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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Jul 24. 2022

체코식 “시골 바로크" 홀라쇼비체(Holašovice)

예쁘지만 좀 심심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시골 마을


1. 맥주 투어 vs. 근교 미니여행


2020년 1-2월 프라하에 체류하며

프라하 밖 여러 체코 도시를 여행하던 나는

2020년 1월 말 체코 서남부 도시

체스케 부데요비체(České Budějovice)에 갔다.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미국 맥주 버드와이저(Budweiser)의 고향으로

맥주 공장 투어가 이 도시의 중요한 할 거리인데,


체코는 보통의 "그냥" 레스토랑에서도

진짜 맛있는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맥주 강국이라,

난 체코의 “공장 맥주”엔 크게 관심이 없는 데다가,


그다음 주 필스너(Pilsner) 맥주의 고향

플젠(Plzeň)에서 맥주 투어를 할 생각이어서,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는

맥주 투어 대신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었다.


그러다 근교에 홀라쇼비체(Holašovice)라는

예쁜 마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강하게 유혹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국제적 문화 공인도 찍혀 있었다.




홀라쇼비체는 아래 지도에서 노란 별로 표시한

체코 남서부 보헤미아 지역 남쪽,

체스케 부데요비체 시에서 서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지도 출처: http://www.vymena-lcd.cz/servis-notebooku


작은 시골 마을이라

“프라하 - 홀라쇼비체” 직행 

대중교통 노선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차 직접 운전하고 갈 것 아니면

가지 않는 게 더 낫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출발점을 좀 바꿔서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버스를 타면

홀라쇼비체까지 금방이라,

뭐 그렇게 엄청난 오지는 아니다.


참고로 이건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받은

남부 보헤미아 지도 사진인데,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내가 가본 곳이라 파란색으로 표시한

체스케 부데요비체,

홀라쇼비체,

그리고 체스키 크룸로프 이외에

다른 명소도 많아 보여서,


남부 보헤미아 여러 도시를 자동차로 둘러봐도

꽤 괜찮을 여행이 될 것 같다.


(체코 남부 보헤미아 홈페이지)




2020년 1월 말 어느 아침에 나는 프라하를 떠나

체스케 부데요비체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후,

터미널 매표소에서 홀라쇼비체 가는 버스

몇 시에 있는지 체코어로 물었더니,

창구 직원이 2코루나(약 100원)를 내란다.


그리고는 25cm X 25cm 정도 되는

정사각형 시간표를 줬다.


이게 그때 받은

"체스케 부데요비체 - 르헤니체(Lhenice)"

2020년 버스 시간표인데,

양방향 시간이 모두 표시된 두 시간표 중간에

내가 빨간 체크로 표시한

Jankov-Holašovice (얀코프-홀라쇼비체)역이

바로 그 홀라쇼비체 마을이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참고로 체코 시외버스, 기차 시간표는

보통 위 시간표처럼 생겼는데,


평일에만 다니거나 [<--낫 & 망치 그림]

주말에만 다니거나 [<--십자가 그림]

특정 계절, 특정 달, 특정 공휴일에 안 다니는 노선이 섞여 있고, [<—그 밖의 다른 모양]


그걸 구별하는 표시도

체코어를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혹시나 참고할 시간표가 체코어밖에 없다면,

현지인에게 시간을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나는 체스케 부데요비체 구시가를 한 번 둘러보고,

버스터미널에서 11시 출발하는,

홀라쇼비체(Holašovice) 마을 경유

르헤니체(Lhenice) 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터미널 17번 플랫폼에서 출발하고

[출발 플랫폼은 대체로 한국처럼 고정되어 있다.]

운임은 편도 단돈 28코루나(약 1500원).

운전기사에게 직접 냈던 걸로 기억한다.


운전기사는 선글라스 낀 30-40대 여자분이었다.


버스가 보헤미아 시골 마을들을 천천히 움직이니,

뭔가 여행 가운데 또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특별한 기분과 설렘이 있어서 좋다.


