐, 세잔, 들라크루아, 쉴레, 미로, 루소 등도 반가웠지만,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무엇보다도 다른 미술관에서 보기 어려운

체코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내가 좋아하는 체코 소설가 카렐 차펙의 말이

벽면에 적혀 있어서 괜히 반가웠는데,

2020년에는 그의 소설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그리고 이건 2012년 특별전.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이건 2020년 특별전이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12. 궁전에서 보는 바로크, 로코코 미술, 슈바르젠베르크 궁


슈바르젠베르크 궁(Schwarzenberský palác, Schwarzenberg Palace)도

프라하 국립 미술관 건물 중의 하나이며,

프라하 성 바깥 광장에 위치하고 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위치)


사실 거대한 현대 건물인 벨레트르쥬니 “궁”과 달리,

이건 정말 "궁전"이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궁전을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축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이 건물은

신성로마제국의 주요 일원이었던

여러 체코, 독일 귀족 가문의 소유였는데,


18세기에 독일-체코계 귀족

슈바르젠베르크(Schwarzenberg) 가문의

소유가 되면서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 궁전에 특징적인 그라피토(sgraffito),

즉 벽 표면에 새겨진 기하학적 도형은

19세기 말에 덧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후

2차세계대전 독일 점령기에는 군사박물관으로,

공산 체코슬로바키아 시절에는 군역사 박물관으로

사용되었다.


그러고 보니,

높은 벽과 벽 위의 뾰족뾰족한 장식이

어딘지 모르게 요새 같은 느낌이긴 하다.


2002년부터는 중세와 근대 사이

바로크, 로코코 미술을 주로 전시하는

프라하 국립미술관 분관이 되었다.


2021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220코루나 (약 만원), 할인 120코루나.


개장 시간은

화, 목, 금, 토, 일: 10:00–18:00,

수요일 10:00–20:00,

월요일은 휴무다.


(홈페이지)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이 미술관이 주로 전시하는 로코코, 바로크 작품에

나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지만,

프라하 국립미술관 무료 개방하는 날,

여기도 그냥 한번 가 봤다.


별로 많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전시물에서 특별한 감동은 못 느꼈고,

그림 설명도 매우 추상적이어서,

뭐 때문에 특별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이 날은 상시전만 열어서 그런지

전시물도 별로 없어서

30분 정도 관람했다.


짐 맡기는 데가 작아서,

가방 맡기고 찾는 데 줄을 선 시간이

실제 관람시간보다 더 길었었던 같다.


이 미술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수 세기 된 평범하지 않은 미술관 건물과

관람하던 중 창밖으로 보이던 프라하 풍경이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13. 그리스도교 미술 박물관, 성 아녜스 수도원


프라하 국립미술관 분관 중 하나인

체코 아녜스 성녀 수도원(Klášter sv. Anežky České, Convent of Saint Agnes) 

국립미술관 무료입장일에 다녀왔다.


현재는 프라하 중심가지만,

아마 수도원이 설립될 당시엔 변두리였을

프라하 구시가 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위치)


체코 프르세미슬 왕조의 공주였던 아녜스 성녀가

13세기에 설립한 수도원으로,

프라하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 건축  하나이며,


왕족이 세운 수도원이라서 그런지

아녜스 성녀 사망 후에도 오랫동안

보헤미아 왕들

장례식과 대관식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체코 내에서 가톨릭의 위치가 약화되고

프라하가 점점 커지면서,

프라하 중심부에 위치한 이 수도원 영지의 일부는 

세속적인 용도로 판매되고,

수도원 자체도 세속적으로 전용되었다.


지금도 구시가의 

다른 오래된 세속적 건물들 속에서

너무 튀지 않게 안정적 조화를 이루고 있다.


1960년대부터 프라하 국립미술관의 일부가 됐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21년 현재 입장료는

일반 220코루나 (약 만원), 할인 120코루나.


개장 시간은

화, 목, 금, 토, 일: 10:00–18:00,

수요일 10:00–20:00,

월요일은 휴무다.


(홈페이지)


나는

"보헤미아 및 중부 유럽 중세 미술 (Medieval Art in Bohemia and Central Europe 1200⁠–⁠1550)"이라는 상시전을 봤는데,


중세시대에는 예술의 중요 주제가 종교였으므로,

그리스도교,

그중에서도 특히 가톨릭과 관련한 전시물이 많았다.


