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 또한 나를 위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철학을 만들어야만 하는 세상이
나는 꼭 즐겁고 행복한 세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일 뿐이며,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세상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것이 있었다.
신, 국가, 이상이 개개인을 지우고 하나의 공동체로서
인류를 이끌려고 했다.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무엇인가가 있던 것이다.
지금의 세상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탈피하고 있다.
어디로 향하지 못하면서 '탈피'가 계속 이뤄지는 것이다.
탈피가 계속 이뤄질수록 개인은 다른 개인과 뭉쳐지기보다는
별개로 쪼개져 나눠지게 된다.
우리가 원해서 개인주의 사회에 살게 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주의 사회에 살다 보니, 서로 함께하기 어려운 것이다.
고립된 개인은 점점 많아지고,
개인은 어딘가에 토대를 두고 서있지 못하게 되었다.
이것은 사실이자 부조리이다.
나를 이끌어줄 것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자유의 소리일 수도 있지만,
개인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큰 과제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토대를 두지 못하고,
내가 스스로 나를 책임져야 하므로,
스스로 세상은 어떤 곳인지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만 개의 철학이 있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이미 왔는데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이 사실이 슬프게 느껴진다.
사람으로서 느끼는 부조리함은
아무리 사회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이 풍족해지더라도,
그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시대마다 다른 모습을 갖추고 우리 앞에
끊임없이 나타난다.
각자 철학을 만들어야만 하는 세상이지만
우리가 서로 철학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면
차가워져 가는 세상의 온도를 그래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철학과 철학의 대화가,
사람과 사람의 대화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