현지인이 주로 이용하는 시골버스라

승객들이 다들 노선을 뻔하게 잘 알아서 그런지

정차역 안내방송이 안 나온다.


그래서 시간표에 나와 있는 역 이름과

창 밖으로 보이는 버스정거장 이름,

정거장 도착 시간을 맞춰보며

조금은 긴장하면서 시골 풍경을 감상해야 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었던 것이,

버스 탈 때 운전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면

언제 내리라고 따로 알려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여행한 중동부 유럽에서는 보통 그랬고,

시골은 더 그랬다.


하긴 여행의 실수는

단지 계획과 그 실현이 매치되지 않는 것일 뿐,

여행자와 현지인 모두에게 대체로 무해하고,

나중에 다른 좋은 기억들과 멀어진 시간으로

쉽게 미화되어

결국 특별한, 심지어 아름다운 추억으로 적립되니,


뭐 혹시 버스에서 잘못 내린다 해도

그 또한 그렇게 나쁘진 않았을 것 같다.


아무튼 나는 계획한 곳에서 제대로 맞춰 내렸고,

현지인처럼 보이는 20-30대 여자분도

나와 같이 내리더니,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렇게 11시 32분 홀라쇼비체 마을에 도착했는데,

마을은 소문대로 매우 예쁘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 홀라쇼비체라는 체코 마을


홀라쇼비체(Holašovice)는

13세기 후반 처음으로 역사에 등장하는데,


Holeš(홀레슈)

체코나 슬로바키아의 평범한 성(姓)이고,

접미사 -ovice(오비체)는 장소를 나타내기 때문에

"홀레슈의 마을"이라는 의미다.


독일어식으로는

Hollschowitz(홀쇼비츠)라고 부른다.




그렇게 이름부터 매우 체코적인 홀라쇼비체는 

13세기 후반부터 16세기초까지

체코인, 즉 슬라브족의 마을로 발전했는데,


16세기 초 역병이 마을을 강타하면서,

단 2명만 살아남았고,


이후 체코 남쪽 오스트리아와

체코 서쪽 독일 바이에른 지역에서

오스트리아인과 독일인들이 이주하면서

게르만족의 마을이 되었다.


1918년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슬라브인의 나라가 시작되기 전까지

그렇게 수백 년 간

독일계가 이 마을의 다수를 차지하고,

소수의 체코인이 공존했다고 한다.


하지만 게르만족이 다수였던 19세기에도

이 마을의 집들은 석조 건축이었는데,

이것은 남부 보헤미아, 즉 체코 마을의 특징이었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특징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세기 중후반 북부 보헤미아에서는

시골 바로크(Selské baroko, Folk Baroque) 스타일 시골 건축이 유행이었고,

나중에 남부 보헤미아까지

그 유행의 영향권에 들었는데,


남부 보헤미아 홀라쇼비체의 건축도

바로 그 시골 바로크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시골 바로크(Selské baroko, Folk Baroque) 또는

남부 보헤미아 바로크(Jihočeské baroko, South Bohemian folk Baroque) 건축이

매우 잘 보전되었다는 이유로

홀레쇼비체는

1998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유네스코: 홀라쇼비체)


그렇게 유네스코

마을의 중요한 정체성이 되어서

홀라쇼비체 홈페이지에 있는 로고에도

유네스코 표지가 딱 붙어 있다.


ÚVOD - Oficiální stránky Obce Holašovice (holasovice.eu)


로고의 오른쪽 집 모양이 딱 홀라쇼비체라,

보자마자 피식 웃었다.


(홀라쇼비체 마을 홈페이지)


1945년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인들이 마을에서 다 빠져나간 후,

공산 체코슬로바키아 시절에도

이 마을은 그냥 방치되었고,

1989년 공산 정권이 무너진 후 1990년대부터

마을이 본격적으로 복원되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방치된” 20세기 역사 덕분에,

옛날 19세기 스타일

21세기까지 잘 보전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단점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그런 식으로 이 시골 마을에도 적용된다.