전시물이 아주 많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적은 것도 아니라서,

설명을 다 읽으면서 보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설명 안 읽고 그냥 전시물만 보면,

1시간도 안 걸릴 것 같다.


나는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고,


워낙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물의 설명 하나하나 다 읽으면서

천천히 전시물을 감상하는 편인데,


이 미술관엔 다양한 중세 예술이

전시되어 있기도 했고,


다른 데에서 잘 알 수 없는,

중세시대의 그리스도교 미술 읽는 법이

잘 설명되어 있어서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아기 예수가 사과를 들고 있는 건

원죄의 사함을 의미한다는 것이고,

마리아의 왕관은 천상의 마리아를 의미하고,

마리아의 빨간 망토는 수호자의 의미가 있단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이 미술관 안뜰도 꽤 좋다는데,

나는 겨울이라 그런지,

시간이 좀 늦어서 그런지,

그냥 단순히 내가 그걸 몰라서 그랬던 건지,

안뜰은 못 거닐었다.




14. 기대보단 볼 거 많지 않은, 무하 박물관


체코 출신 아르누보 화가

알폰스 무하(Alfons Mucha)의 작품을 전시하는

무하 박물관(Mucha Museum, Muchovo muzeum)은

프라하 구시가 화약탑과 바츨라프 광장 사이의

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는 한국인들도 많이 방문하는지,

방명록에 한국어로 쓴 글도 많았다.


(위치)


매일 10:00-18:00, 연중무휴.

일반 260 크루나(약 13,000원), 할인 130 크루나.


(홈페이지)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알폰스 무하는 오스트리아 제국 지배 시절

체코 동부 모라비아 지방에서 태어났고,

뮌헨과 파리, 미국에서 활동을 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얻고,

말년에 프라하에서

"슬라브 서사시(The Slav Epic, Slovanská epopej)"를 그렸다.


프라하 무하 박물관에는

다음과 같은 소주제의 전시들이 있다.


1. 장식 패널(Decorative Panels): 파리 시절 작업한 아르누보 디자인


2. 파리 포스터(The Parisian Posters): 사라 베른하트(Sarah Bernhardt)를 비롯한 인물 중심 극장 포스터와 상업적 포스터


3. 장식 자료 (Documents Décoratifs): 보석, 가구 디자인


4. 체코 포스터 (The Czech Posters): 체코 시절 작업한 포스터


5. 유화(Oil Paintings): "슬라브 서사시" 시리즈를 비롯한 유화 작품들


6. 스케치와 파스텔화(Drawings and Pastels)


7. 사진과 개인적 기억(Photographs and personal memorabilia of the artist)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섹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소주제별 작품 수가 많지 않아서,

다 보는데 1시간도 안 걸렸던 것 같다.


이 무하 박물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무하 작품이 없고,

“체코인 무하”나 “예술가 무하”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없어서,

기대보다는  깊이가 없는 느낌이었다.


박물관에 들어가는 입구의 방명록에

한국어로

"별로예요. 보지 말고 그냥 나가세요."

뭐 이런 내용이 글이 진하게 적혀 있었는데,


솔직히 그 정도는 나쁘진 않았지만,


"너무 좋아요"라는

방명록 글을 남길 정도도 좋지도 않았다.




15. 비주류 중에선 제일 주류, 독스 현대미술센터


나는 미술관에서 그림 보는 걸 좋아하지만,

20세기 후반 - 21세기 현대미술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소위 "현대 미술"은 많은 경우

그 기호의 형식을 보고 의미를 간파하기 어렵고,


아름답지 않은 형상인 경우도 많아서,

어디서 미학적 포인트를 찾고,

어디를 보고 "예술"이라고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그런 이성적인 이해 영역 말고,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특별히 마음을 사로잡지 않는다.


몇 백 년 동안 전문적, 대중적 취향의 검증을 견디고

세월에 의해 엄선된 고전적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평범한 취향의 관람객인 나랑 전혀 안 맞는 작품을 

만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아직 그런 검증을 거치지 않은

현대미술의 새로움은 

내 취향이 아닌 경우도 많다.


