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주옥 된 거야
현재 저는 미국 LA입니다. 위 사진은 Glandale이라는 지역이에요. MIT 대학과 라이벌이라는 Cal Tech 대학 가보려고 사실 그 근처의 거래처 레스토랑 가보느라 방문했습니다. 이 사진만 보면, 혹은 미국 LA를 갔다는 명제만 놓고 보면 부러우실 분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저도 연차가 더 낮을 때 출장 갈 일이 생기면 지인들이 그랬습니다. '와, 해외 영업은 해외를 자주 가는구나. 해외 왔다 갔다 하는 거 부럽다' 이런 류의 말들이요.
하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전 이미 말레이시아와 라트비아에서 해외 근무를 해봤어요. 이 귀한 경험들 덕분에 진즉 알았죠. 해외 생활이 상상 이상으로 디지게 힘들다는 사실을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여기서 저, 멘땅 헤딩이 아니라 매일 절벽에서 안전띠 없이 낙하합니다. 모자란 나의 역량, 순간적인 실수로 파생된 수습할 일들, 잘못된 판단이 야기한 부족한 결과. 이 고통들을 매 순간 마주합니다. 마주하고 나면 어떤 업무든, 정말 무서워요. 내가 한 선택이 곧장 이 회사의 선택이 되는 무게감이란... 매일 도망가고 싶습니다.
같은 스타트업이라 불리더라도 규모에 따라 시스템 성숙도가 다르겠죠? 하지만 해외에서 시스템을 갖춰놓은 스타트업은 아마 거의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스타트업 해외영업 담당자분들은 어떤 산업이든, 어떤 아이템이든 다... 정말 다... 힘들 거예요.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스타트업에서 해외 영업이란 직무를 놓고 고민하고 계시다면 이 세 가지는 미리 고민해보세요.
첫째, 워라벨 많이 깨집니다. 북미랑 일하면 컨퍼런스 콜은 당연히 밤에 잡힙니다. 컨퍼런스 콜이 아니라도 각종 분야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이슈가 정말... 워라벨이란 말을 지워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해외영업도 여타 다른 직무처럼 daily work가 있는데 이슈 하나 발생하면 이제 daily work는 업무 종료 후에 시작합니다. 하루 종일 바이어들과 컨퍼런스 콜을 한 날은... 말할 것도 없죠.
둘째, 당신이 상상하는 그 영업 성향이 실은 이 직무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해외 영업은 영업 대상이 해외에 있으니 리스크가 큽니다. 제가 생각할 때 해외영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업 성향이 아니라 리스크를 가늠할 줄 아는 재무/회계 성향이 더 필요해요. 영업 성향이 한 2, 의심하고 꼼꼼하고 조심스러운 성향이 8 정도. 바이어 신용도 조사도 해보고, 실제로 만나보고, 직접 사무실에 방문하더라도 바이어가 사기꾼이거나 속 빈 강정일 수 있어요. 물건 사겠다면서 독점 가져가 놓고 영업 안 하는 놈부터 계약서 날인하니 모른척하는 놈들까지. 영업하는 사람만 눈 빨개지고 속 타는 거죠. 이런 일들은 국내 영업보다 해외 영업에 훨씬 많습니다. 왜냐? 이슈가 발생한다 한들 담당자가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협박하겠어요? 사기를 당한다고 한들 뭐.... 어떻게 잡겠어요? 돈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저는 한 거래처가 제가 입사하기도 전에 발생한 미수금이 있어 한참 고생했습니다. 낯 가리지 않고 에너지틱해서 해외 영업하신다는 분들은 음... 한번 더 고민해보세요.
셋째, 헤매는 일 투성입니다. 만약 특정 나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일정 기간 그 나라에서 비즈니스를 세팅해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다면? 헤맵니다. 특히 그 나라에 네트워크가 없다면 많이 헤맵니다. 언어가 통하냐 안 통하냐, 역량이 있냐 없냐 와 상관없어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고요. 돈 주면서 일 시킬 에이전시 하나 구하는 데, 짧은 기간 단순 노동 맡길 프리랜서 한 명 구하는 데도 품이 많이 들어요. 이런 일들조차 어려울진대 물류창고를 찾는다든가, 사무실을 찾는 건 어떠겠어요? 누가 사기꾼인지, 누가 도움을 주는 사람인지 분간이 안 가는 이 동네에서 적절한 파트너사들을 찾고 합리적으로 돈을 쓰는 일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이 부분이에요. 미국에서 우리 브랜드 알리고 매출 낼 수요가 찾기도 바빠 죽겠는데 세상천지에 나쁜 놈들이 너무 많네요? 이걸 해외 영업인 당신이...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 다 쓰고 나니 해외 영업 그지 같네요. ^^ 네,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이 일도 쉽지 않아요. 스타트업에서 해외 영업한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서 쫓아다니며 말리고 싶은 심정. 그럼에도 불고하고 하고 있는 건 왜일까요? 나도 모르겠네. 언제 스타트업 해외 영업하시는 분들 싹 모아서 성토의 장 한번 만들어 볼까 봐요. 주제는 이걸로.
다들 왜 스타트업에서 해외 영업하세요?
이 주제에 관심 있으신 분은 언제든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