홀라쇼비체 버스 정거장에서 내리면

[아래 지도 2번]

첫인상은 이런 모습이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아담한 시골 버스정거장 뒤쪽에 있는 커다란 건물은

여행 안내소(Informační centrum Holašovice).

비수기라서 그런지

내가 갔던 1월 말에는 문이 닫혀 있었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길 건너편엔

도자기 공방(Keramická dílna)이 보이고,

그 오른쪽에 마을 입구가 있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그렇게 나는 마을 구경을 시작했고,

1시간 20분 정도 홀라쇼비체에 머물렀는데,

크기가 작아서

사실 보는 건 금방 다 본다.


그럼 이제 mapy.cz에서 캡처한 아래 지도의

3, 4, 5번의 순서대로 둘러보겠다.


Jankov, Holašovice (Bus stop) • Mapy.cz




3. "시골 바로크" 건축들


"역사적"이라는 관형사는 흔히

"오래된"이라는 형용사를 연상시키는데,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홀라쇼비체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대부분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은

19세기에 세워진 건물들이다.


19세기를 쉽게 특정할 수 있는 건

건물 외벽에 건축 연도

깔끔한 글씨체의 예쁜 색 스투코(stucco)

입체적으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본 홀라쇼비체의 "시골 바로크"

보통 2개세모 지붕 건물

가운데 대문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집을 이루고 있고,

스투코 장식으로 지붕, 창문,

파스텔 색 테두리를 두르고,

같은 색의 작은 디테일들이 덧붙어 있다.


그 두 건물짜리 하나의 집 안의 디테일은

동일한 색으로 통일성을 갖추지만,


하나의 집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그 디테일파스텔컬러가 각각 다 달라진다.


그리고 다시 그 서로 다른 색과 디테일도

홀레쇼비체 마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암묵적인 통일성을 가져

서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면서 

커다란 U자 모양으로 

따닥따닥 붙어 줄지어 서 있다.


그렇게 홀라쇼지체 마을의 건축에는

특유의 자기 시그니처가 있는데,

그 안에 그 통일성을 흩트리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변용이 있어서

비슷하면서 또 다르고,

그래서 아름답고 또 보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그 U자형 건물들 가운데에는

작은 연못

작은 예배당이 있는데,

그것들도 나머지 건축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제 그 입구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건물들을 둘러보겠다.


우선 마을 광장 동쪽.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어떤 건물 앞에는 나무 펌프가 세워져 있는데,

이건 체스케 부데요비체(České Budějovice)의

예술가가 덧붙인 작품으로,

홀라쇼비체에는 총 8개가 있다고 한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아래 건물은

“보이타의 곡물창고(Špejchar u Vojty)"로

지금은 식당이자 숙박업소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아래 사진은

"마을 뜰"이라는 의미의 

Selský dvůr(셀스키 드부르).

현재는 박물관이자 숙박 시설인데,

위치도 광장 중앙이고 이름도 심상치 않은 것이

아마도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공동 작업이나 회의를 하던 장소였을 것 같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여기서 꺾어져서 이제 U자 남쪽 풍경.


U의 아랫부분이라

여기는 좀 짧고,

건물도 딱 두 개밖에 없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그리고 거기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광장 서쪽 풍경.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아래 건물은

홀라쇼비체 펍(Holašovická hospoda)이다.


원래 다른 건물들이랑 비슷한 모양이었는데,

2차세계대전 전에 손상되어서

그 이후 건물을 다시 지으면서,

지금과 같은 특별한(?)

20세기적 모양을 갖추게 되었단다.