그래서 2012년에도

체코 최대의 현대미술 전시관이라는

독스 현대미술센터(Centrum současného umění DOX, DOX Centre for Contemporary Art)에 가보지 않았었고,

2019-2020년에도 딱히 갈 계획은 없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숙소 근처 프라하 7 지구를 돌아다니다가

"Havel navždy (하벨 영원히)"라고 쓰여 있는

거대한 플래카드가 걸린 독스 건물을 발견했는데,


흰 건물 벽에 쓰인 단어들도 희망적이고,

뭔가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현대적으로”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삐딱하게 세상을 보기 보다,

그런 긍정적인 메시지들을 선택한

그 “현대” 미술관이


뭔가 힙하면서 비주류적인 그 동네에서

여전히 힙하지만 주류적인 공간일 것 같다는,


언뜻 외모나 행동은 괴짜 같아도,

알고 보면

마음은 착한 녀석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구글 지도를 찾아 봤더니,

역시 프라하 현지인들의 평점도 좋길래,

'여긴 꼭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독스 미술관은 프라하 북쪽에 위치하고 있고,

대중교통이 좀 애매하긴 한데,

지하철 C호선 Nádraží Holešovice(홀레쇼비체 기차역)에서 내려 5-10분 정도 걷는 게 가장 쉬운 길인 것 같다.


(위치)


2021년 여름 현재

일반 210 코루나(약 만원), 대학생 120코루나.


(아마 전시마다 비용이 달라지나 보다.

2020년 1월에는 일반 180 코루나였다.)


문 여는 시간은 좀 게을러서,

개장시간은 12:00-18:00,

월, 화는 휴무이다.


(홈페이지)


dox라는 이름은

"의견, 신념"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doxa (δόξα;)에서 딴 거다.


이 동네는 원래 공장이 많던 지역인데,

미술관 건물도 그런 옛 공장을 개조한 것으로

2008년에 개관했다.


티켓을 사고 들어가면 대면 물품보관소가 나온다.


짐을 맡기는 게 필수는 아니라고 하는데,

좀 더 가볍게 작품을 감상할려면

가방과 겉옷은 여기에 맡기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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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X 전시실들은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잘 찾아다녀야 한다.


2020년 1월에는 전시가 5-6개였는데,

하나는 1층에서 하는 큰 특별전이었고,

그밖에 1, 2층에서 하는 작은 특별전들과

3층의 상설전 걸리버가 있었다.




미술관에 입장해서 처음 본 건

10-20개 정도의 작품이 있었던 작은 특별전.

특별전 제목도 모르고 봤는데,

그 중 몇 작품은 마음에 들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사진과 그림을 결합하여,

독특한 구도의 풍경과 인물을 묘사한 특별전

"이르지 다비드: 내가 여기에 있다.(Jiří David: I'm Here)"도 있었는데,


나는 SNS와 셀카 시대의 

과잉된 일상적 노출과 그 안의 불분명한 자아

작품으로 형상화한 것 같아 흥미롭게 봤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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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가장 중요한 특별전은 "페트르 시스: 하늘을 나는 그리고 다른 꿈에 대하여(Petr Sís: On Flying and Other Dreams)"였고,

미술관 1층과 2층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페트르 시스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아동문학 작가로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며,

해외에서 명성을 얻었다.


이 전시회에서는 벨벳 혁명 30주년을 기념해서,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그의 경험에 기반한 책

The Wall – Growing up Behind the Iron Curtain (2008),

Three Golden Keys (2007)

그리고 그 밖의 몇몇 작품들의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림을 전시한다.


그러고 보니,

이 전시회 보고 마음에 들어서

페트르 시스의 책을 사야겠다 했었는데,

결국 까먹고 그냥 왔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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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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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2층에서도

1층의 페트르 시스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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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2: DOX 2층)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층엔 그 밖의 페트르 시스 관련 자료들이 있었고,


전시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운

Dialogue라는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진보적 예술 단체에 대한 사진과 자료들이 있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3층에는 상시전인

걸리버 우주선(the Gulliver Airship)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미술관 안팎의 야외 공간에서

어디 가든 보이는 대형 전시물이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지나치게 넘쳐나는 디지털과 

그 밖의 많은 것이 과포화된 세상에서

창작의 자유와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몽상가를 위한 작품이란다.


그래서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걸리버"가

작품의 제목이 되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아래 사진에서 빨강 DOX 글씨가 있는

그 유리문으로 나가면,

걸리버 우주선에 오를 수 있는 입구가 나온다.


거기까지 가는 길에 카페가 있고,

카페 옆에 놀이터 같은 공간이 있었다.


여유 있었으면 거기서 시간을 좀 보냈을 텐데,

난 이날 오후에 체코어 수업을 가야 해서

그냥 서둘러 걸리버로 향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그 카페 옆 약간 경사진 복도를 걸어올라 가면

걸리버로 가는 유리문이 나온다.


