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하면 다 국내 영업 전문가든가요?
이 글은 지인과 대화한 상황을 곱씹으며 올리는, 감정 충만한 글입니다. 그러니 제 격한 감정을 글에서 느끼기 부담스러우시다면 다음 번에 읽어주시거나 다른 분의 브런치로 넘어가 주세요.
저는 화가 좀 늦게 나는 편입니다. 운 좋게도 살면서 화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화날 일을 맞딱드려도 당시엔 화가 나지 않아요.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소화한 다음에 서서히 화가 올라옵니다. 왜 서론이 이렇게 기냐면요, 화가 이렇게 뒤늦게 올라온 이유를 잘 설명해야 제 글이 격해도 이해하실테니까요.
화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지인의 이 대사 때문이에요.
그 친구 영어하니까 우리 회사 해외영업으로 오라고할까봐
물론 이 말을 들은 당시에는 차분하게 대처했어요. 어른처럼. '해외영업은 영어가 필요한 직무지, 영어만 하는 직무가 아니다... 블라블라'
하하. 다 이야기하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화가 올라오더만요. 대체 해외영업이라는 직무를 뭘로 생각하는거야 진짜... 이건 한국어하니까 한국어 선생님하라고 이야기하는 수준 아닌가?
모든 직업과 직무는 전문성이 필요해요. 해외영업은 '해외'에 '영업'하는 직무니 이 두 단어에서 파생하는 전문성을 갖춰야하는 직무입니다. 산업마다, 회사마다 어떤 전문성을 요구하는가는 다르겠지만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해요. 그걸 이렇게 무시하고, '영어 = 해외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입니다. 이렇게나 무시받을 직무였나....
제가 생각할 때 해외 영업이란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영어가 아니에요. 아, 물론 해외 영업하려는데 영어가 아예 안 된다, 그러면 불가능하겠죠. 그렇다고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 하면 해외 영업을 잘하나? 그것도 아니란 말이죠. 결국 해외 영업도 '영업'이기 때문에 영업적 사고 능력이 필요합니다.
영업적 사고 능력이란 상대 회사와 우리 회사가 무엇을 주고 받는지, 혹은 주고 받을지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에요. 한 마디로 거래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죠.
비즈니스 관계에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관계란 없어요. 그런 관계는 기부죠. 흔히 '갑', '을'이라고 표현하죠? 갑도 을한테 서비스든, 재화든 받을 게 있으니 을과 거래하는 거에요. 을도 마찬가지고요. 영업하는 사람은 내 앞에 앉아있는 회사 담당자가, 그리고 그 회사가 우리 회사의 무엇을 탐내는지 또 나는 저 회사의 무엇을 원하면 되는지 파악해야해요. 이걸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가 일의 속도를 결정하죠. 영업을 진짜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과 만나기도 전에 이걸 알아내기도 해요.
저 회사는 우리의 무엇을 원하겠구나,
나는 저 회사에서 제공할 무엇과 그걸 교환하면 되겠다
사실 이건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소바자 혹은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서 그들이 지불할만한 가격에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는 게 사업이잖아요? 영업은 다른 부서들의 뒷받침을 받으며 사업하는 일인거에요. 그러니 상대 회사와 우리 회사와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 회사가 우리에게 제공할 무언가 - 그게 돈이든, 재화든, 서비스든 - 의 퀄리티와 볼륨을 확실히 가늠할 줄 알아야 할 거고, 우리 회사가 상대에게 제공할 그 무언가를 명확히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겠죠. (물론 파악은 당연한거고요) 해외 영업은 이 과정을 영어 혹은 다른 언어를 사용해서 진행하는 업입니다. 중요한 건 소통이고, 수단인 언어는 소통 다음이에요. 자꾸 영어, 영어하면서 영어를 핵심처럼 이야기하는데 정말.... 답답쓰(!)
▷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