그래서 좀

마을 건축의 통일성을 깨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이 마을 풍경의 단조로움을 파괴하기 때문에,

그리고 이 나름대로 또 예쁘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그 다음 건축들도 20세기의 산물인 것 같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그 옆의 건축들도 20세기의 산물인데,

이건 다른 주류 건물들과 비슷한 모양새로 지었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광장 중앙 공간이 꽤 넓어서

거기에도 뭐가 좀 많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광장 중앙 북쪽의

요한 네포무체노 예배당(Kaple sv. Jana Nepomuckého, chapel of St. John of Nepomuk)은

18세기 중반에 건설되었는데,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인 것 같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요한 네포무체노,

또는 네포무크(Nepomuk)의 요한

체코 출신 가톨릭 성인으로,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밝히길 거부하다

강물에 내던져져 순교했다.


홍수를 막아주는 성인으로 간주되어

프라하 다리에도 동상이 있고,

그 밖의 다른 체코, 폴란드 도시에서도

그의 동상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홀라쇼비체의 이 예배당은 아주 작은데,

그냥 전시 공간처럼

문이 열린 채로 이렇게 내부가 공개되어 있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아래 돌 기념비에는

1998년 이 마을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된 이야기가 써 있는데,

홀라쇼비체 마을 로고처럼

이 마을의 전형적 건물 지붕 같은

깜찍한 디테일이 들어 있거나,

아예 아무 장식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중앙 공간에도 건물이 있는데,

대장간(kovárna, forge)과 대장장이의 집으로

오른쪽 건물 지붕에 대장간 장비가 그려져 있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그 대장장이의 집 옆에는 작은 연못

(Návesní rybník)이 있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동영상: 홀라쇼비체 광장)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4. 스톤헨지


그 유네스코의 영역을 벗어나

남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홀라쇼비체 스톤헨지(Holašovické Stonehenge)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그 길을 따라가면,

이런 철조망 벽 안에 농가와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철조망 밖의 넓은 평야가 보이는데,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그 사이 어딘가에

스톤헨지 서 있는 공간의 출입구가 있다.


얼마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00-1000원 정도의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열려 있으면서 또 닫혀 있는 공간이었는데,


언뜻 멀찍이서 보기에 별 게 없어 보였고,


내가 철조망에 가까이 다가가면,

어떤 할머니가 철조망 쪽으로 걸어오시다가,

멀어지면 다시 어딘가로 가기를 반복하는데,

마치 어렸을 때 동네 슈퍼에서

'뭐 훔쳐가나' 빤히 쳐다보던

슈퍼 주인 같이 의심하며 경계하는 눈빛이라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홀라쇼비체 스톤헨지는

2008년에 어떤 체코 심리술사가 만든

커다란 돌을 여러 개 세워 만든 원으로,

그 원 안에서 에너지를 받으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만든 거란다.


그게 뭔지 알고 봐도

별로 내 취향은 아닌

신비주의적 공간인 것 같아서,

들어가지 않길 잘 한 것 같은데,

그 주변 시골 풍경은 좋아

그 근처를 걷는 건 나쁘지 않았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5. 그 밖의 시골 풍경


그 수상한 스톤헨지 근처에서 나와서

남쪽으로 좀 더 걸어갔는데,

거기에선 좀 더 시골 마을 같은

정겨우면서도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2020년 1월, Holašovice, Czech Republic)




6. 시골에서 재생한 바로크


홀라쇼비체 마을 도착 후

그 정사각형 버스시간표를 보니,

아침에 미처 다 둘러보지 못하고 온,

버드와이저의 고향

체스케 부데요비체로 돌아가는 버스

가장 빠른 건 12시 50분,

그다음 건 2시 15분에 여기서 출발한다.


그 시간표를 염두에 두고,

마을을 한 번 돌아보면서,

1시간만 보고 12시 50분 버스를 탈 지,

2시간 반 정도 있다가 2시 15분 버스를 탈 지

결정하기로 했다.


나는 그곳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모른 채,

발도장 쿵 찍고,

그냥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오는,

마음이나 머리에 도달하지 않고

눈에서 끝나는 여행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홀라쇼비체에서는

유네스코가 공인한 그 예쁜 건물들 보고,

마을 좀 산책하면

별로 다른 거 할 게 없다.