그 입구에서 옆에 보이는 잔디 지붕의 건물은

DOX에서 기획하는 콘서트를 위한 공간이란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유리문을 나서면

몇 가지 작은 철제 조각 뒤로

나무색 걸리버가 보인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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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벽에 붙은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나무와 금속으로 2년 이상 만들었다는

걸리버는 꽤 안정적이다.


그래도 중력의 영향을 좀 덜 받으며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여기에서 콘서트 같은 행사도 한다고 하는데,

그런 행사가 없는, 내가 간 보통날에는

특별한 볼거리나 할 거리가 없다.


그냥 그 공간 자체,

공간적, 행위적 여백이 유일한 전시물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져 따뜻한 느낌이고,

그냥 바닥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특별한 공간이라 마음이 약간 들뜨면서도

주변에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없으니 편안했다.


사진은 별로 멋지게 안 나오는 것 같다.


이건 걸리버 아래에서 위쪽으로,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이건 위에서 아래쪽으로,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이건 가장 위쪽 부분을 찍은 사진인데,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동영상 3: 걸리버 내부)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체코어 수업 가느라

전시를 좀 서둘러 봤는데,

2시간 30분 정도 본 것 같다.


나중에 또 프라하에서 중단기 체류하게 되면,

DOX에 좀 더 여유 있게 가서

걸리버에서도 좀 더 오래 멍 때리고,

카페와 도서관에서도 좀 더 머무르고 싶다.




16. 괴이하지만 신선한 미래, 푸투라 미술관


푸투라(Futura) 미술관은

프라하 남서부

스미호프(Smíchov)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주택가에 있는 작은 미술관이라서

골목을 잘 찾아가야 한다.


(위치)


수-일 11:00-18:00,

월, 화는 휴무.


무료입장인데,

관람객이 알아서 후원금을 넣으면 된다.


(홈페이지)

FUTURA (futuraprague.com)


2012년 프라하 갔을 때 사간

"론니 플래닛" 책에서

스미호프 지역 설명하면서

소개한 지역 명소가 미술관 두 개인데,

그게 좀 신기하기도 하고,

두 미술관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어 보여서,


멀리 스미호프 지역도 한번 구경할 겸,

그 두 개의 작은 미술관에 가보기로 했다.


푸투라 미술관도 뭐 나쁘진 않았지만,

계단 위에 집이 층층이 쌓인 그 동네가 좋아서,

그 동네도 볼 겸 2020년에도 갔다.


아래 사진이 그 입구인데,

혹시 이 문이 닫혀 있으면,

벨을 누르면 된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20년에는 DOX에 갔다 온 후

Futura에 갔었는데,


DOX가 좀 더 주류적인 공간에

좀 난해한 것도 있지만,

그래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느낌이라면,


FUTURA는 다소 비주류적인 공간에,

작가들과 나 사이에

깊고 넓은 강이 흐르는 것 같은,

어떤 선을 넘은 난해함의 느낌이었다.


2020년엔 전시가 3가지였고,

2012년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작가와 제목만 있을 뿐 설명도 따로 없었다.


1층과 2층 그리고 지하

이렇게 3군데에서

각각 다른 주제의 전시가 있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이건 2020년의 2층 전시이고,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이건 같은 공간의 2012년 전시.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이건 2020년 1층 창문과 전시 일부,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이건 2012년 1층 전시 일부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지하의 전시는 어두운 조명에

관람객이 많지 않아서 좀 무서웠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이 작은 미술관이 론니 플래닛에

“명소"로 소개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 다비드 체르니(David Černý) 때문일 것이다.


Černý[체르니]는 체코어로 "검다"는 뜻이고,

피아노 배울 때 그 '체르니(Czerny)'도

체코계 오스트리아 작곡가로,

그의 성도 같은 의미의 체코어에서 나왔다.


아무튼 체코 내에서는

그 작곡가 체르니보다 더 인지도가 높을

다비드 체르니의 "아부(The Brown nosing)"가

푸투라 미술관 지하에 있다.


이 동네는 경사가 급한 언덕 위에 집들이 지어져서,

같은 건물 안에서도,

한 방향에서는 명백하게 지하인 공간이

다른 방향에서 보면 지하가 아니라서,

미술관의 지하이지만 희한하게 또 야외에 있다.


