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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이야기 Dec 03. 2020

정원의 노트를 따라서

#나미래의 시가 있는 정원 이야기, 미래정원의 일상, 클레마티스 정원♡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19, 이하 코로나로 칭함) 2020년혼미해져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일 년이 가버리나 하고! 이렇게도 일 년이 가는구나 하고!


우리 모두의 일이었지. 그 누구도 힘들다고 엄살도 떨지 못하고 있었을 일이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역마살이 제대로 끼여 있는 나의 영혼이 올해는 조용히 있어보자고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초등생 아들이었다. 지난 1월, 모단체에서 실시하는 부모가 동반하지 않는 연수의 일환으로 상하이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일찍 코로나의 염려와 불안이 엄습해 오고 있었다. 여행 직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사태가 보도되었다. 이후, 중국 우한 주변에,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 위주로 위험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행 겸 과학탐방 연수를 다녀온 이후 기가 빨렸던지 열감기에 시달렸던 아들. 그때 긴장했던 일화를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하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평상시 노트를 주제별로 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올해는 몰스킨 위클리 다이어리, 시 작성 노트 외 정원 노트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나미래.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상륙한 3월 이후, 철저하게 집과 분리되지 않은 적당히 바쁜 일상으로, 때론 너그러이 넉넉한 일상이 나를 맞아주었다. 아이의 학교에서 쏟아지는 E 알림의 양으로 보아 학교에서도 얼마나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작은 정원을 가꾸면서 생명의 변화에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나의 취미 중 하나다. 올해는 비대면으로 가르치게 된 1순위 일이었던 한국어 강의, 돈은 되지 않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나의 영혼을 숨 쉬게 하는 시 쓰기와 글 쓰기를 하면서 밖엘 나가지 않았던 생활은 많은 것을 바꾸게 해 주었다.


집에서 커가는, 자라는, 야생화 식물과 나무들에 더 열정을 가지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었던 것.  식물 유튜브 영상을 받아보면서 알게 된 것도 많았으며 나 또한 유튜브에 올릴 영상 만들기에 자연스럽게 조금씩 빠져들게 되었다.




작년에 우리 집 정원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꽃이 무엇이었던가? 에서 시작되었다. 클레마티스의 장미 아치 개화가 환상적이었던 5월의 모습을  편집해서 유튜브 영상에 올려둬보고 싶었다. 내가 가꾼 녀석의 자랑이기도 했지만 나의 이야기, 정원의 이야기가 살아 있음으로 역동적이게 기록될 수 있기도 했기에.


앞으로도 야생화나, 식물, 나무들의 이야기, 나의 시 이야기, 정원에 앉아서 생각나는 에세이 이야기도 올려두면 좋겠다 싶었다.


2019년 5월의 봄, 클레마티스의 아치의 풍경은 내게 자랑이었다. 올해도 이 모습을 볼 수 없었고, 내년에도 이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영상을 만드는 것이야 기술이 부족한 탓에 뭐 많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클레마티스 영상은 그래도 조금 인기가 있는 모양새였다. 다행히 처음 올린 영상이 나름 몇몇 분들에게 관심을 끌게 되었는지 조회수가 늘어난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나는 정원의 모습을, 야생화 생장 상태와 꽃의 개화의 풍경을 찍는 거에 멈추지 않고 정원 노트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날짜별로 꽃들의 성장과 개화하는 모습, 특이사항을 적기 시작했다.


화원에서 사 온 화분 식물들을 기록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화분 식물은 꽃이 져버리면 금방 죽기도 하고, 어떤 식물이었는지 이름표가 없으면 금세 잊어버린다.


무엇보다 무슨 꽃을 들여 화분에 심고, 잘 성장시켰는지, 어떤 꽃이 잘 자라는지, 자라지 않는지도 우리 집만의 역사와 환경을 알게 되는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는 정보창으로 구분을 해서 적어두었다. 예를 들면, 화분에 흙을 섞는 양, 흙의 종류, 수제 약품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한 관심을 적어두고 두고두고 보고 있으니 재미있다. 그림도 그려서 넣어두니 꼭 중고등 학생 때로 돌아가 노트를 꾸미며 필기를 하고 있는 청춘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노트는 여러 면에 유용하였다. 관련 꽃이 기록되는 곳 여백엔 관련 시가 들어가게 되는 행운을 안게 되는 것이다. 3월에 선물로 받은 '아네모네'가 기록되어 있는 것을 들춰보다 '시'로 남겨두어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6월이 되어서 짓게 된 기록이 보인다. 오른쪽에는 작약이 싹을 틔울 무렵 관련 시를 옆에 메모해두어 그 모습이 더 생생하게 생각나도록 하였다.



작약의 기쁨, 나미래


봄볕

살에 기댄

버선발 잎망울


하늘을

만나

달에 수놓네


3월의 햇발

동산을

넘을 때마다


[가을은 외롭지 않았다](2020)




작약의 아침, 나미래


작약 꽃망울 위

크기를 재는 개미

몸 말릴 준비한다


[이웃과 이웃 사이](2018)







위의 노트의 날짜별 내용을 살펴보고 있자니, 내가 얼마나 클레마티스(큰꽃으아리)양귀비꽃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도 알 것 같다. 그림도 그리지 못하는 내가 나름 정성스럽게 보이도록 그려놓았다니. 분명히 기분이 좋았던 날이었으리라. 그날 노트에게 향하는 영양분이었을 것이다.




아, 맞다. 바늘꽃이 너무 예뻤던 날도 있었다. 그 날이 기억난다. 장난스러운 바람에 심하게 머리를 흔들리어대던 꽃. 나비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표현하며 우아한 몸짓을 해대던 그 바늘꽃이었다. 바늘꽃의 특징은 분홍과 꽃술이었다. 저 날카롭지만 부드럽고 사랑스런 꽃술!



위클리 다이어리를 소지하고, 포켓용 노트를 핸드백에 늘 들고 다니며, 시집, [여행의 기억] 원고를 다듬을 때 옆에 끼고 살았던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 노트, 나의 시 노트가 얽혀 있는 공간에서 살아남은 '미래정원의일상'의 정원 노트다.


올해는 무엇보다 나의 아담한 정원에서 봄꽃, 여름꽃, 가을꽃, 화분 꽃의 분류화 작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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