한국인은 정말 세계 방방곡곡 안 가는 곳이 없어서,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였던

유네스코 문화유산 체코 텔치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그 1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자동차로 여행하는 듯한,

가족으로 보이는 한국 관광객들을 봤는데,

그분들은 한 5분 정도 머물다 갔나 보다.


그래서 나한테는 1시간이 딱 좋았는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조차 너무 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연의 에너지나 기 같은 걸 믿는 사람은

스톤헨지의 돌 서클 안에서 보낼 시간 때문에

1시간보다 더 길게 머물러야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나의 홀라쇼비체 미니 여행은

그쯤에서 끝내는 걸로 충분했고,


체스케 부데요비체로 돌아가는 버스는

12시 50분 정각 버스정거장에 도착했다.


아까 내가 타고 온 버스를 운전했던

그 여자 운전기사와 아들이 앞자리에 보였다.


나랑 같이 버스를 내린 여자분도

어디서인지 다시 나타나서

나랑 같은 버스를 타고

체스케 부데요비체로 같이 돌아갔다.




바로크 양식은 르네상스 양식 이후에 등장해서

17-18세기 유럽에서 유행했고,


좀 더 고전적인 르네상스 양식에 비해

화려한 장식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에게 “바로크”라는 단어는

웅장함, 화려함, 귀족스러움, 부유함을 연상시킨다.


체코에도 당시 건축된 바로크 양식 건물이

많이 남아 있는데,

밖에서 보면

건물 외벽 색이 알록달록하고,

건물 벽면에 장식이 있지만 심하게 과하진 않다.


물론 바로크 건축 안으로 들어가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번쩍이는 장식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2020년 1월 홀라쇼비체에 갔을 때는


'19세기에도 바로크 양식이 유행했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고급스런 정통 바로크 양식

주류 문화에서 유행한 지 2-3세기 뒤에,


이제 체코 수도 프라하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수도 빈에선

한참 "새로운 예술"이라는 의미의

아르누보가 유행할 때,


한물간 정통 바로크를 응용하여 현지화한

변종 바로크

뒤늦게 남부 보헤미아최신 유행이 된 거다.


뭔가 예전에 한참 유행했으나,

철 지난 스타일의 옷이나 가방, 신발 등이

예뻐 보였는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유행 다 지나 뒤늦게 굳이 어디서 구해서는,

그거 촌스럽다고 아무리 주변에서 구박(?)해도

편하다며 계속 입고, 들고, 신고 다녔는데,

유행이 돌고 돌아

몇 년 후 그 비슷한 게 다시 유행할 때 보니,

사진 속의 그들이 혹은

아직도 그걸 착용하고 다니는 그들이

문득 패셔니스타처럼 보이는

뭐 그런 느낌이다.


당시 그 한물간 스타일이

그 시기에는 안 맞았지만,

그 사람에는 맞았던 거다.


그렇게 정점을 지난 빛바랜 유행을

뒤늦게 받아들여

자기 스타일로 좀 변용했기 때문에,

홀라쇼비체 바로크는

“바로크”적이면서

또 “홀라쇼비체”적이다.


그래서 홀라쇼비체 바로크 건축 외부는

다른 체코 바로크 건축보다

더 수수한 듯하면서도,


그 아기자기한 바로크적 장식의 아름다움이

흰색 바탕을 배경으로

대도시의 바로크보다

더 분명하고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래서 별로 꾸미지 않은 것 같은데,

또 보면 꽤나 꾸몄고,

그래서 좀 장식이 많나 하고 보면,

너무 튀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고 수줍게

작고 예쁜 장식을 가미한 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렇게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바로크"와 "시골"이라는 조합이

시골을 좀 더 고급스럽게,

바로크를 좀 더 친근하게 만들며,

홀라쇼비체에서 꽤 멋진 작품이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네스코”에 혹해서 간 체코 남부 텔치(Tel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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