2012년에는 문이 굳게 잠겨 있었는데,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20년에는 철창도 없고, 

밀어보니 문이 열렸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높이 5미터의 두 개의 거대한 다리가 있고,

엉덩이까지 철제 사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사다리에 올라가서 들여다보면,

2003년 이 작품이 제작될 당시

체코 대통령이던 클라우스(Václav Klaus)와 

당시 프라하 국립 미술관장이 

서로 서양식 죽을 떠먹여 주는 

비디오를 볼 수 있다고 한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이상하게도 계단 올라가는 게 내키지 않아서,

그리고 뭔가 그 영상이 크게 기대되지 않아서

계단에 올라 그 영상을 보지는 않았다.


아마도 밖에서 그냥 이것만 봐도 

충분히 "부정적 기운"이 넘쳤고,

내가 잘 모르는 일에 대한 풍자의 허무함을 

굳이 느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다비드 체르니의 작품은 대체로 이렇게

풍자적이며,

그 풍자의 내용을 몰라도 

그 이미지 자체로 매우 강렬하고 도발적이다.


이런 다비드 체르니가 

공산주의 붕괴 이후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체코 인형극이나 문학, 영화에서 드러나는

체코인 특유의 풍자블랙유머

작품 속에 투영된 것 같다.


나의 크로아티아어 선생님 밀비아는

슬라브인들 중에서 

체코인의 유머 감각이 유명하다고도 했었는데, 


사실 러시아나 폴란드 등 다른 나라에서는 

체코식 유머에 대한 

그런 평가를 못 들어보긴 했지만,


뭔가 체코인들이 시니컬하게 돌려말하거나,

부조리함을 과장하거나 한 술 더 뜨면서

웃기는 게 좀 있긴 하다.


아무튼 나에게 다비드 체르니는 

매우 체코적인 예술가이다.


체코 여기저기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프라하에는 다음과 같은 작품들이 있다.


체코어 명칭과 영어 제목이 다른 경우는

체코어 명칭을 한국어로 해석했고,

작품 제목에는 구글 지도를 링크했다.




소변 동상(Čurající postavy / Piss Sculpture, 2004)


체코 지도 위에 

두 남자가 마주 서서 소변을 보는 동상.


카프카 박물관 마당에 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말(Kůň / St. Wenceslas, 1999)


보헤미아 왕이자 프라하 수호성인인 성 바츨라프가 

뒤집어진 말을 따는 동상.


바츨라프 광장 Lucerna 극장 건물 안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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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Miminka / Babies, 2000)


비노흐라디 지역 

TV 타워를 기어오르는 갓난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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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Miminka / Babies, 2008)


블타바 강변 캄파 박물관 옆의 기어 다니는 아기들.

TV 타워에 있는 그 아기들을 따로 전시한 것인데,

생각보다 크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매달린 남자(Zavěšený muž / Sigmund Freud, 1997)


다가올 새천년을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프로이트로 묘사했다.


2009년 한국에서도 전시된 적 있고,

그전에 시카고에서도 전시되었다는데,

시카고에서는

실제 인간으로 오해한 사람들이 신고하기도 했단다.


프라하 구시가 위에 걸려 있는데,

무심히 지나가면 잘 안 보이지만,

한번 보면 이 길에선 계속 이것만 보이고,


관광객 한 명이 이걸 발견하면,

모두다 고개를 들어 이걸 찍는데,


매달린 사람 자체보다,

그런 사람들의 행태가 더 “새천년”적이고,

 

그런 관람객들과 

프라하 구시가 가장 바깥쪽 좁은 골목이 함께 

"매달림"을 완성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프란츠 카프카의 머리(Hlava Franze Kafky / Franz Kafka "K", 2014)


겉으로 보기엔 카프카의 머리인데,

체코의 정치 상황을 상징하는 거라고 한다.


구시가에 있다.


(동영상 4: 카프카 머리 동상)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빨간 차 (Červená auta, Maso-red cars, 2007)


이건 다음에 소개할 미트 팩토리에 있다.




17. 공장에서 예술공간으로, 미트 팩토리


미트 팩토리(Meet factory)는

푸투라 갤러리보다 훨씬 더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12, 15번 트램 Lihovar 역에서 내리면,

철길 너머 미트 팩토리가 보이는데,

다리를 건너 돌아가야 해서,

거기서 한참을 걸어야 한다.


(위치)


2012년, 2020년 모두 푸투라 미술관 가는 날,

스미호프 지역 가는 김에,

미트 팩토리도 갔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엔 눈이 내렸고,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20년 겨울엔 좀 흐렸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철로 위 다리를 건너 꺾어져 들어가면,

그래도 안내표지판도 보인다.


