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동생이랑 자전거로 제주 한 바퀴

by 콘월장금이

#3박4일제주자전거종주기록

지난번에 아는 동생과 등산하면서 자전거 종주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는데, 얼마 뒤 전자책을 읽다가 자전거 여행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곧장 옆방에 있는 넷째 동생한테 제주 자전거 여행 갈래?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도는거야.

뭐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동생이 단번에 오케이를 해서 그 자리에서 마일리지를 털어 3일 뒤 출발인 왕복항공권을 샀다.

작년에 한라산을 다녀온 뒤로 이제 제주에서 하고 싶은 건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다시금 생기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막상 제주에 도착하고, 자전거를 렌탈한 뒤 첫날 라이딩을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이 여행에 계획없이 무지하게 왔는지 실감했다. 일단 둘의 배낭 무게만 9.5kg였는데, 이걸 어떻게 할 생각없이 적당히 나눠서 메고 달렸다. 첫날 35km정도 제주에서 협재까지 달렸는데, 너무 힘들어서 당장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잠들었는데, 다음날 문득 포기해서 반납비를 추가로 내더라도 어제 온 길보다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포기해도 좋으니 앞으로 가자.

둘쨋 날은 어제 보다 더 힘들었고, 협재에서 중문까지 갔다.

셋째날은 중문 오르막길을 오르던 중에 동생 자전거의 앞바퀴가 흔들거려서 자전거 업체 사장님과 통화하며 임시로 고치고 다시 달렸다. 이미 근육통에 무릎,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느낌이 들었던지라 뭐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지? 무슨 의미로 이걸 하고 있는건지.. 라는 생각에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열심히 폐달을 밟으며 뒤따라오는 동생을 돌아보며 굳이 고생스럽게 자전거 종주를 하는게 웃겨서 실없는 웃음만 나왔다. 너무 힘들어서 나오는 어이없는 웃음이었으리라..

셋째날이 4일 중 가장 오래 달린 날인데, 중간에 너무 힘들어 멈춰선 바닷가 앞 벤치에서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80대 해녀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물이 어느정도 빠지면 보말을 주울 예정이라고 하셨다. 할머님과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그냥 그 순간 짧은 대화와 시간을 공유했다는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라이딩 중에 만나서 대화한 유일한 타인이었다.


생각해보니 제주공항에서 자전거업체에 가기 위해 탔던 택시의 기사님부터 제주에서 만난 소수의 모두가 우리가 4일 안에 자전거 종주를 하는건 무리라고 했고, 아마 못할 거라고 했다.(업체 사장님도 그랬다. 문득 우리 자매가 헐렁이로 보이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쩜 한명도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지 않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대답이었다고 생각한다.


셋째날, 71km의 긴 라이딩을 마치고 곧장 숙소 침대에 뻗었는데 가지고 있던 체력 이상을 사용해서인지 머리는 띵하고, 미열이 나는듯하며 몸은 여기저기 쑤시며 추웠다. 한시간 두시간 .. 세시간동안 최소한의 움직으로 누워있다가 어느정도 회복되는 인체의 신비를 느꼈다.


그리고 넷째날. 뒤돌아갈 것도 없고, 선택은 하나.

무조건 앞으로 가야할 일이었다-

역시나 힘든 날이었고, 더불어 바람이 강한 성산- 김녕- 제주 코스였는데 화가 많이 나서 속으로 바람에게 심한 욕을 했다.


반납 시간내에 가져가 줘야해서 미친듯이 달렸고, 업체 문닫기 1분 전인 5시 59분에 도착했다.

사장님은 자전거, 헬멧 잘 두고 가시라고 했다.(그리고 이내 가게 문을 닫고 퇴곤하셨다.)


그게 전부였다. 누군가 인정 해주지 않지만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 그러나 그 일이 무척 고되고 힘들었다.


동생에게 이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고 물어봤는데, 동생은 나중에 한번 더 종주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만큼 힘들었지만 달리는 구간이 예뻤다고 한다.


그래도, 그럼에도 해냈다는게 의미가 있는 일이다. 칠레 아타카마 자전거 이후로 절대 자전거로 투어 안 갈거다 했는데, 시간은 신체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어 또 다시 고생스럽지만 아름다운 길 위에 데려다 놓는다.


동생이 말하길, 우리가 라이딩 하는 사람들 중 제일 느리고 등에는 거북이 등껍질처럼 배낭을 메고 있는게 진짜 거북이 같았다고 했다.

힘들면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기도 하며 속도는 느렸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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