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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글 Aug 17. 2022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2

책리뷰는 독자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림책이든 책이든 그림이든 나는 확실한 호불호가 있다. 그 말인즉슨 어떤 작품이든 개인적으로 비평을 하고 있다는 뜻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를 재미없다고 말하기 부담스럽고 인기 있는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부담스럽고 유명한 작가의 책을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쓸데없이 싫은 소리 하기 싫은 게으른 마음과 그러는 나는 얼마나 잘하는데 하는 비겁한 마음과 괜히 나도 싫은 소리 들을까 싶은 두려운 마음의 조합이다.


하지만 이건 비평에 대한 대단한 오해라는 걸 깨달았다. 비평은 작품이나 작가를 위한 게 아닌 비평가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내가 독자를 위해 작품을 쓰지 않듯이 비평을 통해 작품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비평가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독자의 책 리뷰 또한 그 리뷰를 통해 작품을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독자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비평을 작품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이야기로 바라보는 자세를 유지할 때 보다 즐거운 독서와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다. 개개인이 독서를 통해 그 책이 어떤 내용이든지 간에 아주 자신 있게 자기만의 비평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때 나의 감상은 오로지 나를 위한 것이 될 수 있고 타인을 해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독서가 가볍고 자유로울 때 책 읽기가 두세 배로 즐거워지는 것이다.  


책이 유튜브나 웹툰과 같은 디지털 자산들만큼 확장성이 부족한 것도 문자를 읽어야 하는 노동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다 읽지 않고 말하는 것이 나에게 알게 모르게 거짓말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책을 발췌독을 하고도 책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표지만 보고도 책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남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도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책 이야기는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글의 어조에서 내가 판단한 작가의 성향, 이 책이 좋다고 판단하는 나의 개인적 관점, 이 한 권의 책을 고르게 된 나의 배경과 책을 욕조 안에서 즐기는 나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작품은 작가를 위한 것. 비평 (책 리뷰)은 비평가(독자)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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