물론 매우 비주류스럽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지금은 쓰지 않는 것 같은

옛 공장 건물들도 보인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다비드 체르니의 거대한

빨간 (Červená auta, Maso-red cars, 2007)가 고기처럼 매달린 

낡은 녹색-흰색 건물이 바로 미트 팩토리다.


흰색 바탕의 피 흐르는 것 같은 효과가 사라졌고

흰색이던 출입구가 검은색이 되었지만,

2012년과 2020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미트 팩토리의 "미트"는 meat가 아니라 meet라서,

"고기 공장"이 아니라,

무슨 "만남 공장" 뭐 그런 의미이긴 하지만,


meat와 meet의 발음이 같으니,

그 동음이의어를 활용해서,

다비드 체르니도

실물 크기의 자동차를

적색 고기처럼 걸어두었다.


다비드 체르니가 생각하기에

현대인들이 숭배하는 두 가지가

고기와 자동차라서,

그 두 개를 연상시키는 형상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아마 여기에 종교적 숭배와 관련된 

그리스도교 십자가 상을 결합하느라,

피사체를 벽에 못 박은 것 같다.


2012년에 처음 봤을 때는

매우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는데,


2020년에는 "아는 작품"이라 그런지,

벌써 클래식 같은 편안한 느낌이었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이름뿐 아니라 원래 용도도 고기 공장이 아니고,

그냥 공장이었던 건물을

2001년 다비드 체르니가

일종의 현대예술종합센터로 만들었고,


2007년에는 자신의 이 작품을 전시하면서,

프라하의 특별한 예술적 이정표로 만들었다.


개관 시간 13:00-20:00

입장료는 무료.


미술 전시뿐 아니라 

콘서트와 공연 예술도 한다고 하고,

입구에 바도 있다.


(홈페이지)


2020년에 갔을 때는

마침 전시가 없는 기간에 방문해서,

전시를 관람하지 못했고,


2012년에 갔을 때는 전시를 볼 수 있긴 했는데,

내겐 너무 난해했다.


푸투라 미술관의 전시물은 난해해도

예술의 틀을 갖추고,

나름대로 설명도 해주는데,


미트 팩토리의 전시물은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가 애매하고,

관객이 이해하든지 아니든지,

느끼든지 아니든지 별 관심 없이,

그냥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큰 소리로 고함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동네도 좀 인적이 드문, 문 닫은 공장지대고,

미술관 자체도 어두워서,

좀 주눅 들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2012년엔 봐도 별로 감흥을 못 느껴서,

2020년엔 한번 더 “도전”해 보려고 했는데,

그것조차 못 해서,

뭔가 마음이 좀 허하길래,

그냥 옆의 언덕에 올라 블타바 강변을 바라봤다.


미술관에서 본 현대미술보다

그 강변 풍경이 더 위로가 되었다.


(2012년, Praha, Czech Republic)
(2019-2020년, Praha, Czech Republic)


미트 팩토리는 나에게

어떤 현대예술 감상의 한계였는데,


그래도 

내가 그걸 이젠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하러,

다음에 프라하 가면 한번 더 가볼 생각이다.




18. 그밖에 프라하 미술관들


그밖에 나중에 가봐야지 하다가

결국 못 간 프라하 미술관들엔 이런 것들이 있다.


물론 이것이 프라하 미술관 전부는 아니다.


블타바 강변 서쪽에 있는

캄파 박물관(Museum Ka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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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Praha,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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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Praha,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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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타바 강 동쪽 강변에 있는

마네스 미술관(Galerie Má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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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구시가 광장에 있는
킨스키 궁 (Kinsky Pa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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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프라하 숙소에서 체크인할 때,

청소하시는 분이

내가 체코어 하는 거 신기해 하시길래,

전공이 러시아어인데 체코어도 배웠다고 얘기하고,

그런데 여기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더니,


너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무심하게

그야 프라하가 예쁘니까(Protože je krásná)”

라고 대꾸했다.


그냥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매우 주관적이지만 또 객관적인 자기 평가였다.


돌아온 지 1년 반 만에

프라하 이야기를 쓰면서

그분의 이 말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어쩌면 프라하에서 가장 훌륭한 미술관은

아름답고, 다양하고, 또 조화로운 건축을 품은

프라하 자체인지도 모른다.


비록 그 프라하라는 개관 천 년이 넘은

아름다운 거대 미술관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안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미술관들도  

꽤 가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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